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서 왕따 되는 ‘이 나라’...반대시위 확산에 교역 끊고 단교까지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5. 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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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반대” 콜롬비아 단교이어
튀르키예 수출입항 완전 봉쇄
영국·호주·캐나다서도 시위
美 체포된 시위대 2200명 넘어
바이든은 예정없던 긴급회견
“표현자유 존중, 폭력은 엄단”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친팔레스타인·가자전쟁 종전 시위가 각국 대학가로 번진 가운데 2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맥길대에서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시위대를 갈라놓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제적인 만류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자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이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콜롬비아가 최근 이스라엘과 단교를 선언한 데 이어 튀르키예도 이스라엘과의 전면적인 교역 중단을 결정했다. 미국 대학가에서 촉발된 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는 영국과 호주 등 전 세계로 거세게 번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과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튀르키예 정부는 이날부로 이스라엘과 사이에 오가던 모든 물품의 수출입을 중단했다.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는 68억달러(약 9조2650억원) 규모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튀르키예가 협정을 깨고 이스라엘의 수출입을 위한 항구를 봉쇄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튀르키예 국민과 사업가들의 이익을 외면하고 국제 무역 협정을 무시하는 독재자의 행동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옹호하며 이스라엘 규탄에 앞장서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가리킨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날에는 콜롬비아가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노동자의 날 행진 및 집회에서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공식적으로 끊을 것”이라며 “우리는 대학살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 학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에서만 최소 200명의 반전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진압봉, 헬멧, 방탄조끼 등으로 무장해 대학 농성장에 진입했고 시위대는 소화기와 물병을 던지면서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UCLA 캠퍼스 시위대 진압과정에서 고무탄으로 보이는 총알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학생과 교직원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 진압 작전은 3시간여만에 끝났지만,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역 대학에서 반전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체포된 시위대는 총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전시위 진앙지인 뉴욕 컬럼비아대와 인근 뉴욕시티대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 중에는 대학과 관련 없는 외부인이 각각 29%, 60%였다. 전문 선동가가 시위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국, 러시아, 이란은 시위대 소식을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미국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허위정보 추적 사이트 뉴스가드를 인용해 중국, 러시아, 이란 3개국 국영언론의 미국 대학사 시위관련 영어기사는 지난 2주간 400건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 국가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등에서는 가짜정보가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적 내용을 보면 중국 정부의 가짜 정보 캠페인 ‘스패무플라주’(spamougflage)와 연계된 엑스 계정들은 미 대학생 시위와 관련한 포스팅에서 “(미국이) 전체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난폭한 경찰이 있다니” 등의 내용이 담겼다.팔로워 1만8000명의 한 계정은 경찰의 대응을 비판하는 파키스탄 주재 중국 외교관의 포스팅을 리트윗했다. 해당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한국 K팝 걸그룹 사진으로 위치는 미국이지만 활동 시간은 아시아의 낮 시간대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폭력시위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폭력적인 시위는 보호받지 못한다”면서 공공 기물 파손, 무단 침입, 대학 캠퍼스 폐쇄, 수업과 졸업식 방해 등은 평화시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전 시위 때문에 중동정책을 재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질서회복을 위해 주방위군을 대학에 투입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친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학가 시위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대학가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텐트 시위가 시작됐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 셰필드, 브리스틀, 리즈, 뉴캐슬 지역의 최소 6개 대학에서 학생들이 집회나 행진을 하고 천막 농성 중이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대학과의 관계를 끊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는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단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반전시위는 캐나다,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중동 국가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오는 7일~11일 스웨덴 말뫼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음악축제인 유로비전에서도 반전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이스라엘 국적 가수 에덴 골란에게는 공식 행사 외에는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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