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은 1조원짜리 인구절벽 대안?
[편집자주] “2023년 기준 0.72명” 우리나라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농업, 제조업, 건설업 등의 분야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외국인의 국내 이민이 미래 대한민국의 필수 과제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민청 설립에 관심이 쏠린다. 이민청 설립법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임기 만료로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이민청 설립법안의 처리다. 일선 지자체는 벌써부터 이민청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민청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가 1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민 관련 업무가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그간 추진돼온 이민정책을 점검하고 이민청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의 움직임을 취재했다. 이민정책에 큰 목소리를 내온 녹색정의당 이자스민 의원을 만나 관련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체류 외국인은 250만7584명이다. 전체 인구(5137만 명)의 4.89%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 사회로 본다. 우리나라도 내년에 외국인 인구가 전체의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다문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저출산을 극복할 대안 중 하나로 외국인 이민정책이 떠오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통계청이 4월 11일 발표한 ‘2022년~2042년 내·외국인 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3527만 명에서 2042년 2573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147만 명에서 236만 명으로 늘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민자를 주요 5개국(G5·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평균인 11.9%까지 끌어올리면 매년 65조원, 10년간 650조2000억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가능했다. 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외국인 이민자의 유입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조세재정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이 유입되면 광역자치단체의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입국·이민관리청(이하 이민청) 설립’에 대한 논의는 이 같은 배경으로 시작됐다. 인구 절벽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250만여 명에 대한 총괄적인 정책을 추진할 조직이 없다. 법무부가 이민 및 외국인 정책을 맡고 있지만 외국인 이민정책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는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12개에 달한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탓에 정책 중복과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한다.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예산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민청 설립을 추진할 법안인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출입국 및 체류 관리, 국적, 난민, 외국인 사회통합 그 밖에 출입국 및 이민 관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이민청을 신설한다는 내용과 42개 법률에 적시된 출입국 업무도 법무부 장관에서 이민청장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민청 설립법’이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은 밝지 않지만 일선의 지자체들이 미리부터 이민청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우선 2023년 12월 기준 약 66만 명의 전국 최다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는 경기도와 도내 기초지자체 6곳(광명·안산·고양·김포·화성·동두천시)이 이민청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충남·충북도도 이민청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충북도에 따르면 오는 7월 7일까지 ‘이민·관리청 유치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한다. 충남은 4월 15일 천안·아산이 이민청 설립 최적지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한 교수는 “지금 발의된 이민청 설립법은 ‘설립’한다는 내용만 담겼지 어떻게 만들 건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라며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자스민 의원은 “지금의 이민청 설립법은 단순히 설립돼야 한다는 내용만 있지 정주 여건 개선 등 중요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정주 여건을 개선해 외국인들이 오래 거주해야 인구 감소나 지역 소멸 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인프라가 좋으면 10년 이상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방치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게 하는 건 사회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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