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여자화장실 불법촬영 공포 시달리는 교사들…“가해학생 엄벌해야” [오늘의 정책 이슈]

김유나 2024. 5.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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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공포 시달리는 교사들

제주 지역에서 학교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던 학생들이 잇따라 붙잡히면서 교직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범죄 피해에 노출된 교사들은 트라우마를 호소 중이다. 교원단체는 가해자 엄벌과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4월29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교사노동조합과 중등교사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촬영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교직원 여자화장실 숨어 촬영한 중학생

4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제주의 한 중학교 교직원 여자화장실에서 A군이 붙잡혔다. 이 학교 2학년인 A군은 여자화장실에 숨어 옆 칸에 들어온 교사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했고, 수상한 낌새를 느낀 교사에게 적발됐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달 15일부터 이틀간 여자화장실에서 수차례 불법촬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이 A군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추가 피해 교사도 드러났다. 불법촬영 영상이 다른 곳에 유포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의 공포가 크지만, A군은 형사처벌은 면하게 됐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에 해당해서다. 경찰은 A군을 제주지방가정법원 소년부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A군은 이후 소년 보호 재판을 통해 감호 위탁부터 소년원 송치 등에 이르는 소년보호처분을 받는다. 

◆235차례 불법촬영한 고교생…9일 선고

제주에서 학생이 학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된 사건은 몇달 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제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여교사가 화장실의 티슈 상 안에서 동영상 촬영기능이 켜진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이 학교 3학년 B군이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B군은 한 달간 235차례에 걸쳐 학교 화장실과 부친이 운영하는 제주의 한 식당 여자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불특정 다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된 피해자 규모는 200명 이상으로, 학교 내 피해자만 교사와 학생 60여명에 달한다. B군은 일부 촬영물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B군은 학교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았고,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이 소년·초범이고 범행 사실도 자백했지만,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으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며 B군에게 징역 장기 8년, 단기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B군 변호인 측은 “200여 회의 불법 촬영물 중 피해자의 얼굴이 노출된 영상물을 유포한 사안은 단 2건”이라며 “피고가 자수했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선처를 당부했다. 선고는 9일 예정이다.

◆피해 교사 “트라우마”… 대책 마련 해야

교사들은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과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는 교사들이 모여 B군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사들은 “가해자의 수업을 담당했던 피해 교사들은 사건 후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사 사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원은 합당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등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피해 교사는 사건 이후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학생을 다시 마주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생겼으며 지금까지도 유포의 불안함 속에 살고 있다고 고통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교사들은 이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전국 교사 4464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전달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교육 당국이 사건대처에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B군 사건의 경우 학교 측은 피해 여교사를 가해 학생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보내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교에서 성교육, 도덕과 윤리를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사건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학교를 넘어 사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범법 결과가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는지 알려줘야 한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잇따르는 교내 화장실 불법촬영 문제를 막기 위해 학교전담경찰 시범사업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학교의 등하교 안전과 외부인 출입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방식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교내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한다면 꼭 경찰에 신고해주길 바란다. 학교 내에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를 만들고 제2의 피해를 만들 수 있다”며 “범죄 주체가 학생일지라도 법의 심판을 받도록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의 트라우마 등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접근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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