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도로 붕괴 참사에 인명피해 막은 숨은 영웅들

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2024. 5. 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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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붕괴된 도로 밑에 내려가 어린아이 등 6명 구조
사고 현장에 남아 어둠속 추가 차량 추락 막아서
연휴에도 부상자 치료용 헌혈 위해 나선 시민들
구조작업과 복구가 진행 중인 사고 현장. 신화사 홈페이지 캡처

중국 노동절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광둥성의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당시 사고 현장에서 인명피해를 막기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한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는 1일 새벽 2시 10분쯤(현지시간) 광둥성 메이저우시와 다부현 사이 고속도로 구간에서 발생했다. 당시 고속도로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며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이 산비탈로 추락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당 고속도로를 혼자 운전하던 류융진 씨는 멀리 앞에서 주행하던 차량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이상함을 느껴 차를 세웠다.

류 씨의 차량 앞에 이미 10여대의 차량이 서 있었고, 사고 현장 쪽으로 걸어가던 류 씨는 차량에서 불꽃이 튀는 것과 네번의 폭발음을 들었다. 동시에 사람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에 류 씨는 지체없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이미 붕괴된 도로 아래 산비탈로 몸을 던졌다. 진흙으로 뒤덮혀 미끄러운 산비탈을 잡초를 밝아가며 겨우 헤쳐나간 그는 추락한 차량에 접근했다.

그는 차량에서 기어나오는 아이들을 안고, 어른들을 부축해 가며 안전한 곳으로 사람들을 인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20대 청년도 류 씨를 도와 구조에 나섰다.

정신없이 2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류 씨는 아이 3명과 어른 3명 등 모두 6명을 추락한 차량에서 구조했다. 마지막 6번째 사람을 구조하자 구조대원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류 씨는 차량이 추락한 위치를 설명한 뒤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왔다.

목이 타 물 3병을 단숨에 들이킨 뒤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는 류 씨는 위험한 상황에서 직접 구조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 씨처럼 인명 구조에 나선 시민은 물론 사고 현장을 빠져나가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새벽시간 어둠 속에서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사고 현장에 머물며 추가 차량 추락을 막은 이들도 많았다.

리자니 씨가 탄 차량은 붕괴와 거의 동시에 해당 구간을 지났다. 주행중 땅이 꺼지는 느낌과 함께 갑자기 차량이 크게 흔들렸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량의 앞쪽 절반은 도로에, 나머지 절반은 허공에 떠 있었다. 순간 운전자가 엑셀을 밟고 앞으로 돌진해 가까스로 추락을 피할 수 있었다.

리 씨 일행은 죽을 고비를 넘긴 뒤 현장을 떠나지 않고 차를 세워둔 뒤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손을 흔들며 멀리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들을 향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두운데다 비까지 내려 리 씨 일행의 신호를 보지 못한 차량들이 잇따라 산비탈로 추락했고 이를 지켜보던 리 씨의 할아버지는 안타까움에 도로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리 씨 일행이 신호를 보낸 결과 한 두대씩 차량이 멈춰서기 시작했다.

이후 붕괴된 도로 쪽에서 아이 한명을 포함해 세명이 기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이들을 부축해 차량으로 데려간 뒤 자신들의 옷을 덮어줬다. 리 씨는 "12대 이상의 차량이 추락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트럭 운전사 왕샹난 씨는 도로 반대편에서 차량이 사고 현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 과일 운송을 위해 쿤밍에서 2천km 이상을 달려온 그는 반대편 차선에서 상향등을 켜고 마주 달려오는 여러 차량을 보고 이상함을 느껴 차를 세웠다.

왕 씨는 마침 앞선 차량 몇대가 멈춰선 것 보고 다가갔더니 도로가 붕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지체없이 자신의 트럭으로 돌아가 차를 도로의 대각선 방향으로 세워 도로진입을 아예 봉쇄해 다른 차량들이 사고 현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갑작스런 고속도로 붕괴사고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메이저우시 시민들이 연휴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부상자 치료에 필요한 헌혈을 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길게 줄을 선 모습이 포착되는 등 이번 참사에서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헌신한 숨은 영웅들이 많았다.

헌혈을 하기 위해 긴 줄을 선 메이저우 시민들. 펑파이 홈페이지 캡처


한편,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2일 오후 3시 30분(현지시간) 기준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48명, 부상자는 30명으로 각각 파악됐다. 실종자 수색 등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

붕괴한 노면의 길이는 17.9m, 면적은 184.3㎡에 달했다. 특히, 한밤중 갑작스런 도로 붕괴로 고속도로를 지나던 23대의 차량들이 아랫쪽 경사면으로 추락한 뒤 폭발하거나 크게 파손됐다. 또, 토사에 묻혀 발견이 늦어진 차량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일 중요 지시를 통해 "현장 구조와 부상자 치료,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파손된 도로를 복구하고 교통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절 연휴로 이동객이 많아지고, 일부 지역에 폭우가 내리는 등 각종 사고와 재난이 발생하기 쉽다"며 "모든 지역 및 관련 부서는 잠재적 위험을 신속하게 조사 및 처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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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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