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TV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야 뜬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5. 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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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재 님께서 일촌신청을 거절하셨습니다. 맘 상해하지 마시고.'

10대와 20대는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를 것이다.

내가 보낸 '일촌신청'을 거절했다는 건 요즘 페이스북에서 친구맺기를 거절당하는 것과 같은데, 잔인하게도 '거절 메시지'가 자동으로 발송된 것이다.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와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 팬 임솔의 이야기로, 임솔은 류선재를 지키기 위해 2008년으로 시간을 거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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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예능 레트로 열풍
싸이월드 등 2000년대 감성
'선재 업고 튀어' 화제몰이
'수사반장 1958'도 인기
기성세대는 옛 향수에 젖고
젊은 세대는 과거 간접 경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한 장면. tvN

'류선재 님께서 일촌신청을 거절하셨습니다. 맘 상해하지 마시고….'

10대와 20대는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를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중반 '싸이월드'를 이용했던 30대와 40대는 저 문장에 담긴 쓰디쓴 의미를 아직 잘 기억하고 있다. 내가 보낸 '일촌신청'을 거절했다는 건 요즘 페이스북에서 친구맺기를 거절당하는 것과 같은데, 잔인하게도 '거절 메시지'가 자동으로 발송된 것이다. 저건 자신의 인간관계를 되돌아봐야 하는 심각하고도 오묘한 메시지였다. tvN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오는 장면으로, 이 드라마는 2000년대 감성으로 충만하다.

드라마 '수사반장1958'의 한 장면. MBC

'레트로 콘텐츠'가 방송가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복고풍 콘텐츠가 드라마와 예능에 전면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짧게는 2000년대부터 멀게는 1950년대까지, 구매력 높은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들이다. 이미 사회의 중추로 성장한 기성세대들은 과거의 감정을 현대화한 드라마나 예능을 시청하며 즐거워하고,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는 과거의 풍경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3일 펀덱스(FUNdex)에 따르면 '선재 업고 튀어'는 '눈물의 여왕'에 이어 화제성 점유율 2위에 오른 콘텐츠다. 포털 사이트의 게시글 수, 동영상 수, 댓글 수 등을 합산해 '눈물의 여왕'이 현재 21.83%로 1위, '선재 업고 튀어'가 16.60%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이 드라마의 최대 매력은 '싸이월드 감성'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3부작에서 다루지 못했던 2000년대 감성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와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 팬 임솔의 이야기로, 임솔은 류선재를 지키기 위해 2008년으로 시간을 거스르게 된다. 그 결과 화면에는 샤기컷, 인터넷 얼짱, 나무 책상, 브라운관 TV 등 과거를 재현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BGM도 드라마 배경음으로 깔리는데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김형중 '그랬나봐') 같은 당대 히트곡이 흘러나온다. 브라운아이즈 '점점', 러브홀릭의 'Loveholic'은 시간을 약 20년 전으로 옮겨놓는다.

MBC 드라마 '수사반장1958'은 한국 방송역사상 20세기 최고 히트 드라마였던 최불암의 '수사반장' 프리퀄이다. 프리퀄이란 드라마 속 중심인물의 전사(前史)를 다룬 콘텐츠를 뜻한다. '수사반장1958'은 대한민국 명배우 최불암이 종남경찰서를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 들어가 후배들과 인사하다가 복도벽에 걸린 '1962년 전설의 형사들' 액자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과거 사진을 보면서 시간은 1958년으로 이동한다.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이제훈)는 뱀 30마리를 풀어 세상의 '천하제일 나쁜 놈'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가 묘사하는 20세기 중반 한국 사회의 풍경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실시간으로 시청했던 '수사반장'의 뜨거운 열기, 그리고 회한과 맞물린다.

올해 초 방영된 tvN 예능 '아파트404'는 복고풍을 예능에 접목한 독특한 시도였다. 유재석, 차태현, 오나라, 제니 등이 진청색 청바지나 무스탕을 입고 출연해 '그날, 대한민국 아파트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를 논하는 추리극 버라이어티다. 1986년 학생 불법과외 사건, 1998년 마포 황금아파트 사건 등 실화를 예능으로 다룬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마존프라임에서 21개국 '톱10'에 들었고, 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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