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 사이, 잃어버린 우정을 찾아서

채민기 기자 2024. 5. 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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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빌리 베이커 지음|김목인 옮김|열린책들|280쪽|1만8000원

“중년 남성에게 닥친 우정의 위기에 대해 써주세요.”

상사가 “당신에게 딱 맞는 얘기”라며 취재를 제안했을 때 미국 보스턴글로브 기자인 저자는 속으로 발끈했다. “내가 중년이라고?” “내가 친구도 없는 놈이라는 거야?” 그러나 곧 자신이 ‘적임자’임을 인정해야 했다. 마흔을 넘어서면서 일도 가정도 안정됐지만 가장 친한 친구들조차도 언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기사가 나간 뒤 전 세계에서 공감 이메일이 수천 통 쏟아진다. 외로움이 “21세기의 새로운 유행병”임을 깨달은 저자는 행동에 돌입한다. 유럽으로 이사 간 친구를 무작정 찾아가고, 고교 졸업반 시절 수업을 빼먹고 반항아 흉내를 내던 공원에 동창들을 불러 모아 하루를 제쳐버린다.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그 과정에서 얻은 공감과 위안을 유쾌한 필치로 풀어나간다.

얼마나 무모하고 엉뚱한 일을 벌이는지는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위해 참여하는 것. 의향을 보여 주는 것이다.” 외롭다고 말하는 것은 인생의 패배 선언이 아니며, 우정을 지켜나가는 것 역시 ‘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봤을 때,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당황하는 중년 남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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