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래 후원금 자동결제? 낚였습니다!
후원금 계속 결제·환불 불가 등
소비자 속이는 온라인 트릭 공개
트럼프 사이트 등 대표적인 사례
비합리적 인간 행동 교묘히 이용
“AI로 다크패턴 수법 더 발전할 것”
다크패턴의 비밀/ 해리 브리그널/ 심태은 옮김/ 어크로스/ 2만원
인터넷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했다고 나올 때가 있다. 회원 탈퇴를 하려니 도대체 탈퇴 버튼이 보이지 않고, 첫 화면에서 본 가격이 저렴해 결제하려니 몇만원이 추가되기도 한다. 모두 다크패턴에 해당하는 수법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MVP로 선정되셨습니다’라는 문구를 크게 넣고 아래에 조그맣게 ‘추가로 100달러 자동 후원’을 넣었다. 또 후원과 상관없는 내용을 길게 쓰면서 ‘선거일, 애국자, 승리’ 같은 단어를 굵게 표시한 후 아래에 작게 ‘100달러 자동 후원’이 미리 선택돼 있도록 했다. 이런 속임수로 인해 트럼프 선거운동 본부의 환불 금액은 1억2200만달러에 달했다. 바이든 선거운동 본부의 환불액 2100만달러보다 약 6배 많았다. 트럼프가 쓴 수법은 다크패턴의 여러 유형 중 ‘미스디렉션’, 그중에서도 속임수 표현에 해당한다.
‘미스디렉션’ 유형 중 하나인 시각적 방해는 많은 이가 경험해 봤을 듯하다. 트렐로라는 협업 툴은 ‘가입’을 클릭하면 처음부터 가장 비싼 요금제인 ‘비즈니스 클래스 30일 무료 체험’이 보이도록 했다. 무료 등급이 있다는 안내는 밑바닥에 아주 작게 쓰여 있다.
세일이 곧 끝날 것처럼 분초 단위까지 안내하며 조바심을 부르는 ‘긴급성’ 유형도 자주 쓰인다. ‘3명이 이 제품을 카트에 넣었습니다’ 식의 문구나 가짜 후기는 ‘사회적 증거’ 유형, 매진 임박, 주문 폭주 같은 정보를 알리는 건 ‘희소성’ 유형이다. 가입하려면 연락처를 동기화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을 거는 것은 ‘행동 강요’라는 다크패턴이다.
가입은 쉽게, 취소는 어렵게 만드는 ‘방해’ 유형도 자주 쓰이는 다크패턴이다. 2018년 노르웨이 소비자 평의회 조사 결과 페이스북과 구글은 ‘방해’ 유형을 사용했다.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설정에 동의할 때는 ‘동의하고 계속하기’를 누르도록 한 반면 거부하려면 한참 두리번거리게 만들었다. ‘거부하고 계속하기’ 버튼 대신 ‘데이터 설정 관리’를 넣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를 클릭한 후 긴 문장들 아래 ‘허용됨’이라는 버튼을 왼쪽으로 밀어야 했다. 뉴욕타임스는 구독은 쉽게 한 반면, 해지하려면 상담원과 통화하거나 채팅하도록 유도해 놓았다. 2021년 한 누리꾼은 뉴욕타임스를 해지하려 17분 동안 채팅해야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다크패턴이 효과를 보는 것은 인간의 행동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크패턴이 잘 알려지고 정부도 규제하니 많이 사라졌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2년 유럽연합(EU) 의회가 연구한 결과 검토한 웹사이트와 앱의 97%에서 하나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칠레 전국 소비자 서비스가 2021년 조사한 결과 64%의 웹사이트에서 다크패턴을 활용하고 있었다.
저자는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다크패턴을 만들기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않아도 AI가 기존 다크패턴을 학습하면 훨씬 발달된 다크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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