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점 올린 경험 한 번이 대학 바꾼다” 서울대 쌍둥이의 자기주도학습법

문영훈 기자 2024. 5. 3. 09: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 영역 수능 1등급으로 서울대에 진학해 현재 대치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쌍둥이 형제가 있다. 솔깃한 수식어가 한두 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최상단 코스를 밟아온 형제가 답한 비결은 왕도는 아니지만 정도에 가깝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12년의 대입 레이스도 마찬가지다. 도합 10만 시간의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론 매년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을 찍는 수학 점수, 수시를 결정하는 고등학교 내신도 중요하겠지만 대입 결과를 결정하는 건 학생의 학습 태도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단어를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유다. 하지만 정확한 자기주도학습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먼저 서울대 교육연구소에서 낸 '교육학용어사전’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자.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 참여 여부에서부터 목표 설정 및 교육 프로그램 선정과 교육 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전 과정을 자발적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하게 되는 학습 형태."

쉽게 말해 공부 의지를 바탕으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며 스스로 피드백까지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쉽다면 누구나 서울대 재학생이 됐을 것이다. 13년 전 서울대에 동시 입학해 화제를 모은 '서울대 쌍둥이’ 여호원·여호용(32) 올마이티캠퍼스 대표는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학생이었다. 충남 서산 대산읍 기은리, 갯벌과 논밭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마을에 살면서 초중학생 시절을 보냈다. 자사고인 공주 한일고에 진학해 나란히 수능 전 영역 1등급을 받아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 도움은 거의 받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쌍둥이 형제는 서울 대치동에서 올마이티캠퍼스를 운영하며 '학원 뺑뺑이’에 매몰된 학생들에게 스스로 수학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강의와 앱 제작에도 나섰다. 여호용 대표는 "공부에 한 가지 왕도는 없다"며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형 여호원 대표가 "대치동만 봐도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하는 분위기에서 자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타인과의 비교로 학생들이 수준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는 단점도 분명하다"고 거들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하는 자기주도학습의 험난한 여정에 몸을 실어보자. 서울대 출신 쌍둥이 형제의 가이드를 따라서.

1. "왜 공부를 해야 하죠?"
많은 아이가 공부를 시작하기조차 싫어합니다.
호원 이유는 3가지입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고요. 두 번째 이유는 알고 있지만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세 번째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희망이 없는 경우입니다. 대부분 학생은 셋 중 하나에 속합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하시나요.
호용 저는 공부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마음의 벽을 쌓죠. 대신 "나중에 뭘 하면서 살고 싶어?" 물어봅니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공부와 그 직업이 관련돼 있다면 쉬워지죠. 그런데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면 "네 꿈을 위해 뭘 하고 있어?" 하고 다시 물어봅니다. 꿈을 위해 시간을 쏟고 있다면 어떤 수준의 공부가 필요한지 알려주면 되죠. 모두가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문제는 꿈만 갖고 있거나 꿈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입니다.

그게 대다수죠.
호용 그럼 살면서 꿈은 계속 바뀐다, 공부는 나중에 정말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았을 때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히는 거라고 알려줍니다. 공부 때문에 원하는 일을 못 하면 억울하지 않겠냐고요. 이런 식으로 공부가 아이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당장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하진 않아도 '공부를 하긴 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호원 공부 의지는 성취감에서 옵니다. 자발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어’ 같은 동기가 크다기보다 공부 과정에 기쁨이나 보람을 느껴요. 반대로 말하면 성취감을 느껴보지 못하면 공부 자체에 대한 열의가 생기기 어렵죠. 부모님께서 공부 의지를 만들어주고 싶다면 당장 다가오는 시험에서 노력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보게끔 하는 게 필요합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시험 한 번에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학생을 많이 봅니다.

학원보다 가정환경이 중요하다고요.
호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다니는 학원은 계속 달라지지만 같은 집에 계속 살잖아요. 공부는 학습인데, 배우는 '학(學)’은 학교나 학원에서 할 수 있지만 익히는 '습(習)’의 과정은 집에서 이뤄지죠. 그래서 집에서는 익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호용 눈앞에 사탕을 두고 먹지 말라고 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사탕을 아예 치워버려야 합니다. 딴짓하기 쉬운 방보다는 거실이나 식탁에서 공부하게 한다든지, 공부하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다른 데 두라고 한다든지 그런 게 당연한 습관으로 자리 잡게 도와주는 게 중요합니다. 어릴 때 그게 문화가 돼 있으면 커서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죠.

두 분의 가정환경은 어땠나요.
호원 저희는 아무래도 형제여서 더 혜택을 봤어요. 거실이나 식탁에서 함께 공부하는 게 익숙했죠. 그때 어머니도 함께 책을 읽고 있었고요. 사실 공부라는 게 힘들고 지루한 과정이잖아요. 그래서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큰 도움을 줬습니다.
호용 공부에서 중요한 건 특정 지식을 잘 알고 있는지보다 공부 습관이나 태도입니다. 학원은 특정 과목의 지식을 전수하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죠.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서 학습 습관을 만들어주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 어떻게 지도하냐에 따라 공부 습관이나 태도가 결정됩니다.

2.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되는데 왜 플래너를 써야 해요?"
스스로 납득을 했건, 회유를 당했건 공부할 이유를 찾았다면 자기주도학습의 그다음 스텝은 목표와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누구나 의대나 서연고에 진학하고 싶어 하지만 그 목표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목표는 높게 세우는 게 좋나요.
호용 단기로는 현실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목표를 잡아야 해요. 중간고사에서 수학 70점을 받았다면 기말고사에서 10점을 올려보자 하는 식이죠. 중학교만 가도 70점 받던 학생이 다음 시험에서 100점을 받기는 어렵거든요. 단기 목표를 달성하면 그다음 시험에서 더 높은 목표를 세우는 거죠.
호원 장기적으로는 목표를 우선 높게 잡아야 해요. 목표를 달성했을 때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요. 목표가 고만고만하다면 그걸 위해 열심히 할 동기가 줄어들죠. 그리고 목표를 높게 잡아야 공부 방법이 달라집니다. 물건을 100개 팔려고 생각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팔면 되지만 10만 개를 팔아야 한다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를 생각한대요. 공부도 마찬가지죠.

목표를 정하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호용 공부 플랜은 2단계입니다. 목표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적고, 그걸 언제 할지 정하는 겁니다. 기말고사 평균 90점이 목표라면 과목별로 해야 하는 공부량이 있을 겁니다. 우선 그걸 써보는 거죠. 여기까진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그다음이 조금 어렵습니다. 중학교 내신부터는 과목이 많아져서 하루에 어떤 과목을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거든요. 일단 분량을 쪼개야 합니다. 내신 준비 기간을 한 달로 정했다면 과목별 공부량을 주별로 4등분하는 거죠. 그런 다음 주간 스케줄을 정해요. 이때는 학교나 학원 등 고정 일과와 이동 시간 등을 계산해보고 현실적인 공부 가용시간을 체크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해야 할 공부를 배분하는 거죠.

문제는 공부 계획이 항상 틀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호원 학생들이 하는 단골 멘트가 있어요. "선생님, 계획대로 안 되는데 왜 계획을 세워야 하나요?"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우선 해야 할 일을 빠뜨리지 않기 위함이고요. 두 번째는 계획대로 되든 안 되든 자신이 어느 정도 공부했는지 기준치를 잡기 위함입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당장 오늘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감 잡기가 어렵습니다. 닥치는 대로 공부하다 보면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을 못 끝낸 채로 시험을 보게 되겠죠.
호용 공부 계획을 세울 때는 누구나 열정에 불타죠. 어려운 건 실천입니다. 사실 공부를 하다 보면 계획대로 안 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럼 다시 수정하면 되지만 그 시간도 아깝잖아요. 그래서 계획을 세울 때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비워두는 게 좋습니다. 밀리는 공부를 할 시간을 미리 만들어두는 거죠. 그리고 스스로의 공부 속도에 대한 메타인지가 중요해요. 그러려면 공부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양을 찾아가야 하죠.

공부를 해봐야 아는 거네요.
호용 그렇죠. 그래서 계획을 세워본 경험이 없는 학생은 처음엔 무척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한두 번만 하다 보면 금방 감이 잡힙니다.
내신 기간이 아닐 때는 어떻게 공부 계획을 세우나요.
호용 목표가 명확한 시험기간과 달리 방학 땐 공부 목적이 불분명해지죠. 그래서 모자란 과목을 보충한다든가, 과목별로 성적이 비슷한 경우엔 특정 교재를 대상으로 잡는다든가 목표를 명확히 세우는 게 좋습니다.

3. "선생님, 진짜 하면 되는 거 맞아요?"
여호원 · 여호용 올마이티캠퍼스 대표는 체계적인 공부 계획 세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적당히 높은 목표도 정했고, 기말고사 만점을 달성할 계획을 세우며 공부 의지도 불태웠다. 하지만 공부는 결국 '엉덩이 싸움’이라고 했다. 이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차고 넘친다. 스마트폰과 친구, 사춘기라 오락가락하는 감정에도 끝까지 앉아 있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결국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
호용 그게 제일 어렵죠.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앞서 말씀드렸던 환경입니다.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주변에 놀자고 꼬시는 친구들만 있다면 공부가 쉽지 않겠죠. 두 번째는 루틴입니다. 누구나 학교와 직장에 시간 맞춰 갑니다. 사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그걸 계속해왔으니까 하는 거죠. 공부도 마찬가집니다. 특정 요일, 특정 시간에는 어떤 장소에 가서 공부한다는 게 정해져 있으면 좋아요. 그걸 반복하면 의지가 부족할 때도 몸이 저절로 하게 되죠.

그래도 공부하기 싫으면 어떻게 하나요.
호원 기본적으로 포기도 습관입니다. 공부량을 늘려야 할 때는 일단 참고 앉아 있는 걸 연습해야 해요. 참는 것 역시 습관으로 자리 잡기 때문에 인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특정 과목 공부가 너무 하기 싫다면 비교적 본인에게 수월한 다른 과목 공부를 해도 괜찮죠. 공부 자체가 죽어도 안 된다면 제 경우엔 잠을 잤어요. 그러면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니니까요. 1시간만 자고 일어나도 컨디션이 꽤 좋아집니다.
호용 저는 국어를 정말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이건 공부하는 게 아니라 문학 책을 재미로 읽는 거라고요. 공부 노하우와 마찬가지로, 공부가 안될 때의 노하우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노력해도 성적이 안 나온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호용 우선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데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가령 고등학생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밤 10시까지 앉아서 공부를 했어요. 그때는 누구나 다 힘들거든요. 그러면서 스스로 본인은 충분히 할 만큼 했으니까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성적을 올리려면 남들 다 하는 만큼으로는 부족하죠. 예를 들면 평균 80점인 친구가 90점으로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남들이 3시간 할 때 4~5시간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시간만 늘리면 되나요.
호원 방법이 비효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수준과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는 학생이죠. 대치동에 그런 학생들이 많은데, 대부분 자기와 맞지 않는 선행학습이 주요한 이유입니다. 본인 학년 공부를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학생이 2〜3학년 위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중학교 시험은 대입에 반영이 안 되니까 학교 시험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나 부모님이 많아요. 그러면 학생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학교 시험 역시 제대로 소화를 못 하고, 학원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거죠. 그럼 '나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인가보다’ 결론을 내리게 되고요.

자기주도학습 과정에서 부모님은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나요.
호원 저희 쌍둥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어머니가 아침에 일어나면 A4 용지를 하나 주셨어요.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쓰게 하셨죠. 놀고 싶다면 그걸 다 하고 놀아야 했어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공부를 빡세게 시키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초등학생 때는 학교 숙제나 학습지처럼 해야 할 일이 많아 봐야 두세 개였죠. 그래도 해야 할 일은 끝내야 놀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혔어요. 그걸 매일 하다 보니 중학생이 됐을 때 계획 세우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호용 피드백도 중요합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계속해주시는 게 좋아요.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칭찬해주세요. 잘했다고 칭찬받았을 때 그걸 거스르는 행동을 바로 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해야 할 일을 안 했을 때는 혼내기보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가 긴장하게 되거든요. 부모님의 체크가 전혀 없다면 학생은 '할 일을 안 해도 되나 보다’ 생각하게 되고, 점점 나태해집니다.

여호원 대표는 "단기 목표를 세워 실천하고 성적이 오르는 한 번의 경험이 변화의 시작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선생님, 근데 진짜 하면 되는 거 맞아요?’라고 묻는 학생이 정말 많아요. 본인이 해본 적이 없으니까 지레 겁을 먹는 거죠. 그러면 일단 선생님 한 번만 믿고 해보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학생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건 아니지만, 10명 중 1〜2명은 계획을 실천합니다. 그러면 성적은 무조건 오르게 돼 있어요. 항상 남 이야기인 줄 알았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내 경험이 되는 거죠."

#서울대쌍둥이 #대치동 #올마이티캠퍼스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