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오리가 웃어요”·“거북선이 커요”… 어린이들 뛰노는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부산=박소정 기자 2024. 5.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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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준비하는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평일에도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들 북적
1000여마리 물고기 사는 터널 수족관부터
항해역사 쉽게 들려주는 ‘별빛 항해단’까지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지난 2일 한 여자 어린이가 터널 수족관에 떠다니는 가오리와 물고기 떼를 구경하고 있다. /박소정 기자

지난 2일 찾은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는 평일임에도 엄마·아빠 손을 붙잡고 온 어린이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이곳 박물관 3층에 있는 터널 수족관에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겼다. 70종·1000여마리의 해양 생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하얀 배를 드러내며 유영하는 가오리들을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니며 아이들이 “웃는 표정을 하고 있다”고 깔깔댔다. 광주광역시에서 부산 태종대로 가족 여행을 왔다가 이 박물관에 들렀다는 김지한(7) 어린이는 “가오리랑 상어가 제일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의 터널 수족관 모습. /박소정 기자

국립해양박물관은 부산항의 드넓은 푸른 바다 위 정박 중인 거대한 컨테이너선들과 영도 섬에 즐비한 조선소들을 마주하고 서 있다. 통창으로 된 박물관 로비에선 이런 광경이 한눈에 보이는데, 이마저 현대 해양 산업사(史)의 한 대목이라고 전시해 보여주는 듯했다.

2012년 개관한 이곳은 해양수산부 산하 국내 유일 ‘종합’ 해양 박물관이다. 등대나 과학, 해양생물 같은 특정 테마를 주제로 한 해양 박물관은 여럿이지만, 국내외 해양·항해 역사와 인물·의식·산업·생물 등을 총망라해 보여주는 전시장으로는 유일하다. 어른들이 지식을 얻어가기에도 유익하지만,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리가 많아 어린이들에게도 인기다. 지난 한 해에만 76만9484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 입구. /박소정 기자

박물관 2층 어린이 박물관에도 어린이들은 가득했다. 이곳은 만 3~8세 미취학 아동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곳이다. 어린이 박물관 한켠에는 한반도 모양으로 된 울퉁불퉁한 매트가 깔려 있었다. 그 삼면을 서해·남해·동해라는 ‘바다 삼 형제’ 인형들이 에워싸고 있다. 구연동화 선생님은 이곳에서 하루 4번 각 바다에 사는 생물과 그 특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준다.

또 다른 한켠에는 불빛을 내는 심해 생물들을 볼 수 있도록 구현해 둔 잠수정 조정실과 컨테이너를 옮기는 미니 크레인이 있었다. 키가 아빠 허벅지 높이까지 밖에 오지 않는 자매가 크레인에 있는 화살표 모양 버튼을 요리조리 눌러서 컨테이너를 실어 날랐다. 아빠는 옆에서 “커다란 컨테이너에는 여러 가지 물건을 가득 담을 수 있어. 키가 큰 크레인을 이용해서 이렇게 배에 싣고 내리는 거야”라고 설명해 줬다.

지난 2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내 어린이 박물관에 있는 '들락날락 항만' 기구에서 어린이들이 체험을 하고 있다. 크레인 위 화살표 버튼을 눌러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다. /박소정 기자

박물관 3층 미디어 전시실에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형식으로 해양과 선박의 역사가 10분짜리 움직이는 그림으로 구현돼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함께 ‘시대를 항해하다’란 주제로 선보인 전시다. 고대의 목조 범선부터 대항해 시대에 신항로를 개척하는 배들, 산업화 시대의 증기선, 타이태닉호를 닮은 거대 여객선들이 넘실대는 파도를 넘어 눈앞을 지나갔다. 한 남자아이가 바닥에서 헤엄치는 거북이, 고래, 물고기 떼를 따라 밟고 뛰어놀았다.

4층에 마련된 ‘항해관’에선 만 6~8세 어린이들로 구성된 ‘별빛 항해단’ 단원들이 모여 해설을 듣고 있었다. 입구부터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이 펼쳐졌다. 유아 전문 해설사가 “여기서 가장 밝은 별을 찾아보세요”라고 하자, 한 단원 어린이가 “저기요!”라고 가리켰다. 해설사는 “이걸 북극성이라고 해요. 어두울 때 배가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요”라고 알려줬다.

별빛 항해단이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약 10척의 대항해 시대 범선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중에는 ‘골든 하인드호’도 있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탐험선이자,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번 해적선으로 알려져 있다. 해설사는 “배에는 보물 상자들이 가득 실려 있었는데, 어떤 게 들어 있을까요?”라며 배 안 창고를 구현한 다음 전시실로 이동했다. 새큼한 ‘향신료’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항해관에 전시된 대항해시대의 범선 모형. ‘골든 하인드호’를 형상화한 배다. /박소정 기자

해적선을 구경한 아이들은 이내 거북선을 찾았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최근 해군과 협력해 고증한 거북선 모형을 이곳에 전시했다. 역사 그림책이나 유튜브 속에서 쉽게 접해서인지 거북선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라고 한다. 부모님과 함께 놀러 온 명서아(6) 어린이는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라는 질문에 “거북선이 컸어요!”라고 대답했다.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항해관에 전시된 거북선 모형. /박소정 기자

국립해양박물관은 비단 어린이들만이 즐기는 곳은 아니다. 3층 해양관에선 우리 선조들이 바다와 함께 살며 쌓아온 문헌·예술·문화 자료를, 4층 항해관에선 세계 항해의 역사를 비롯해 우리 선박·수군의 해양 활동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조선 시대 일본으로 보내진 외교 사절단을 일컫는 ‘조선 통신사’ 행렬도, 17~18세기 유럽 탐험가가 그린 지도첩 속 한반도의 흔적 등 1만5000여점의 유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충무공 이순신의 탄신 479주년을 기념한 ‘조선, 바다를 지켜내다’란 테마 전시도 오는 6월 16일까지 함께 열린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 중인 1711년 '조선통신사 행렬도'(국사편찬위원회 소장본 등)의 이모본(移模本·원본을 두고 베껴그리는 것으로 모사와는 다름). /박소정 기자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은 이런 정규 전시·프로그램 외에도 4일과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용왕님도 흠뻑 빠짐’이란 주제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바다와 독도에 대해 알아보는 유아 대상 놀이 교육 ‘반짝반짝 독도 탐험’과 ‘어린이 별빛 항해단’ 전시해설, 심해아귀 등 만들기 놀이가 열린다. 체험형 프로그램은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된다. 입장료는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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