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해결 전문가' 양성 팔 걷어붙인 중노위...'무료 인강' 7일 개시

2024. 5. 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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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 ‘무료’ ADR 전문가양성 기초과정 7일부터 개시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 막는 대표적인 장벽을 하나만 꼽으라면 각종 갈등에서 빚어진 ‘분쟁’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는 정치권에서 발생하는 여야 간 갈등부터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발생하는 위-아랫집 사이 분쟁이 매일 같이 신문지면을 채우는 상황이다.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장삼이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노동조합과 회사 경영진 간의 갈등으로 인한 노동쟁의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엔 채용과정에서의 부당한 차별, 승진,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는 ADR, 중노위가 나섰다”

이런 ‘분쟁 다발시대’를 보다 원활하게 풀어가기 위해 중앙노동위원회가 ‘ADR(대안적 분쟁해결)’ 전문가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7일부터 ‘ADR 전문가양성 기초과정’ 중 첫 단계인 기초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ADR은 소송이나 파업이 아닌 당사자 간 합의나 제3자 도움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우리에게 낯설지만 영국의 조언·화해·중재서비스청(ACAS), 미국의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등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제도다.

실제 미국은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의 차별행위 사건 조정 해결률이 1999~2030년 72.1%,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의 부당노동행위 사건 화해·취하율은 2022년 기준 76.5%에 달한다. 영국은 개별 노동분쟁을 고용심판소(ET) 심판 전 조언·화해·중재서비스청(ACAS)에서 화해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한다. 일본은 2007년 ‘재판외분쟁해결촉진법’(ADR법)을 시행,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대한 조사·심문 과정에서 약 70% 사건을 자율적으로 화해·취하토록 했고, 독일도 변론에 앞서 화해변론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중노위가 마련한 ADR 전문가양성 과정은 모두 3단계로 기초과정(온라인교육·8시간)→심화과정(집합교육·24시간)→고급과정(집합·실습교육·72시간) 등으로 이뤄진다. 7일 시작하는 기초과정은 무료 온라인교육으로 진행된다. 수강신청 후 1개월 동안 원하는 시간에 교과목별로 구분해 수강할 수 있다. 교육시간을 100% 이수하고 문제은행에 의한 온라인 학습평가 결과 60점 이상인 사람의 경우 수료(합격)한 것으로 인정한다. 해당 과정을 수료하면 중노위원장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이 공동으로 수료증을 발급한다.

기초과정의 교육내용은 협상(2시간), 의사소통(2시간), 화해·조정·중재(2시간), 노동법(2시간) 등으로 구성되며 협상 과목의 경우 김태기 위원장이 직접 강사로 나섰다. 해당 양성과정이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심화과정은 오는 7월 이후, 고급과정은 오는 2025년 개설될 예정이다. 이번 기초과정을 수료한 사람은 심화과정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심화과정 수료 후 고급과정까지 단계별 과정을 모두 수료한 이는 중노위원장이 ‘ADR 능력인증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이는 국가기관에서 발급하는 최초의 ‘능력인증’이 될 전망이다.

“소송 대신 ‘화해’ 이끄는 갈등 조정 능력, 다방면에 활용”

김 위원장은 ADR 능력인증서의 쓰임에 대해 “분쟁 다발 시대에서 ADR 전문가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조정하는 분쟁 해결 방식을 습득하는 것인 만큼 노동 분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다양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MZ세대들이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괴롭힘’ 관련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해당 인증의 쓰임은 대단히 광범위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적으로만 봐도,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은 2021년 155건에서 2022년 240건으로 54.8%나 늘었다.

[중앙노동위원회 제공]

또, 중노위가 올해 7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노·사·공익위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MZ세대와의 갈등, 성희롱·성차별, 해고·징계 중에서 일반인들은 43.3%, 위원·조사관들은 35.5%가 MZ세대와의 갈등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ADR 전문가양성 기초과정 신청자의 수가 벌써 2000명이 넘어섰다”면서 “노동조합 간부, 기업의 인사노무 관리자, 공인노무사, 변호사 뿐 아니라 교수·교사, 언론인, 경찰 관계자 등 분쟁해결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위원회법 제2조에 따르면 중노위는 ‘노동위원회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조사·연구·교육 및 홍보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다만 김 위원장 취임 이전까진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이 같은 교육 사업을 수행한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노동위원회 사건은 해마다 약 20% 가량 증가하고 있는 반면 노동위원회 조사관 인력은 수년 째 그대로인 탓에 갈수록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중노위가 법에 명시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우리 사회 분쟁해결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충분한 인력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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