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부터 배우는 인생론[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8)

2024. 5.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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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대표하는 그림을 Dalle-3에 그려보라고 지시한 결과 / 이경전 제공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이 시대에 그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배우다 보면 인생의 지혜도 얻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A*(에이스타) 알고리듬이다. 인공지능 교과서를 펼치면 꼭 나오는 챕터가 있는데 그것이 탐색(Search)이다. 탐색이란 현재 상태에서 목표 상태로 도달하는 행동의 순서를 찾는 과정에서 그 경로의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이득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맹목적 탐색(Blind Search)은 말 그대로 눈감고 탐색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현재 있는 위치에서 인천공항에 가고 싶다고 할 때 아무 정류장에 가서 아무 버스나 타고 아무 데나 내려서 다시 아무 버스나 타는 식으로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며칠이 걸려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맹목적 탐색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다.

인생 낙관적으로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우리가 인생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보를 가지고 탐색을 해야 하는데, A* 알고리듬은 두 가지 정보를 계산해서 탐색한다. 하나는 현재 상태까지 오는 데까지 걸렸던 비용을 계산하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걸릴 것으로 추정되는 예상 비용을 계산한다. 그렇게 계산한 두 비용을 합쳐서 그것이 가장 작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걸릴 비용보다 늘 작게 추정할 수 있다면 이 알고리듬은 언제나 최적의 경로를 찾아낸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 알고리듬이 가르쳐주는 인생의 지혜는 지금까지 든 비용을 늘 계산하는 인생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 동시에 앞으로 들 비용을 추정하는 데에 있어 늘 낙관적으로 추정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올 고초를 비관적으로 추정하는 염세적인 사람보다는 낙관적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 사람이 인생의 최적 경로를 결국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앞으로 들 비용을 너무 낙관적으로 추정하는 사람은 마치 돈키호테와 같이 비현실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실제 들 비용보다는 작게 추정하면서도, 낙관적인 전망 중에서는 제일 비용을 현실적으로 크게 추정하는 태도를 가지는 게 가장 좋다. 실제로 그렇게 해야, 최적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교훈이다.

숫자 퍼즐을 예로 들어보자. <그림 1>의 현재 상태를 오른쪽의 목표 상태로 만들려면 어떤 순서로 하는 게 최선일까?

<그림1> 숫자 퍼즐: 숫자 조각을 움직여 목표 상태로 빨리 이동하는 놀이. 왼쪽이 처음 상태, 오른쪽이 목표 상태



왼쪽 상태에서 당장 움직일 방법은 네 가지다. 2번 숫자 조각을 아래로 내리거나, 5를 오른쪽으로 옮기거나, 6을 왼쪽으로 옮기거나, 3을 위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컴퓨터에 그렇게 문제를 정의해주면 어려워한다. 차라리 지금 가운데 있는 빈 공간을, 왼쪽으로 또는 오른쪽으로, 위쪽으로 또는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문제로 정의해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즉 숫자 5를 오른쪽으로 옮기는 행위는 가운데의 빈 공간을 왼쪽으로 옮기는 행위와 같다. 이렇게 되면 <그림 1>의 문제는 빈 공간을 어느 쪽으로 옮겨가는 식으로 순서를 잡아야 가장 빨리 목표 상태로 이동하는 가에 관한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이제 A* 알고리듬으로 풀어보자.

처음 상태이므로 지금까지 든 비용은 0이다. 그러면, 이제 앞으로 목표 상태까지 갈 비용을 추정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어떻게 하면 될까? 이런 숫자 퍼즐은 우리가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도전해본 루빅큐브를 푸는 문제와 비슷하다.

<그림 2> Dalle-3가 그린루빅 큐브



그런데 루빅큐브는 <그림 2>와 같이 한 면을 한 색깔로 만드는 것까지 하기는 쉬운데, 점점 어려워진다. 어렸을 때 신경질 나서 루빅큐브를 억지로 해체해서 맞춘 경험이 있다. 인공지능에 자동으로 문제를 풀게 하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루빅큐브를 억지로 해체한다는 느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숫자 퍼즐이나 루빅큐브에는 어떤 제약이 있다. 숫자 퍼즐에서도 각 숫자 조각은 인접한 곳에 빈 공간이 있을 때만 움직일 수 있고, 그 숫자 조각을 함부로 떼어내 옮길 수 없는 것이 규칙이다.

루빅큐브에서도 우리는 한쪽 면만을 회전시키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앞서 설명한 A* 알고리듬에서 앞으로 일어날 비용을 낙관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은 바로 현재 내가 닥친 문제에서 ‘주어진 제약이 없다’고 생각하고 비용을 추정해보는 것이다. 숫자 퍼즐 문제에서의 제약은 1) ‘오직 인접한 빈 공간으로만 움직일 수 있어서, 숫자 조각 두 개가 한 자리에 겹쳐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2) ‘숫자 조각을 몇 칸을 점프하듯이 움직일 수 없다’는 최소 두 가지의 물리적 제약이 있는데, 이런 제약이 없는 것으로 상상하는 것에서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위 두 제약이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숫자 조각을 판에서 떼어내 목표 위치로 바로 점프해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추정을 해보면, <그림 1>에서 빈칸을 왼쪽, 오른쪽, 위쪽,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대안을 각각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빈칸을 왼쪽으로 옮기는 순간 1의 비용이 들었고, <그림 3>처럼 된다.

<그림 3>은 <그림 1> 왼쪽 처음 상태에서, 숫자 5를 오른쪽으로 움직인 상태. 즉 빈칸을 왼쪽으로 옮긴 상태. 왼쪽이 현재 상태, 오른쪽이 목표 상태



이제 <그림 3>에서 앞으로 목표 상태로 갈 때까지 들 비용을 추정해야 하는데, 추정하는 하나의 방법은 앞서 설명한 바처럼 두 제약이 다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림 3>의 경우, 1번부터 8번 숫자판 중에 목표 자리로 점프하면서 가야 하는 숫자판은 8개 모두다. 즉 앞으로 들 비용은 8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비용 8은 앞으로 실제로 들 비용보다는 너무 작아서 매우 낙관적이기는 하나 현실적인 비용 추정은 아니다.

아무런 제약 없다고 상상하는 게 필요

이번에는 비용을 추정할 때, 점프는 못 한다고 생각해보자. 즉 숫자판이 겹쳐 있을 수는 있지만, 두 칸이나 대각선 방향 등으로 한 번에 점프는 못 한다고 생각하자. 두 개의 제약 중 하나는 유지하고 하나는 푸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림 3>에서 앞으로 목표 상태로 갈 때까지 들 비용은 각 숫자판이 목표 자리로 갈 때까지 수직, 수평으로 이동하는 횟수를 세어 더하면 된다. 1번 숫자판부터 차례대로 계산하면, 1번의 경우는 위로 2번, 왼쪽으로 1번 이동해야 해서 비용이 3이 든다. 이런 식으로 숫자 8개에 대해 다 계산을 하면, 3+1+2+2+1+3+3+2=17이 된다. 이 비용은 현재 상태에서 앞으로 들 비용보다는 작으면서도, 앞서 추정했던 비용 8보다는 커 더 현실적인 비용 추정 방법이 된다. 더 현실적인 추정은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하게 해준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앞으로 일어날 비용을 자동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 ‘제약이 없다고 상상하는 것’이라는 점은 신비스럽다. 비틀스의 노래 ‘새처럼 자유롭게(Free as a Bird)’처럼 인간도 주어진 제약이 없다고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 알고리듬은 자동차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서빙 로봇이 식당에서 여러 식탁과 손님을 피해서 목표로 하는 식탁으로 이동하는 과정, 테슬라의 FSD와 같은 자율주행 알고리듬 등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된다. 요즘 유행하는 순수 딥러닝으로만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 A* 알고리듬과 같이 다양한 인공지능 방법론이 필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 응용학과·첨단기술 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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