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방송인·백수 삼수생… 우리들의 ‘먹고사는’ 이야기[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4. 5. 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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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이서수, 정진영 소설가 등이 주축이 돼 결성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두 번째 소설집.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다룬 소설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 이들이 의기투합해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를 이야기로 풀어냈다.

소설은 화장품 업체 영업부에서 일하는 '진영'과 전혀 잘될 것 같지 않은 입지에 들어선 새 점포의 점주 '선영'과의 교류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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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한은형 외 7인 지음│문학동네

장강명, 이서수, 정진영 소설가 등이 주축이 돼 결성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두 번째 소설집.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다룬 소설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 이들이 의기투합해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를 이야기로 풀어냈다.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을 기해 출간된 책은 전작과 다른, 새로운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은형, 손원평과 같은 소설가뿐 아니라 의사이자 인기 에세이스트인 남궁인, 용접공 출신 작가로 주목받은 천현우 등 다양한 배경의 필진 8인이 한국 문단의 신선한 흐름에 동참했다.

제목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책에 실린 임현석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왔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일터에서, 누구나 한번은 경험해 봤을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소설은 화장품 업체 영업부에서 일하는 ‘진영’과 전혀 잘될 것 같지 않은 입지에 들어선 새 점포의 점주 ‘선영’과의 교류를 그린다. 진영은 ‘등쳐 먹기’ 좋은 인간형인 선영을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구슬리고 압박하면서도, 내내 찝찝함을 느낀다. 점주에 대한 배려보다 철저히 본사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진영의 처지는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금도 어디선가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남궁인의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는 계약직 아나운서로 지방 방송국에서 일하는 ‘지민’의 하루다. 지민은 새벽같이 기상해 열심히 일하지만 직장에서 받는 월급보다 행사 등의 부수입으로 버는 돈이 더 많다. 또한 점차 후배에게 일거리를 내주고, 갑자기 출연하던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퇴근 후엔 SNS로 자기 홍보를 하느라 피곤하다. 겉모습은 더없이 화려한 방송인들의 그늘과 낯선 면모가 생생하다. 이 밖에 손원평은 피아노 중고 거래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은 ‘피아노’, 이정연은 복어 전문점에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등대’, 천현우는 삼수생 백수 ‘도지윤’을 통해 20대 남자의 현실적인 삶을 그린 ‘빌런’ 등으로 오늘도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애쓰는 모든 존재를 소환한다.

책의 홍보 문구처럼 출근길에 읽다가 울지도 모르지만, 퇴근길에 다시 보면 웃을 수도 있다. 기억할 것은 한 소설 속 대사처럼 우리의 그 모든 매일이 “흔하다면 흔하고 이상하다면 이상한” 것이고, 혹독하지만 그래서 더 숭고하다는 것. 그렇게 믿어야 살 만해진다는 것이다. 268쪽, 1만68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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