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자의 시선] 정치 유튜브의 단맛을 알아버렸다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2024. 5. 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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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 지난 3월14일 김해 외동전통시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기다리며 카메라를 설치했다. 사진=김연수 기자

인턴기자가 들어왔다. 하필 국회의원 선거 운동 기간에.

뉴미디어부에 배정됐다. 직속 선배인 나는 인턴기자와 함께 캠코더를 들고 나섰다. 각지에서 벌이는 선거 유세를 촬영했다. 평소 지역에서 보기 힘든 여의도 정치인이다. 이들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총선이다. 이웃 신문사에서도 이재명, 한동훈, 김두관, 김태호 등 정치인의 유세를 빠짐없이 올렸다. 경쟁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신문에서 일하고 싶었다'는 인턴기자에게는 총선 끝날 때까지만 버티자고 했다. 일단 버티고 그 후에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도모해 보자고 했다. 이때 아니면 언제 TV에 나오는 유명 정치인을 가까이서 보겠냐며, 이것도 다 귀한 경험이라고도 했다.

인턴기자는 다행히 군말 없이 나를 따랐다. 되레 내가 인턴기자 눈치를 봤다. 기자로서 사명감은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조회수를 올리고, 구독자를 모으려는 검은 욕심이 앞섰다. 인턴기자에게 내 속내를 안 들키길 바랄 뿐이었다.

창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온 날이었다. 인턴기자에게 혼자 가서 촬영해 오라고 시켰다. 인턴기자는 씩씩하게 편집국을 나가서는 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찍어왔다. 직접 편집도 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은 반응이 꽤 괜찮았다. 인턴기자가 나름 뿌듯해할 것이라 여겼다. 으레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며 촬영·편집 소감을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인턴기자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엄마가 정치 유튜버냐고 그러시던데요”라고 말했다.

하긴, 이름 난 이들이라는 이유로 졸졸 따라다니는 모양새 아닌가. 저널리즘은 고사하고 이게 언론사 유튜브 채널인지, 정치인 팬덤 채널인지 헷갈릴 만도 했다. 나는 왠지 '검은 욕심'을 들킨 것만 같았다. 부끄러웠다. 나는 인턴기자에게 가감없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인턴기자와 나는 “이 업보를 청산하자”고 입을 모았다.

▲ 지난 4·10 총선 선거운동 기간 사용했던 촬영 장비들. 사진=김연수 기자

지역신문 유튜브 채널을 약 3년 가까이 운영해보니 신문 기사를 쓸 때와 엇비슷한 고충을 느낀다. 지역신문사에서 기사를 쓰다보면 지역 뉴스의 밸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한 사회가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의제는 한계가 있는데, 거기에 지역의제는 끼어들 틈이 안 보인다. 이른바 서울 '중앙언론'이 매일 쏟아내는 의제만으로도 하루치 소화량은 다 채워진다는 말이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서울 정치·시사 이슈로 승부를 보지 않고서야 구독자를 모으기 어렵다. 물론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서 성공해야만 하는 것이 숙명이라면 숙명이지만, 쉬운 길이 뻔히 눈 앞에 뻔히 보이니 포기하기가 어렵다.

구독자 수는 수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신문사에서는 코로나 이후 지면 광고 영업이 더더욱 어려워지면서, 뒤늦게나마 유튜브 영상 콘텐츠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면 부수를 신경쓰는 것처럼 유튜브 구독자 수에도 이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구독자 수는 2만4000명이다. 지역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구독자 수이긴 하지만, 광고주의 성에 찰만한 수는 또 아니기도 하다. 대외비를 상술할 순 없지만, 구독자 수가 적어서 수익사업을 벌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편집 프로그램에서 영상 작업 중인 4·10총선 선거 운동 영상들 갈무리. 사진=김연수 기자

일단 구독자를 끌어모으고 보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우선 규모를 키우고 나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언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정치 관련 영상 콘텐츠로 채널이 흥할수록 타깃층은 더욱 공고해진다. 그때 가서 새로운 시도를, 말 그대로 '해볼 수는' 있겠지만 기존 타깃층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영상일 뿐이다. 결국 새로운 시도는 좌절될 게 뻔하다.

언론사 유튜브 운영자 중 이런 문제점을 모르는 사람은 단연코 없다. 최근 서울 쪽 신문사들이 유튜브를 정치·시사 토크쇼 체제로 개편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낀다. 동시에 '우리도 저 사람 좀 섭외할 수 있으면 조회수가 오를 텐데…'라면서 부러움도 느낀다. 겨우 붙잡고 있는 이성과 불쑥 튀어나오는 흑심, 그 사이를 갈팡질팡하면서 눈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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