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일까지 병실 비워라"…요양병원 '줄폐업', 왜?

이한주 기자 2024. 5. 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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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늘며 요양병원 폐업 잇따라
폐업 한 달 전 통보해야 하지만 단속 어려워
[앵커]

최근 인천의 한 요양 병원이 돌연 환자들에게 내일(4일)까지만 운영한다고 통보한 뒤에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요양 병원은 한때 1천5백곳이 넘을 정도로 많았는데, 이제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한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의 한 요양병원입니다.

병원이 텅 비어있습니다.

문 연 지 4개월 만입니다.

[요양병원 환자 : 보호자가 와서 갑자기 이럴 수가 있냐고 언성 높이고…]

경영난이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요양병원 2곳이 같은 이유로 문을 닫았습니다.

환자 수는 그대로인데 병상 수가 워낙 많이 늘어난 탓입니다.

실제 2010년 867개던 요양병원은 2020년 1582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주열/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 국가가 계획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 병상을 가져야 하고 이런 것을 추계를 해서 100개면 충분하다라고 하면은 100개 이상은 허가를 해주지 말아야 되잖아요. 그런 게 아니고 요건만 갖추면은 해주고 있었던 거죠.]

출혈경쟁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유치를 위해 병원비를 돌려주는 일명 '페이백'까지 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영난을 못견디고 폐업하루 전에 환자들에게 통보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요양병원 환자 :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하루 전날 비워줘야 한다고… 갈 데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요양병원 해고직원 : 잘 다니던 병원 그만두고 온 거예요. 근데 갑자기 이렇게 문을 닫고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딨냐…기막히고 황당해, 밥줄 끊어놓은 거 아냐.]

하지만 피해를 막을 규정은 마땅치 않습니다.

병원이 폐업하려면 한 달 전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알려야 하지만 폐업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는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추홀구청 관계자 : 지금 이 상태대로 30일 지나고 나서 (신고)하면은 상관이 없고요. 영업권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환자가 없어도 그 영업 자체는 이제 유효한 거라… 실질적으로 폐업 신고가 들어와야 저희가 확인을 할 수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개업에 대한 평가 기준도, 모니터링도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강희정/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더 확실한 모니터링을 통해서 모니터링 결과들이 공개되고 그래서 이런 것들의 위험 신호들을 사전에 확인해서 조치할 수 있는 대응 구조들이 만들어져야…]

우후죽순 늘었다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요양병원들 지역별 병상 총량제와 함께 갑작스러운 폐업에서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영상디자인 유정배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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