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돈 벌고 “세금 못내겠다”는 이 회사…690억 들여 드라마 세트장 지었다는데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5. 4. 08: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규 가입자 확보’ 비상걸린 넷플릭스
미국 넘어 해외국가 영향력 확대 나서
최근 중남미서 소설 원작 드라마 촬영
세트장 제작에만 약 688억원 쏟아부어
한국서만 요금 올려…작년 매출 8000억원
국세청 과세하자 ‘조세 불복’ 소송 제기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한 매장에서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Squid Game)’ 관련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중남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약 6시간 떨어진 광활한 농지에는 최근 넷플릭스가 제작한 대규모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 설치돼 있습니다. 약 54㎢에 달하는 농지 안에는 드라마 촬영·제작을 위한 세트장, 텐트, 무대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촬영 중인 작품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펴낸 소설 ‘백년의 고독’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년의 고독 드라마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넷플릭스가 촬영 등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5000만달러(약 6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련 시장에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등장하면서 넷플릭스가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진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목표로 삼은 나라는 중남미입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브라질에서 전설적인 포뮬러원 카레이서 아일톤 세나의 전기를 다루는 미니시리즈를 방영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유명한 공상과학(SF)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멕시코에서 또 다른 상징적인 책 ‘페드로 파라모’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제작 중입니다. 여기에 소설 백년의 고독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제작을 통해 중남미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려는 계획입니다.

백년의 고독 소설을 써낸 콜롬비아 소설가 마르케스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2014년 향년 87세로 멕시코시티에서 타계했습니다. 넷플릭스가 다시 중남미시장을 겨냥한 작품 제작에 적극 뛰어들면서 일각에서는 성공적인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제2의 오징어게임 만들기’에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 경영진 사이에서는 글로벌 성공도 중요하지만 현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백년의 고독 촬영에 참여한 디렉터 중 한 명은 “넷플릭스가 최근 몇 년 동안 큰 도박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물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박”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넷플릭스가 처음 중남미에 진출한 것은 2011년입니다. 당시 더 많은 가입자를 받고 사업 규모를 확대시키기 위해 미국을 넘어 다른 해외 국가들도 섭렵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에 따른 진출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넷플릭스는 2015년 멕시코시티에 지역본부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인력 충원에 나섰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넷플릭스가 제작한 스페인어 작품 중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반응을 끌어낸 것은 2015년 방송된 멕시코 축구팀 경영 드라마 ‘클럽 디 쿠에르보스’였습니다. 같은 해 콜롬비아에서 마약 거래 이야기를 다룬 작품 ‘나르코스’가 연이어 큰 히트를 치면서 넷플릭스의 입지는 한층 더 굳어졌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2억7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 밖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 개척 노력을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933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2분기부터는 점점 더 줄어들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부정적 예측에 넷플릭스가 내년부터는 신규 가입자 수를 발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주가가 한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다시 백년의 고독 촬영 돌입을 계기로 글로벌 가입자 수 확대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입자 수 확대가 절실한 넷플릭스 입장에서 중남미는 앞으로 수억명의 구독자를 추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시장입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는 ‘글로보’와 ‘텔레비사유니비전’ 등과 같은 현지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선 살아남아야 합니다. 동시에 이미 현지에 진출한 워너브로스와 디스커버리, 디즈니플러스 등 미국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최근 중남미를 넘어 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서도 해외콘텐츠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는 넷플릭스에게 당분간 유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최근 한국에서는 요금 인상으로 수익을 늘렸음에도 ‘세금은 못 내겠다’는 취지의 세금 추징 불복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가입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아르헨티나와 인도 등에서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1만원 이하에 제공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1만7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매출 8233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기준 넷플릭스 국내 매출은 약 4154억원이지만 정작 납부한 법인세는 21억800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세무조사를 진행한 국세청이 ‘800억원을 내라’고 했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하고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국세청 과세가 적법하다는 결과가 나오자 넷플릭스는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조세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