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로 인생이 바뀐 소방관[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26)
2016년 소방관 임용 직후부터 자기 개발 매달려...대심도 다이빙 자격증까지
탱크로리 염소 누출·초량지하차도 침수·전투기 추락 사고 등 대형 사고서 맹활약
"이젠 국민뿐 아니라 동료들 생명까지 지키는 소방관 되...
[편집자 주]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이 새기는 신조 같은 문구다. 불이 났을 때 목조 건물 기준 내부 기온은 1300℃를 훌쩍 넘는다. 그 시뻘건 불구덩이 속으로 45분가량 숨 쉴 수 있는 20kg 산소통을 멘 채 서슴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위험에 기꺼이 가장 먼저 뛰어드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인 것이다.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희생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단련된 마음과 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소방공무원 건강 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 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이상자 중 6242명(13.7%)은 직업병으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확인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꼭 그러길 바랐다. 그러나 상황은 심각하게 흘러갔고 결국 300여 명의 아까운 삶이 차디찬 바다에서 세상과 작별했다. 윤 씨는 바로 그때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 가지 굳은 다짐을 하게 된다. ‘사람을 구하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그 이후 대한적십자사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소방관이 되기 위한 준비에 매달렸다. 그렇게 윤 씨는 2016년 2월 1일 경남 남해소방서 소방관으로 임용됐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윤 소방관은 임용 직후부터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했다. 구조 대원으로서 더욱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는 몇 년 뒤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딴 데 그치지 않고 지난 2일엔 제주도에서 ‘테크니컬 다이빙(technical diving) 1’ 자격증도 땄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단순 레저 활동에 적합한 자격증이라면, 테크니컬 다이빙 자격증은 감압 환경의 수심 50미터 이하 깊은 심도까지 잠수를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윤 소방관은 “2019년도에 경남 합천댐에 헬기가 추락했다. 다행히 인명은 모두 구조했지만 헬기 부품 등을 수거해야 하는데 그때 합천댐 수심이 약 70미터 가량 됐다”며 “그 정도까지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도내에는 없어서 결국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소방관이 출동했다. 그 상황을 보면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회고했다.
염소 가스는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황록색 기체로 폐로 들어가 몸속의 물과 반응하면 염산이 된다. 흡입뿐 아니라 피부에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이다. 전신을 가린 연두색 화학보호복(레벨A)을 입고 현장에 나타난 윤 소방관은 침착하고 신속하게 더이상의 염소 누출을 차단했다. 또 지하수 및 토양 오염을 막기 위해 방제둑을 쌓고 중탄산나트륨으로 염산을 중화시켰다. 윤 소방관의 발 빠른 조치 덕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지난 2020년 7월 23일엔 기록적인 폭우로 부산 초량지하차도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윤 소방관은 1시간 이상을 달려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지하차도에서 보트를 타고 인명 수색을 했다. 물속의 차량 및 토사로 인해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실종자를 가족의 품에 돌려주고 싶은 생각에 마음을 애타게 졸였다.
지난 2022년 4월 1일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야산의 공군 훈련용 전투기 추락 사고 현장에도 윤 소방관은 있었다. 훈련기 동체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군 조종사를 한시라도 빨리 구조하기 위해 해체 장비를 이용해 구조 활동에 열중하던 윤 소방관은 동체 주변에서 신체 일부를 발견했다는 무전을 듣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구조 대원으로서 크고 작은 사고 현장을 누비고 있는 윤 소방관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민의 생명뿐 아니라 동료의 생명까지도 책임지겠다는 것이 바로 윤 소방관의 더 큰 꿈이다. 그는 “소방관 순직 사고가 여전히 많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동료들의 순직까지 막을 수 있다면 더 보람될 것 같다”며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도 부단히 자기 개발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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