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어린이날 선물했는데…이젠 선물 남을까봐 걱정”
안 대표는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선물 꾸러미 2000개를 준비했다고 한다. 장난감과 학용품·먹거리 등을 저학년·고학년·남학생·여학생에게 고루 나눠주기 위해 선물도 네 종류로 마련했다. 선물 외에도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상품권과 장학금을 건네고 선물 꾸러미를 만드는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했다. 그는 “20여 년 전 선물을 받아 간 아이들이 자식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 출신인 안 대표는 1972년 농기계 대리점을 연 뒤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1999년 장흥에 엘디마트를 개업하면서는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위해 1년에 두 차례씩 선물을 줬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한 게 항상 한이 됐다”며 “주변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처음으로 기부한 것은 급식비 지원이었다. 10여 년간 장흥 지역 학교에서 두 명씩 추천을 받아 식비를 지원했다. 이후 2001년부터는 어린이날과 성탄절 때 어린이 3000~4000명에게 1억원 상당의 선물 세트를 나눠주고 있다.
아이들 돕기로 시작한 안 대표 선행은 노인과 장애인 등으로 확대됐다. 이후 그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과일과 라면·쌀 등을 전달하며 25년 이상 나눔을 실천해 왔다. 그동안 기부한 돈만 40억원에 달하는 그는 대한민국 발전대상과 대한민국 글로벌파워브랜드 대상 등을 받기도 했다.
안 대표는 10년 전 정읍시로 이사한 뒤로도 고향인 장흥 경로당을 수시로 찾는다. 지난해에는 노인 시설 67곳을 돌며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독거노인이나 어린이들이 지원금을 받고 흐뭇해할 때면 세상 고민이 눈 녹듯 사라진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나눔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항상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싶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어린이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어린이날 선물 4500개를 준비하고도 부족했지만 최근엔 2000개도 남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그는 남는 선물을 자애원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예전에는 전남 장흥과 강진 등에서까지 어린이들이 몰려와 선물이 부족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선물이 남을까 봐 걱정”이라며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귀한 보물 같은 존재들인 만큼 갈수록 떨어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정읍=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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