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어린이정원 1주년, “오염물질 위 졸속 개방 멈춰야”
시민단체들이 오염물질을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채 개방해 논란을 빚은 용산 어린이정원 운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는 3일 오전 11시쯤 용산 어린이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된 용산 반환 기지가 어린이정원으로 졸속 개방된 지 벌써 1년”이라면서 “개방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가면을 쓴채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정부는 반환된 미군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지난해 5월부터 시민에게 개방했다. 문제는 이 부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물질이 다량 검출됐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2021년 실시한 ‘용산기지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를 보면 사우스포스트 내 주한미군 숙소 부근에서 발암류로 알려진 벤젠과 페놀류가 각각 기준치의 3.4배, 2.8배 높게 나타났다. 석유계총탄화수소는 기준치의 29배가 넘었다.
2022년 임시개방을 앞두고 이 사실이 보도되자 정부는 ‘위해성 저감 임시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오염된 땅을 정화하려면 수년에 걸쳐 땅을 파내야 하나,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땅을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잔디로 덮겠다는 계획이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주요 요웜원인 항공유와 휘발유 등은 가벼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상층부로 이동하는 성향이 있으므로 토지 피복만으로는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흙으로 오염부지를 덮어 개방을 강행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5130600001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10261540001
단체는 “지난해 8월 분수정원이 조성된 숙소·학교 부지는 82%의 토양이 공원 조성 기준치를 훨씬 넘어서는 오염물질들이 검출된 곳이고, 북쪽으로 30~40m 지점에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바 있다”면서 “ 이곳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들은 오염된 흙먼지가 흩날리는 공사현장에서 보호장비 없이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시민의 건강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당장 어린이정원 개방을 중단하는 게 맞지만, 윤 정부는 2024년 132억의 예산을 증액한 435억을 오염부지 개방에 배정했다”면서 “미군기지 정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혈세로 만들어놓은 용산 어린이정원 시설물을 전부 철거하고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그런데도 계속 세금을 정원 조성에 쏟아붓는 건 애초 오염 정화를 하지 않겠다는 속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를 위법하게 막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지난해 7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용산어린이정원에 설치된 윤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20명은 사전 예약 신청을 했다가 입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단체는 “어떤 사유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을 출입금지시켰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에 쓴소리하는 사람들의 입을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 법률이 아닌 어린이정원 자체 조항으로 특정 인물들을 출입금지 시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행동자유권, 알 권리, 표현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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