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도 빵 만들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은퇴 고민하던 그때, 박민호를 다시 뛰게 한 한마디. ‘기적’ 같았던 757일 만의 승리
SSG 사이드암 박민호(32)는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 무려 757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그는 1-6으로 뒤진 5회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상대를 추격할 동력을 마련한 SSG는 7회초에만 6점을 뽑았고, 최종 8-7 역전승을 거뒀다. 2022년 4월5일 수원 KT전 이후 오랜만에 승리를 따낸 박민호는 경기 뒤 “작년에 야구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까 고민했다”며 속앓이했던 지난날을 돌아봤다.
2014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33순위로 SK(현 SSG) 유니폼을 입은 박민호는 2019~2021년 3시즌간 144경기 9승2패 20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 2.89의 수준급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조금씩 팀 내 입지가 좁아졌고, 2023시즌엔 1군에서 10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대부분 시간을 퓨처스(2군)팀 훈련장이 있는 인천 강화에서 보냈다. 박민호는 이즈음 은퇴라는 단어를 데뷔 후 처음 떠올렸다.
그가 경기 후 취재진에게 전한 소감은 기사화됐고, 박민호는 당일 밤 지인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 이튿날인 2일 그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민호는 “어젯밤에 연락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데뷔 첫 승도 아닌데, 난리가 나서 조금 민망했다”고 빙그레 웃었다.
박민호의 부모님은 경기도 시흥에서 빵집을 운영한다. 그래서 박민호의 별명도 ‘빵민호’다. 은퇴를 고민할 때, 박민호는 아버지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빠, 나도 빵 만들까?”,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야구에만 집중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박민호는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1군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야구를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곤, 다시 한번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군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 박민호는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기회를 기다렸다. 지난달 20일 마침내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그는 주로 추격하는 상황에 등판했다. 잘 던져도 티가 나지 않는 자리에서도 성실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간절한 마음으로 2년을 버틴 박민호는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궜다. 그는 “아버지에게 온 연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팀이 역전승한 것을 보시고 ‘기적’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미소지었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던 중, 라커룸에 들어가던 신인 내야수 정준재를 잠시 불러 “2군에서 열심히 훈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준재는 “그렇다”고 수줍게 답했다.
박민호는 “2군 선수들이 정말 훈련을 많이 한다. 어린 선수들이라 힘들어하고 지칠 수 있다”며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와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을 선수들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생기길 바랐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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