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KN-23’ 이름이 4개나 되는 까닭은[박성진의 국방 B컷](6)

2024. 5. 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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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은 종류도 많고, 종류마다 붙여진 이름도 많다. 예를 들어 <2022 국방백서>가 ‘이스칸데르형 전술유도탄’으로 설명한 북 미사일을 살펴보자. 앞서 2020년 합동참모본부는 이 미사일을 ‘19-1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으로 지칭했고, 한·미 군사정보당국은 ‘KN-23’이란 명칭을 사용했다. 하지만 정작 이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스스로 붙인 이름은 ‘화성-11가형’ 신형전술유도탄이다. 미사일 하나에 붙은 이름만 4개인 셈이다. 이와 같은 북한 미사일 종류와 명칭을 하나도 아니고 모두, 시리즈별로 외우고 있다면 진정한 ‘밀덕(군사 마니아)’이라고 할 만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9년 5월 10일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발사 장면 / 연합뉴스



■사라진 ‘한국형 코드’

이처럼 북한 미사일 이름이 여러 개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은 개발한 무기 명칭을 군사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사회주의 국가의 신형 무기를 발견하면 자체 코드를 붙인 명칭을 부여했다. 냉전 시절인 1957년에 소련이 제작한 ‘R11’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서방 정보기관은 1960년대 초반 이 미사일의 존재를 발견하고 ‘스커드’란 나토 코드명을 붙였다.

북한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한·미 군사정보당국은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자 체계적 분류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발견된 순서에 따라 북 미사일에 ‘KN-코드명’을 붙였다. KN은 ‘North Korea(북한)’의 영문 머리글자를 앞뒤로 바꿔 붙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KN-23’ 이스칸데르형 전술유도탄은 미국이 위성 등 정찰·정보자산으로 파악한 23번째 미사일이란 의미다. 이처럼 발견 순서대로 명칭을 붙이다 보니, 일부 미사일의 경우 북한이 나중에 개발한 미사일인데도 먼저 개발한 미사일 번호보다 앞선 숫자가 붙은 예도 있다.

한·미 군사정보당국은 북한 미사일이 최초로 식별된 곳의 지명을 따서 미사일 이름을 붙인 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 5월 함경남도 함주군 노동리에서 확인한 북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노동 미사일’이다. 노동리에서 발견했다고 해서 부른 명칭이고, ‘KN-코드’로는 ‘KN-5’다. 북한이 붙인 노동 미사일의 이름은 ‘화성포-7형’이다. 무수단과 대포동 같은 북한 미사일 이름도 노동 미사일처럼 지명을 붙인 사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빈번해지고, 발사 장면은 물론 열병식에까지 미사일을 노출하면서 관련 정보량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북 미사일 종류와 명칭에 관한 관심이 늘어났고, ‘KN-코드’ 시리즈 명칭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언론이 보도한 ‘KN-코드’에 관해 군 당국은 공식 확인을 일절 해주지 않았다. 한국군이 ‘KN-코드’ 명칭을 공개하는 것을 미군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N-코드’는 미군의 우주·미사일 담당 기관이 부여한 것으로, 미국 측이 군사비밀로 취급할 것을 요청해 한국군은 지금도 외부에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만 미군에 있는 게 아니라 북한 미사일 코드명의 공개 권한도 미국 측이 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알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20년에 등장한 ‘숫자 코드’로, ‘한국식 코드명’ 분류법이다. 이는 당시 합참 정보본부장 겸 국방정보본부장이었던 김영환 중장(육사 42기)이 시도했다. 김 정보본부장은 북한의 발사체 분석 및 평가에 있어 한국군의 역할이 큰데도 무조건 미국 측의 지시에만 따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그의 주도 아래 군 당국은 ‘연도-순서’별로 전년도에 발사된 북 미사일의 명칭을 붙였다. ‘19’는 발사체 발사 연도(2019년), 그다음에 나오는 숫자는 발사된 순서에 따른 일련번호였다. 가령 ‘19-1’은 북한이 2019년에 처음 발사한 미사일이라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KN-코드’와는 다른 체계인 한국군 자체 코드가 ‘19-1’부터 ‘19-6’까지 부여됐다. 그러나 김 정보본부장이 2020년 전역하면서 한국식 코드 명칭도 함께 사라졌다.

■북의 미사일 명칭 공개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잇달아 한 뒤 조선중앙텔레비전 등 공식 매체를 통해 관련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붙인 명칭을 함께 공표했다. 이는 대외적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포함한 신무기 능력을 외부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공개한 영상만 보고도 발사체의 연료가 무엇인지도 쉽게 파악이 됐다. 불꽃이 촛불 모양이면 액체형, 치마 모양이면 고체형이다.

북한은 2021년 10월 11일, 북한의 무기박람회 ‘자위-2021’에서 ‘화성포-17형’이라는 다탄두로 추정되는 ICBM을 공개했다. 지난해 4월 14일에는 최대사거리가 1만5000㎞인 고체연료 3단 ICBM을 발사하면서 ‘화성포-18형’이라는 이름을 밝혔다.

북한은 자신들이 발사한 SLBM도 ‘북극성’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개했다. 미국 핵잠수함 SLBM 이름도 북극성이란 의미를 가진 ‘폴라리스’다. 미국과 북한의 SLBM 명칭이 똑같은 셈이다.

북한은 미사일뿐만 아니라 새로 시험하거나 배치하는 신형 무기의 명칭도 잇달아 공개했다. 신형 무인정찰기의 이름은 ‘새별-4형’인데 외형이 미 RQ-4 글로벌호크와 거의 같아 ‘북한판 글로벌호크’로도 불린다. 북한은 2012년부터 11년간 개발했다는 핵 무인수중공격정의 이름도 ‘해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은밀하게 작전수역에 잠항해 수중 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과 주요 작전 항을 파괴 소멸한다”며 명칭의 의미까지 설명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신형 미사일 명칭을 공개하자 언론에서도 굳이 한국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KN 코드명을 보도할 필요가 없어졌다. 북의 KN 시리즈 미사일 초기형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독사’로 불리던 KN-02 이동식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은 이미 폐기했다. 북은 KN-03으로 불리는 스커드B와 KN-04인 스커드C 등 액체연료 미사일도 도태시키고 있다.

북 ICBM은 온도가 7000도 내외인 대기권 재진입 시 열과 압력으로 생기는 ‘화학적 삭마(깎이고 갈림)’를 극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한·미 군사정보당국은 본다. 화학적 삭마 현상으로 발생하는 수천도 고온의 플라스마 흔적이 북 ICBM 발사 후 대기층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학적 삭마 시 탄두부가 안정적 형태로 깎여야 예정된 궤도를 비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권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대기권 재진입 직후 폭발하게 된다. 북한이 화학적 삭마 현상까지 극복해 ICBM 발사에 성공하면 한·미가 ‘KN-코드’ 숫자를 더 높여 명칭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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