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삐뚤빼뚤 한글이지만...우리도 한국사는 어린이

박성원 기자 2024. 5.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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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학생 92%’ 안산 원곡초의 어린이날
어린이날을 앞두고 경기도 안산시 원곡초등학교 다문화 초등학생들이 본인의 꿈을 한글로 적으며 활짝 웃고 있다. 비록 글씨는 삐뚤빼뚤 못생겼지만, 아이들의 미소는 예뻤다./박성원 기자

“커서 체조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경찰도 하고 싶고 플로리스트도 하고 싶어요”

어린이날을 앞두고 찾은 경기도 안산시 원곡초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한글로 적어 들어 보였다. 원곡초등학교는 현재 473명의 재학생이 있는데 이중 약 92%가 다문화 가정 자녀다. 안산 반월공단 등에 일하러 온 중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인들이 이 학교 인근에 정착하면서 다문화 학생의 비중이 점점 늘어났다. 안산시에서 집계된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7364명으로 안산시 전체 학생 중 11%를 차지한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초등학교 다문화 어린이들이 한글로 본인의 이름과 꿈을 적은 도화지를 펼쳐보이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은 친부모 중 한 명이 외국 국적인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이거나 친부모 둘 다 외국 국적인 외국인 가정의 자녀를 말한다. 국내출생자녀, 중도입국자녀, 외국인 가정 자녀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박성원 기자

원곡초에서 4년째 다문화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김래은 교사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이주하기 전에 국가 기관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운 뒤 한국으로 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주배경인구가 많아지는 추세에 이를 감당할 기관이 생기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저출산과 해외인구 유입으로 2042년 이주배경인구가 404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인구의 8%를 넘는 수준이다. 다문화학생이 대다수인 교실 풍경이 지금은 낯설지만 미래에는 자연스러운 장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문화학생의 정착을 위한 맞춤 교육과 적극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안젤라를 포함한 다문화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중 '진로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몇몇 학생들이 한국어로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수업에 함께했다./박성원 기자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산시 원곡초등학교 다문화 학생들이 체조선수, 플로리스트, 선생님 등 본인의 꿈을 한글로 적고 있다. 해당 학교는 전교생의 약 92%가 다문화 학생으로 중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에서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율이 줄어드는 가운데 이주배경인구는 점차 늘어나 2042년에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약 8%를 차지할 예정이다. 2024.4.30/박성원 기자

이날 이 교실의 몇몇 학생들은 아직 한글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글자를 쓰는 것이 버거운 듯 보였다. 낯선 문자로 자신의 꿈을 적어내야 하기에 손은 더디게 움직였지만 그 손길을 멈추지는 않았다. 한 글자 한 글자 자신의 꿈을 다 적어 놓고는 뿌듯한지 그제야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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