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동안 3개 대회 ‘전국 투어’…드디어 오른 결승 [ESC]

한겨레 2024. 5. 4. 0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하루운동 풋살
4월에 단양·양구·울산 돌며 강행군
종료 2분 점 실점, 아쉬운 준우승
이전 대회 연거푸 3위 ‘성장 서사’
‘2024 전국 생활체육대축전 풋살대회’에서 준우승 메달을 받고 시상대에 올라선 팀원들.

2024년 4월27일 금요일 저녁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가 자정을 훌쩍 넘겨 드디어 울산에 도착했다. ‘2024 전국 생활체육대축전 풋살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2박3일의 일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4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서둘러 각자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대회 첫날 아침이 밝았다. 숙소 침대가 딱딱한 바람에 온몸이 찌뿌둥했다. 기지개를 켜고 챙겨간 폼롤러로 스트레칭한 다음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유니폼을 챙겨입고 삐걱거리는 무릎과 발목에 꼼꼼히 테이핑했다. 상황에 따라 원정 유니폼을 입어야 할 수도 있어 따로 챙기고, 여분의 양말과 테이프도 챙겼다. 울산은 남편의 고향이자 시댁 식구 모두가 살고 있는 곳이라 이번에 모두 응원을 오기로 했다. 그 덕에 괜히 더 긴장되었다. 서울에서부터 챙겨 온 조카 선물도 가방에 넣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숙소 문을 나섰다. 파란 하늘, 이제 조금은 훈훈해진 공기! 머리 박고 뛰기 좋은 날이다!

하루에만 4경기 ‘2승 2무’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대표로 발탁된 총 10개 팀이 참가하는 대회다. 우리 팀은 서울시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다. 5개 팀이 2개 조로 나뉘어 첫날 예선 조별리그를 하고 각 조에서 4개 팀이 결선에 올라가, 이튿날에 8강부터 시작하는 결선 토너먼트 방식이었다.

대회 첫날 조별 예선에선 모두 4번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첫 상대는 올해 4월 초 다른 대회에서도 맞붙은 적이 있던 대전의 님블에프에스(fs)였다. 다수의 우승 경험이 있고 조직력이 탄탄한 팀이라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지난 대회 때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백중세의 실력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엔 확실히 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경기는 팽팽했다.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해 맞붙은 끝에 1:1로 비겼다. 아쉬웠지만 첫 경기에 항상 허둥대는 우리 팀치고는 나쁘지 않은 경기 내용이었다.

두번째 경기 상대 역시 지난 대회에서 맞붙었던 인천의 알통레이디스에프에스(fs). 지난 대회에서 우리가 이긴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이겨주자! 마음먹고 자신 있게 나섰는데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내 눈앞에서 골을 먹어 한번의 실수가 아쉬운 경기였다. 세번째 경기 상대는 대구의 매드에프에스(fs)로 맞붙어본 적은 없지만 강한 팀이라고 들었다. 대진이 아주 빡빡했다. ‘이러다 승리를 못 챙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1:0으로 승리했다! 이어진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도 승리하며 2승 2무 조2위로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자, 진짜는 내일부터다! 일단 예선 결과의 기쁨을 누리며 기분 좋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조별 예선 경기를 복기했다. 방에 모여 경기 내용을 함께 보고 있자니 너무 못한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에휴, 내일은 더 정신 차리고 해보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이제부터는 지면 바로 짐을 싸야 하는 토너먼트 방식이고, 우승까진 세번의 승리가 필요했다. 8강전 2:0 승리! 4강, 다시 만난 알통레이디스에프에스(fs)에게 1:0 승리하며 결승전 진출. 결승전이라니! 이러다 진짜 우승하겠는데? 이미 마음속에선 온갖 설레발을 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 아직 우승컵을 거머쥔 건 아니지만 우리가 2월부터 자체적으로 모여 훈련하고, 밤늦도록 경기 리뷰를 하고, 발을 맞춰온 시간이 경기 과정과 결과로 드러나는 것 같아 기뻤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노력한 만큼 성장 확인

‘2024 전국 생활체육대축전 풋살대회’에서 받은 준우승 트로피와 메달.

드디어 다시 만난 님블에프에스(fs)와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감독님은 경기 시작 전, 결과는 후반에 결정 날 것이고 한골 싸움일 거라 예측했다. 전반 초반엔 우리 팀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여러 기회를 만들어간 것에 비해 골로 연결되지 않았고, 전반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상대에게 기회를 내주는 일이 잦아졌다. 몇번이고 골대 앞에서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수비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자 볼 소유가 되지 않았고 우리 진영에서 공격을 만들어가기가 어려워졌다. 아슬아슬한 플레이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이 종료됐다.

하프타임 때 누군가 이제 10분만 뛰면 끝이라 말했다. 감독님의 전술 지시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 말은 귀에 쏙 박혔다. 이제 우리에게는 후반전 10분 만이 남았다. 이 10분을 뛰고 나면 우승컵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열심히, 그리고 잘해온 만큼 우리가 이 우승컵의 주인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초반부터 일 대 일 찬스가 났다. 송화가 단독으로 볼을 끌고 갔고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이후에도 우리 팀 코너킥 상황이 몇번이고 이어지며 골문을 흔드는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서로 치고받는 경기 양상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되었다.

아쉽게도 균형을 무너뜨린 건 상대 팀이었다. 후반 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우리가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 선수에게 패스가 흘렀고 좁은 틈을 비집고 골이 들어갔다. 긴 시간 잘 지켜왔고 여러 골 찬스도 있었던 터라 너무나 아쉬웠다. 게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의 이 한골은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분여. 남은 시간 찬스를 살려야 했다.

마지막 킥인 상황.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은비가 공을 잡자 감독님이 서영이에게 오른쪽으로 벌려주라고 했다. 오른쪽으로 벌려있던 서영이가 가운데로 뛰어들어가며 공을 받았다. 상대의 압박이 있었지만 공을 잘 지키고 돌며 슈팅까지 시도! 아쉽게도 상대 압박 속에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마지막 슈팅이 피치를 벗어나자마자 종료 휘슬이 울렸다. 1:0 패배, 준우승이었다.

아쉽지만, 정말 아쉽지만, 지금 이 결과가 우리의 전부는 아니고, 짧은 시간이지만 더 노력한 만큼 성장했고 그 성장을 확인한 이틀이라 분하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쏟아낸 경기라고 말할 수 있었다.

우리 팀은 4월에만 세개 대회에 참가했다. 충북 단양, 강원 양구, 울산까지 한달 사이 전국을 누볐다. 우리는 단양·양구 대회에서 3위를 했고, 이번 대회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완벽한 성장 서사 아닌가! 이제 진짜 우리가 함께 이뤄낼 목표는 우승뿐이다!

글·사진 장은선 콘텐츠 제작자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쇼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