‘눈물의 여왕’의 숨은 공신…‘연기 9단’ 정진영의 힘

안진용 기자 2024. 5. 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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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해당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눈물의 여왕'의 재벌 2세 홍범준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이 그런 존재였다.

불륜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의 세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등장한 정진영은 사랑 앞에선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중년 남성 백호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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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의 정진영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해당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단연 주연 배우인 김수현과 김지원의 열연이 돋보였다. 하지만 성공한 드라마에는 확실한 공식이 있다. 조연이 살아야 한다. 주연이 모든 것을 끌고 갈 수 없다. 이를 든든히 받혀주는 동시에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버팀목이 곳곳에 배치돼야 한다. ‘눈물의 여왕’의 재벌 2세 홍범준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이 그런 존재였다.

정진영이 연기한 홍범준은 세상 물정 모르는 재벌 2세다.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 사위의 고향인 용두리로 내려온 후 사돈인 백두관에게 신세 한탄하며 "친구에게 당장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많이도 말고 2천(만 원)만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며칠 전 사인한 세금계산서가 456억이었는데 지금은 2천만 원이 없어 어이가 없다"고 토로하는 ‘어이 없는’ 상황은 정진영의 찰떡 같은 연기와 맞물며 웃음을 자아낸다.

"우리 집안 나가는 사람은 멀쩡히 나가면 안 된다. 나한테 등 보이는 놈한텐 손 흔들어주는 게 아니고 칼을 꽂는 것"이라고 사위인 백현우(김수현 분)에게 엄포를 놓으면서도, 정작 창업주인 아버지 홍만대(김갑수 분) 회장의 눈치를 보며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흥미롭다.

‘LTNS’의 정진영

정진영의 내공은 앞서 공개됐던 티빙 드라마 ‘LTNS’에서도 빛났다. 불륜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의 세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등장한 정진영은 사랑 앞에선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중년 남성 백호를 연기했다. 등산 도중 만난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탈모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모습은 짠함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다.

정진영은 이미지 변신은 반갑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그동안 ‘왕의 남자’의 포악한 왕을 비롯해 다수 작품에서 신분이 높거나 무게감 있는 배역을 다수 소화했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로 발탁됐던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영화 ‘국제시장’, ‘날아라 허동구’에서는 진한 부성애와 함께 서민적인 면모를 뽐냈다.

여기에 최근에는 코믹한 연기를 더하며 ‘팔색조’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이미 ‘연기 9단’이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한 셈이다.

정진영의 또 다른 강점은 친화력이다. 특유의 배려로 주변이들을 두루 챙기며 선후배 배우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가 영화 ‘자산어보’, ‘택시운전사’, ‘썰’, ‘꾼’ 등 유독 특별출연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장기간 소속사 없이 혼자 모든 것을 도맡아 활동하던 정진영은 ‘거절을 못하고’, ‘남들을 챙기는’ 배우로 유명하다. 게다가 영화 ‘사라진 시간’을 연출하며 감독 데뷔한 정진영은 현장 전체 분위기를 읽는 감각도 탁월하다.

‘눈물의 여왕’의 관계자는 "정진영은 퀸즈 일가 안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동시에, 용두리에 내려간 후에는 사돈댁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며 웃음 포인트를 담당했다"면서 "어느 장면에서든 튀지 않으면서도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눈물의 여왕’ 마지막회에서 홍범준은 회장직을 형에게 돌리고 자신은 용두리로 돌아간다. 지극히 판타지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 당위를 부여하는 것이 홍범준을 맡은 정진영의 몫이었다. 용두리로 내려간 그는 "지금처럼 웃으면서 지낼 수 있는 곳이 천국"이라고 말한다. 박지은 작가가 가족의 재건과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겨본다는 선명한 주제의식이 담긴 마지막 장면을 정진영에게 맡긴 것은 이유가 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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