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자 약초 씹어 자가치료… 야생 오랑우탄 첫 발견

구혁 기자 2024. 5. 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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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입은 뒤 약초를 이용해 스스로 치료행위를 벌이는 야생 오랑우탄이 처음으로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수마트라섬 아체 남부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해온 연구팀은 2022년 6월 '라쿠스'라는 오랑우탄이 오른쪽 눈 아래 뺨에 깊은 상처를 입은 뒤 '아카르 쿠닝'이라는 약초를 이용해 스스로 치료하는 장면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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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7분간 반복해서 발라
“인간·유인원 공통조상 기원”
약초로 얼굴 상처를 치료하기 전(왼쪽)과 후의 수마트라 오랑우탄 ‘라쿠스’.

상처를 입은 뒤 약초를 이용해 스스로 치료행위를 벌이는 야생 오랑우탄이 처음으로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치료행위가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3일 CNN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의 이자벨 로머 박사팀은 인도네시아 야생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뒤 약초를 먹고 즙을 내어 상처에 바르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밝혔다. 수마트라섬 아체 남부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해온 연구팀은 2022년 6월 ‘라쿠스’라는 오랑우탄이 오른쪽 눈 아래 뺨에 깊은 상처를 입은 뒤 ‘아카르 쿠닝’이라는 약초를 이용해 스스로 치료하는 장면을 관찰했다. 라쿠스는 아카르 쿠닝의 줄기와 잎을 씹어 즙을 내고 약초즙을 상처에 7분 동안 반복해서 발랐다. 또 잎을 씹어 부드럽게 만든 뒤 상처 부위에 바르는가 하면 30분 이상 이 약초를 먹기도 했다. 마치 사람이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 약을 먹는 것과 유사한 행동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라쿠스의 상처가 치료 5일 후부터 아물고 한 달 안에 완전히 치유된 것을 확인했다.

인간이 아닌 동물의 자가 치료 행위는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워 체계적 연구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야생 동물이 약효가 있는 식물을 이용해 상처를 치료하는 행동에 대한 첫 보고”라며 “라쿠스가 약초를 다른 신체 부위에는 바르지 않고 상처에만 반복해서 바른 것으로 보아 의도적으로 상처를 치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라쿠스가 상처를 치료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지, 이 행동을 다른 오랑우탄에게 배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적극적인 치료 행동이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비롯됐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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