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사령탑 통산 100승에 꽃다발 하나 없이 지나간 한화[스경x현장]

김은진 기자 2024. 5. 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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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원호 감독이 3일 광주 KIA전 승리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 최원호 감독은 2020년 6월 한용덕 전 감독이 사퇴하자 감독대행으로 1군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2군 감독이었던 최원호 감독은 이미 꼴찌로 추락해 있던 한화 1군을 맡아 역대 최장기간 감독대행으로서 그해 39승(3무72패)를 기록했다.

이듬해 한화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면서 최원호 감독은 다시 2군으로 갔다. 그리고 3년차가 되던 지난해, 리빌딩도 성적도 모두 실패하자 5월11일 경기를 마친 밤에 한화는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감독을 사령탑으로 전격 선임했다. 최원호 감독은 수베로 감독이 경질된 다음날부터 급하게 한화 지휘봉을 잡았고 47승(5무61패)을 거뒀다.

그리고 올해 최원호 감독의 한화는 3일 KIA전 승리로 14승(20패)을 거뒀다. 감독대행으로서 거둔 승리까지 더해 최원호 감독은 한화에서 통산 100승을 거뒀다. 프로야구 역대 사령탑 57번째 기록이다.

김성근 감독이 2017년 중도 경질될 때까지 2년 반 동안 150승을 거뒀고 수베로 감독이 2년 하고도 두 달 간 319경기에서 106승을 거뒀다. 최원호 감독은 ‘대행’ 시절을 더해 261경기 만에 100승을 거뒀다.

한화가 지난해 4월19일 두산전 승리 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통산 100승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해놨던 꽃다발을 정우람이 대표로 전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감독의 통산 100승은 KBO의 공식 기록이다. 누구보다 구단이 가장 먼저 나서 축하해야 하는 큰 기록이다. 그러나 한화는 3일 KIA전 승리 뒤 꽃다발 하나 없이 조용히 경기를 마쳤다. 선수들도 기록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 취재진이 이야기를 꺼내자 “감독님 100승”에 축하인사를 했다.

한화는 오랜 기간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팀이다. 자연스럽게, KBO리그 구단 중에서도 여론을 가장 의식하는 구단이다. 올해 한화는 개막 직후 너무 잘 달린 뒤 극적으로 추락했다. 류현진을 영입하면서 상당히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고 그로 인한 여러 기대요소로 인해 5강 후보로도 평가를 받았다. 개막 직후 그 효과를 보여주다 반대의 모습을 보이자 팬들의 반응도 매우 극단적이다.

지난 시즌 개막 한 달 여 만에 감독으로 선임된 최원호 감독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은 올해는 개막 한 달 만에 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몰지각한 팬들이 개인 연락처까지 알아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이사가 지난 4월30일 통산 100승을 달성한 류현진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구단은 또 중심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느 구단은 감독의 100승, 200승까지도 확실하게 기념하며 선수단 내에서 작은 축하의 시간을 갖는다. 100승 감독이라면 누구든 선수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기념 사진 한 장 정도는 갖고 있다. 팬들의 눈치만 보는 듯, 한화는 감독의 100승마저 조용히 지나갔다.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행사는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1승이 소중한 최하위 시절을 오래 겪은 팀이라면 100승 감독은 더욱 귀하기 마련이다. 한화는 지난해 4월11일 통산 100승을 달성한 수베로 감독에게는 준비해놨던 축하행사를 바로 진행했었다. 수베로 감독 경질 한 달 전이었다.

최원호 감독은 한화 사령탑이된 뒤 취임식도 거치지 않았다. 지난해 한화는 수베로 감독 경질 시점을 엿보다 하필 연승 중에 수베로 감독 경질과 최원호 감독 선임을 동시 발표했다. 여론을 의식해 ‘시즌 중’이라는 핑계로 신임 사령탑 취임식을 끝내 치르지 않았다. 각종 공식 행사가 일반화된 이래, 사령탑으로 선임되고도 취임식 없이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는 감독은 최원호 감독이 유일하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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