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편의점에 니코틴이 둥둥?...범인은 ‘담배진열대’

임태균 기자 2024. 5. 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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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편의점 95곳 조사…담배 진열대 근처 니코틴 농도 더 높아
직원 및 소아‧청소년 등 니코틴 노출 우려

담배가 진열대에 전시된 상태에서도 유해물질을 공기 중으로 방출한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와 대구가톨릭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공동연구팀은 전국 95개 편의점에 설치된 담배 진열대 주변의 니코틴 농도를 측정한 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약물과 알코올 의존(Drug and Alcohol Dependence)’에 최근 게재됐다.

편의점 담배 진열대 모습. 연합뉴스

건강에 해로운 흡연은 1차‧2차‧3차 흡연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차 흡연이 담배(궐련‧전자담배)를 피우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면, 2차 흡연은 담배를 직접 피우지는 않지만 담배연기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상태를 말한다. 2차 흡연은 다시 ‘주류연(mainstream smoke)’과 ‘부류연(sidestream smoke)’으로 나뉜다. 주류연은 흡연자가 흡입 후 내뿜는 연기에, 부류연은 담배 끝에서 나오는 연기에 각각 노출됐다는 의미다.

3차 흡연은 담배연기가 가구‧옷‧벽이나 자동차 내부와 같은 환경에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흡연으로 생성되는 물질이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그 장소에 흡착돼 있으면서 유해 화학물질을 지속해서 방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흡연자가 떠난 후에라도 해당 장소에 들어간 사람은 3차 흡연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직간접 흡연에 대한 노출 없이 진열대에 전시된 담배 그 자체만으로도 유해물질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연구팀은 담배 진열대가 설치된 전국 95개 편의점에서 니코틴 농도를 측정‧분석했다. 이들 편의점은 99%가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70%는 자주 환기를 한다고 답변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95개 편의점에서 모두 니코틴이 검출됐으며, 담배 진열대 근처의 공기 중 니코틴 농도 중앙값은 0.0908㎍/㎥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 매장 중 담배 진열대와 거리가 가장 먼 지점에서도 니코틴이 0.0345㎍/㎥ 농도로 측정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조사에 참여한 편의점들이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모든 매장에서 니코틴이 검출돼, 단순 환기만으로는 편의점 내 간접흡연을 완전히 예방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니코틴은 일반적으로 흡연 장소가 아니라면 검출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실제로 미국 연구팀이 공항 내 흡연실 주변에서 채집한 공기 중 니코틴 농도는 0.15∼0.72㎍/㎥ 수준이었지만, 공항 외부 금연구역에서는 공기 중 니코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당구장‧스크린골프장‧노래연습장‧커피숍의 공기 중 니코틴 농도가 각각 4.95㎍/㎥‧2.89㎍/㎥‧2.01㎍/㎥‧0.05㎍/㎥라는 분석 결과가 ‘한국생활환경학회지’에 보고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당구장‧스크린골프장‧노래연습장은 흡연자들의 이용비율이 높은 편이며, 커피숍은 비흡연자의 이용비율이 더 높다. 

편의점 내 니코틴 농도는 인접지역에서 흡연이 이뤄졌던 장소들에 비해서는 낮고, 흡연자 이용이 적은 커피숍보다는 높은 수준인 셈이다.

즉 편의점을 비롯한 담배 소매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소아‧청소년 같은 취약 집단이 장기간에 걸쳐 니코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박명배 연세대 교수는 “편의점의 크기가 크면 담배 진열대와 멀어질수록 니코틴 농도가 떨어졌지만, 매장의 크기가 작은 곳은 니코틴 방출원과 거리가 가까워 전반적으로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컸다”면서 “이는 작은 매장일수록 담배 자체에서 나오는 니코틴이 더 집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담배 포장을 완전히 밀봉하는 방식으로 개선함으로써 니코틴의 방출을 확실히 차단하는 등의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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