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보다 더 튄 이재명…12분간 단일대오 강조 연설

성지원.강보현 2024. 5. 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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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천하’ 민주당, 새 원내대표 박찬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왼쪽)이 새 원내대표로 확정됐다. 박 신임 원내대표, 홍익표 전 원내대표, 이재명 대표(왼쪽부터)가 양팔을 들어올린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일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찐명’ 박찬대 의원을 선출한 건 예상된 일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의중, ‘명심(明心)’이 작동한 사실상 추대였다. 이날 예상 못 한 건 이 대표의 12분에 달하는 이례적으로 긴, 그러면서도 ‘정치결사체 구성원’임을 강조한 연설이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연임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이재명 일극(一極)체제’가 어느 정도 심화할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 투표에 앞서 단상에 올라 당과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 개개인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정치 결사체 구성원”이라며 “여러분이 차지하는 그 지위, 역할이 결코 혼자만의 능력으로 만들어 낸 개인의 획득물이 아니다.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실 때 잊지 말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당론 입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정말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자기 신념을 주장하고 당의 발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위해서 필요한 말은 과감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최소한 모두가 합의한, 동의한 목표에 대해선 자신의 신념과 가치, 양심에 반하는 게 아니라면 따라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법안도 개인적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몇 차례 봤다”며 “그건 정말 옳지 않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반대하지도 않아 놓고 정해진 당론 입법을 사실상 무산시키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에선 몇몇 중진 의원이 “그런 사례가 있었느냐”고 웅성거렸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다선들도 ‘기억나는 사례가 없다’고 하더라.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좀 의아했다”며 “마치 이 대표가 군기를 잡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속도감 있게 끌고 나겠다는 ‘돌격 앞으로’ 선언 같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같은 건 없어야 한다는 경고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2대 총선 당선인 171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독 입후보한 박 의원을 재적 의원 과반 득표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22대 국회가 실천하는 개혁 국회가 되도록 신발 끈을 꽉 매고 있는 힘껏 뛰겠다”며 큰절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박성준 의원을, 정책수석부대표에 김용민 의원을 지명했다. 두 사람 모두 친명계로, 22대 국회에서 재선이 된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실천하는 개혁 국회, 행동하는 민주당”을 슬로건으로 제시한 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이란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엄중하게 지켜만 보고 머뭇거리다 실기(失機)하는 과거 민주당과는 결별하고, 국민 부름 앞에 신속하게 움직이고 성과와 실적으로 화답하는 행동하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 즉시 재추진 ▶민생회복지원금 추가경정예산 협상 시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 민주당 몫 확보 ▶검찰·언론개혁 가속화 등을 공약했다.

당선 후에도 “협치는 아름다운 일이나, 입법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에게 효능감을 주지 못한다면 성과를 내는 쪽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재차 “(22대 국회) 첫 번째 원 구성과 관련해 법사위·운영위는 우리가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가 거명한 하나하나가 정부여당이 강하게 거부감을 가진 사안들이다. 원 구성부터 갈등을 빚을 개연성이 높다. 이미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180석 여당으로 ‘과반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갖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게 민주주의 원리’라고 주장해 원 구성이 47일간 지연됐다. 민주당은 관례를 깨고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했고, 후반기 국회 들어서야 국민의힘에게 내주었다.

당장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대 국회도 일방적으로 독주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거대 야당 마음대로 국회를 쥐고 흔들어도 된다’는 것이 총선의 민의라 생각했다면 이는 분명한 착각”이라고 반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인천 연수갑에서 내리 3선 한 박 원내대표는 대표적 ‘찐명’ 인사다. 이 대표를 만나면서 정치적 위상이 커졌다. 2021년 대선 캠프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고, 회계사 경험을 살려 대장동 의혹 방어전에 앞장섰다. 이 대표에게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도 박 원내대표라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명심(明心)은 박찬대’임을 입증해냈다. 김민석·김성환·박주민·서영교 등 출마 희망자가 하나둘씩 출마 의사를 접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원내대표 단독 출마는 2005년 열린우리당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만장일치로 추대된 이후 처음이다.

성지원·강보현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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