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잇따라 폐지되는 학생인권조례

신정은 2024. 5. 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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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폐지된 조례에 찬반 엇갈려
민주당 학생인권법 제정도 주목
▲ 지난달 26일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3회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2년 만에 폐지된 학생인권조례 관련 쟁점이 뜨거워지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쟁점과 결정들로 교육계 전반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주도로 지난 4월 24일 충남도의회에 이어 26일 서울시의회가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특위)와 본회의에서 각각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면서 2012년 제정됐던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에 반발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갔고,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에 대못을 박는 정치적 퇴행”, “시대착오적 발생”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그간 성적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명시해 학생 인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학생 개개인의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위축되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조례 자체가 교원들에게 부담되기도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돼 시행 중이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체벌과 따돌림, 성폭력 등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자기 소질에 맞게 학습할 권리 등을 담았다.

이러한 권리를 학교 측이 보장해주지 못하거나 침해할 경우 학생은 교육청 직속 기관인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상담·조사 등을 청구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인격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학생의 권한을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등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상황에서도 교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교사의 생활지도 등 교육의 일부를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에 악용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또한 교육청에서 통상 학생의 신고를 받아 사안을 조사한 뒤 ‘권고’ 수준 조치를 내리지만 교원들에게는 이러한 체계 자체가 큰 부담이기도 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교원들이 행동으로 관철한 ‘교권 5법’을 현장에 안착시켜 실질적인 교권 보호를 이뤄야 하는 시점”이라며 “학생인권법 제정은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교권 5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지난해 자체 설문조사 결과 교원 대다수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며 “교육감과 정치권은 현장 정서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323회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 3차 본회의가 열린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22년부터 폐지 찬반 논쟁…진영 간 이념 다툼도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학생의 성적(性的) 지향을 존중한다’는 점에 반대한 한 시민단체로부터 시작됐다.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는 2022년 8월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 성전환, 조기 성행위, 낙태 등 비윤리적 성행위들과 생명 침해행위를 정당화한다”며 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2023년 3월 의회에서 청구를 받아들여 김현기 시의회 의장 명의로 폐지 조례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인 시의회에서 폐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고, 서울시교육청의 반발도 심화하면서 진영 간 이념 다툼이 치열해졌다.

여기에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등 교권 침해 이슈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2월, 폐지안 수리 및 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전환기를 맞았다.

그러나 서울시의회가 최근 인권특위와 본회의에서 같은 내용의 폐지안을 발의·의결하면서 학생인권조례는 다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 권위적인 학교 문화 변화… 사회 변화에 맞게 규범도 변해야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최근에는 교권침해의 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교육계 일부에서는 권위적인 학교 문화를 변화시킨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평가한다.

교육계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 도입으로 서울 학교는 두발·복장 규제, 체벌, 일방적인 소지품 검사 등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학생 인권’만을 따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생겨났다. 학생과 교사 모두를 포함한 ‘사람’에 대한 인권보호가 필요한 때라고 해석된다.

한편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학생의 기본권과 보호 방안을 명시한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기에 다시 조례와 같은 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남아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법률적 기반이 확고하지 못하다 보니, 교육감의 성향이나 지방의회 구성 변화, 그리고 이와 결부된 학생인권조례 반대 단체 활동 등 여러 유동적인 상황에 따라 폐지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통일된 법적 규범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새로이 만들어지는 학생인권법에서는 교사들의 우려를 담아 정당한 생활지도와 일상적 교육 활동에 대한 면책 조항을 잘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학생인권법과 학생과 교사 모두를 포함한 ‘학교인권법’ 등의 법안을 당내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누가 대표 발의를 할 것인지 구체적인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학생인권법은 학생인권센터를 설치하고 교직원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다만 학생 인권을 조례가 아닌 법령으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김영호 의원, 더불어민주연합 강민정 의원 등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농성서 학생인권조례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힙뉴스 자료사진]

■ 학생인권도 교권도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 찾아야

2일 경기도에서 학생인권-교권 통합 조례안을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3일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9일 경기도의회에서 통합 조례안에 대한 설명회와 토론회를 갖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23일까지 입법예고 후 조례안을 확정하면 6월 경기도의회 의결을 거쳐 7월 시행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례안에는 학생, 교직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해 정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기본계획을 세우고 연수, 실태조사 등을 진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관련 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권리 구제와 갈등 조정을 위한 담당관·자문기구 운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과 교권의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모든 구성원이 존중받고 존경하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고자 통합 조례안을 제정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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