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유방암에 효과 없나…과학계는 논쟁 중

이병철 기자 2024. 5.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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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이 유방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과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아스피린이 유방암 사망률을 낮추는 데 과학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임상시험 결과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유방암 연구자인 잔느 만델블라트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다양한 상태의 환자를 참여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실제로는 다양성이 크지 않았다"며 "과도한 염증이 발생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아스피린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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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임상시험서 유방암에 효능 여부 확인 못해
“참가자 다양하지 않아 효과 확인에 한계” 의견도

아스피린이 유방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과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항염증제인 아스피린은 유방암 사망률을 낮춰준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스피린을 처방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다양성이 크게 떨어져 실제 효능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한 약국에 진열돼 있는 저용량 아스피린 제품. 아스피린을 저용량으로 꾸준히 먹었을 때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이와 정반대의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의료계와 과학계에서는 아스피린의 효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의 연구기관 47곳이 참여하는 ‘종양학 임상시험 연합(Alliance for Clinical Trials in Oncology)’ 연구진은 지난달 29일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아스피린이 유방암에 효과가 없다는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유방암 환자 3020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절반으로 나눠 평균 33.8개월간 아스피린과 가짜약(위약)을 매일 300㎎씩 먹게 한 후 생존 기간을 조사했다. 임상시험을 시작한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스피린을 먹은 환자들은 가짜약을 먹은 환자들보다 무병 생존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춘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무병 생존율은 치료를 시작한 이후 병이 재발하지 않고 특정 기간 동안 생존한 비율을 말한다. 아스피린이 유방암 사망률을 낮추는 데 과학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임상시험 결과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고위험 유방암 환자에게 아스피린 치료는 재발 위험이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아스피린은 유방암의 보조 치료법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아스피린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의료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유방암 환자들이 300㎎ 정도로 적은 용량의 아스피린을 주기적으로 먹으면 사망률이 다른 환자보다 낮았다는 추적 연구 결과가 의학계에서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유방암에 대한 아스피린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임상시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추적 연구는 환자들의 일상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만, 임상시험은 여러 조건을 통제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만큼 과학적인 근거와 정확성이 더 높은 방식이다. 이번 연구진은 “아스피린이 유방암의 사망 위험과 재발률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는 부족했다”고 밝혔다.

기존 통념과 다른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의료계와 과학계는 임상시험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아스피린의 효능을 주장하는 측은 임상시험 참가자의 다양성이 크게 떨어져 아스피린의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방암 연구자인 잔느 만델블라트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다양한 상태의 환자를 참여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실제로는 다양성이 크지 않았다”며 “과도한 염증이 발생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아스피린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23세부터 69세까지 참여했다. 그러나 미국 유방암 환자는 65세 이상인 경우가 4분의 3에 달해 이번 임상시험 참가자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합 연구진은 70세 이상의 경우 출혈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나이를 제한했다. 이외에도 암 세포 주변의 미세 환경과 환자의 악화된 건강 상태로 인해 아스피린의 효과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만델블라트 교수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해결하지 못한 여러 질문이 남아 있다”며 “의료진은 환자와 상의해 아스피린을 여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JAMA(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2024.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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