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분양가]③광명뉴타운 들여다보니…6년새 130%↑

김진수 2024. 5. 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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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닌 광명뉴타운도 '국평' 12억 수준
입지 비슷해도 사업 늦을수록 분양가 높아져
공사비용 이자 늘며 사업성도 점점 더 악화

#서울 강서구에 사는 결혼 2년차 김 모 씨 부부는 행당7구역 재개발 분양을 기다리며 내 집 마련 계획을 잡고 있다. 2022년부터 언급되던 일반분양 일정은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공사비가 계속 오른다는데 분양이 늦어지면 분양가가 더 오르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

한숨이 깊어진 건 김 씨만이 아니다. 재건축·재개발 신축 아파트를 기다리는 예비 청약자들은 고공행진 하는 분양가를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분양가도 이른바 국민평형(전용 84㎡) 12억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분양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일반분양을 기다린 수요자들의 실망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광명뉴타운 구역 위치도 /그래픽=비즈워치

광명뉴타운 '국평' 16R 5.5억 → 4R 12.7억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광명뉴타운(광명재정비촉진지구)은 총 16개 구역 중 사업 분양 9개 구역에서 일반분양이 이뤄졌다. 11R, 12R 등 2개 구역은 아직 분양 전이다. 2017년 첫 분양을 실시한 6년 5개월이 지난 가장 최근까지 분양가는 2배 수준으로 올랐다. 5억원대였던 전용 84㎡ 분양가가 12억원대로 뛴 것이다.

한 뉴타운 내에 있어 입지여건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업이 늦어질수록 청약 대기자들에게는 분양가 부담이 커지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첫 타자는 2017년 12월 분양한 16R(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였다. 일반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4억3900만원, 84㎡ 5억5400만원이었다. 당시 인근 광명해모로이연(2015년 입주)의 84㎡가 당시 4억5000만~5억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그때도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였다.

그 뒤 2020년 5월 15R(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이 전용 59㎡5억2020만원에 분양됐고, 그 다음달 14R(광명푸르지오포레나)이 59㎡ 5억600만원, 84㎡ 7억800만원으로 올랐다. 14R과 16R 분양시점차이는 2년 6개월이다. 

다시 2년 6개월이 지나 2022년 12월 분양한 10R(호반써밋그랜드에비뉴)은 59㎡ 6억8290만원, 84㎡ 8억7920억원에 매겨졌다. 84㎡ 기준으로 첫 일반분양 사업지와 비교할 때 분양가는 2년 반 뒤 27.8%, 5년 뒤 58.7% 상승한 것이다.

이어 분양한 지난해 4월 1R(광명자이더샵포레나)은 '국평' 1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부터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던 광명시가 그해 1월 적용 해제되며 분양가가 껑충 뛰었다.

고삐 풀린 분양가는 지난해 7월 4R(광명센트럴아이파크)가 12억72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뒤이어 분양한 2R(트리우스광명)과 5R(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 분양가도 12억원 안팎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역세권이라지만 국평 12억원?…광명5R의 분양 자신감(2023년12월27일)

지난달 출사표를 던진 9R(광명롯데캐슬시그니처)은 국평 물량이 없지만 59㎡ 분양가가 4R과 동일했다. 이곳은 7호선 광명사거리역까지 도보 14분 소요된다. 다른 구역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데도 그렇다. ▷관련기사: 광명뉴타운 9R구역 '롯데캐슬'로 공급(4월26일)

경기 광명뉴타운 구역별 분양가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치솟는 분양가에…미분양, 마피 속출

분양가가 높아지자 수요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광명뉴타운 일반분양을 기다렸던 수요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8월 4R(광명센트럴아이파크)와 12월 14R(광명푸르지오포레나)는 각각 27가구, 1가구의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부적격, 계약포기 등으로 잔여물량이 발생한 경우 이뤄진다.

2R(트리우스광명)과 5R(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은 임의공급을 각각 4차례, 3차례나 진행했다. 임의공급은 애초에 경쟁률 1대 1을 넘지 못해 미분양이 생긴 경우다. 2R은 84~102㎡ 46가구, 5R은 34~39㎡ 31가구가 아직도 안 팔렸다.

2017~2020년 분양했던 구역은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16R(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 전용 84㎡는 분양가(5억5400만원)보다 62.5% 높은 9억원(지난달)에 팔렸다. 같은 평형의 14R(광명푸르지오포레나)도 분양가(7억800만원) 대비 27.9% 오른 9억572만원(지난해 7월)에 손바뀜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나선 곳들은 입주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10R(호반써밋그랜드에비뉴) 전용 84㎡ 입주권은 분양가(8억7920만원)보다 떨어진 8억3185만원(지난해 2월)에 거래됐다가 9억2842억원(같은해 11월)으로 회복했다. 국평 기준 최고 분양가(12억7200만원)를 기록한 4R(광명센트럴아이파크)는 10억7837억원(올해 2월)에 팔렸다.

이는 이 지역 수요를 가진 청약 대기자들이 굳이 일반분양에 청약통장을 쓸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분양가가 높아지며 '일반분양 청약'이라는 내 집 마련 공식이 깨진 것을 의미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이 좋을 땐 로열층을 받는 입주권 가격이 일반분양가보다 훨씬 높다"며 "지금 입주권 가격이 더 낮다는 건 향후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가 적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업이 밀리는 데 따른 비용 증가로 분양가가 오르고 있지만, 이는 결국 청약 대기자의 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정비사업 조합이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훼손되는 것이기도 하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분양가가 오르고 있지만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은 시장 분위기에서 분양가만 높이 책정되면 수요자들은 결국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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