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못 끊는 담배, 입원해서 '치료'하면 금연 성공률 쑥~
"흡연은 질병, 금연은 치료"라고 했다. 위중한 병으로 당장 목숨이 위태로워도 끊지 못하는 게 담배다.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족의 지지, 그리고 의사·간호사·심리상담가의 지원이 뒷받침됐을 때 금연 성공률은 상승한다.
이대서울병원이 병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입원형 금연 지원 서비스를 올해부터 시작한다. 이화여대가 제4기 서울금연지원센터에 선정되면서 이대서울병원은 입원 환자 대상의 금연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게 됐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흡연자는 누구나 본인이 원하면 전문적인 금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박혜숙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는 금연에 대한 동기가 밖에 있거나 병이 없을 때보다 더욱 강력하다"며 "중독의 고리를 끊으려 애쓰는 흡연자를 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대서울병원은 입원형 금연 지원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착실히 준비해왔다. 특히 환자 관리에 쓰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계해 흡연자 평가와 치료 등록, 상담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해 체계적인 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EMR 내에서 관리하게 되면 치료 대상자 파악, 치료 후 관리까지 폭넓은 활용이 가능해 치료 성공률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에 없던 입원환자 금연 지원 서비스의 안착을 위해 상담에서 치료까지 전체 프로토콜도 새롭게 개발했다. 입원 기간에 따라 1~3차 상담 치료를 진행하고, 퇴원 후에도 금연 유지를 위해 금연 클리닉과 연계한 대면·전화 상담과 금연 치료제 처방 등을 지원한다. 박 교수는 "금연을 권유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상담에만 심리상담팀장, 간호사 등 전문가가 한 시간 이상을 쏟는다"며 "퇴원 전 의사 상담을 꼭 넣어 의지를 북돋아 주는 것도 이대서울병원의 입원형 금연 프로토콜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유인선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교수는 "질병에 대한 경각심이 있는 입원환자가 병동이란 제어된 환경에서 금연을 시작할 경우 몰입도가 높아 퇴원 후까지 이를 지속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며 "금연 클리닉을 꾸준히 방문하면 10명 중 5~6명은 금연에 성공한다. 입원 중 금연 치료가 최종 성공률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대서울병원은 더욱 전문적인 금연 지원 서비스 운영을 위해 기존의 금연 상담 매뉴얼을 기반으로 입원환자 대상 새 매뉴얼을 기획 중이다. 구체적으로 여성·노인·청소년 등 성별·연령별로 금연 상담 매뉴얼을 세분화하기 위해 입원 기간에 따라 △첫 방문 시 금연 권유 방식 △입원 중 상담 과정 등을 수집, 분석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금연 전문가'가 총출동한 만큼 빠른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한 50대 남성은 이대서울병원에서 입원형 금연 지원 서비스를 받고, 3일이 지나 퇴원한 뒤에도 금연 클리닉을 찾으며 한 달째 담배를 끊고 있다. 병원에서 지병인 혈관질환의 관리법과 비만 치료 상담도 병행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4월 들어 입원형 금연 지원 서비스를 선택하는 환자가 한 주에 2배가량 늘기도 했다.
현재 전국 17개 금연지원센터 중 입원형 금연 지원 서비스는 이대서울병원을 비롯해 서울, 울산, 충남, 전남, 경북 등 5개 센터에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서울금연지원센터는 지역사회 금연 지원을 위해 이대서울병원의 금연 치료 모델을 향후 다른 병원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박아현 부센터장은 "서울시와 협의해 흡연량이 많고 기간이 긴 '고도 흡연자'나 취약 계층에게 질 좋은 금연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 말했다.
박혜숙 교수는 "지금까지 질병 발생 전 단계의 1차 예방 활동이 강조돼 왔지만 '유병장수' 시대에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막는 목적의 2차 예방 활동도 중요해졌다"며 "담배를 끊으면 술을 덜 찾는 등 동반되는 나쁜 건강 행동까지 교정할 수 있다. 지역사회 금연을 책임지는 전문기관으로 책임감을 갖고 치료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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