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주년' 페퍼톤스의 자신감 "오래된 맛집 된 기분"

김선우 기자 2024. 5.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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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가 감격의 20주년을 맞았다.

카이스트 동창으로 만난 이장원과 신재평은 강산이 두번은 바뀐 세월을 함께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두 청년의 동행은 20주년이라는 소중한 훈장을 안겼다.

페퍼톤스는 이를 기념에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Twenty Plenty)'를 발매했다.

페퍼톤스는 이번 앨범을 '20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려온 페퍼톤스의 음악을 추억하고 다음 걸음을 향한 새로운 숨을 불어넣을 앨범'이라고 정의했다. 신곡과 동료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곡 등 20곡으로 꽉 차있다.

20년간 함께하며 결혼을 하는 등 처한 상황은 달라졌지만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만은 여전했다. 인터뷰로 만난 두 사람은 마치 사이 좋은 부부처럼 편안한 호흡이었다.

이장원은 "10주년은 민망했지만, 20주년은 훨씬 덜 민망하다"며 자신들을 '오래된 맛집'에 빗댔다. 고자극의 음식은 아니지만 결국 생각나는 백반집 같았다. 페퍼톤스의 기분 좋은 자신감이 느껴졌다.

-20주년 소감이 궁금하다.

신재평 "시간이 빨리 간다. 20년을 콕 찍어서 바라본 건 아닌데 매년 할 일들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됐다. 숫자 앞자리도 바뀐만큼 기념을 갈까 해서 음반을 비롯해 다양한 것들을 기획하게 됐다. 조금 쑥스러운 기분도 드는데 감사한 기분으로 축하를 받고 있다."

이장원 "10주년 땐 지금보다 많이 민망했다. 20년이 되니까 그 때의 비해선 훨씬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젠 '오래된 맛집' 같은 기분이 스스로 조금 든다. 덕분에 훨씬 덜 민망하게 '20년 했습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20주년 앨범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신재평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20주년이라 20곡을 만들어볼까 했다. 안테나에서 리메이크 앨범을 제안했을때 마치 헌정 앨범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대단한 팀인지 잘 모르겠는데 싶어서 고민이 됐지만 해보겠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제안을 했는데 모두 흔쾌히 참여해준다 해서 감격이었다."

이장원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각자의 외장하드도 들여다보고 휘적였던 수첩도 다시 봤다. 20년간 메모리를 꺼내 와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굉장히 추억에 젖은 시간이 됐다. 너무 재밌는 작업이었다."

-지난 20년을 떠올렸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장원 "2004년에 데뷔 EP를 내고 대전에서 재평이 만나서 놀다가 밤에 편의점에 갔다. 그 때 우리 노래가 들리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편의점 직원에게 우리 노래라고 이야기 한 순간이 있다."

-캠퍼스에서 맺은 인연이지 않나. 같이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신재평 "19세 때 친구가 됐다. 그 땐 음악을 같이 한 건 아니고 함께 듣는 사이였다. 각자의 음악 동아리가 있었다. 자신감 있게 교내 자작곡 경연대회에 나갔는데 내가 우승할 줄 알았는데 장원이 팀이 대상 받았다. 회식을 같이 했는데 트로피를 깨트린 기억이 난다."

이장원 "같이 술먹고 놀았다. 재평이가 (트로피를) 떨어뜨리는 척 했다. 그러다가 두동강이 났다. 우리 팀원끼리 나눠갖기엔 좋은 트로피가 됐다(웃음)."

-20년 지난 지금 페퍼톤스의 음악을 정의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이장원 "영원한 논쟁거리다."

신재평 "긴 시간이라 압축하기 어렵지만, 첫 시작은 다른 취향의 두사람이 만나서 의기투합한 곡이었고 신나는 음악이었다. 우리의 목표였다. 페퍼톤스의 음악을 듣고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졌다고 해서 너무 좋고 보람찼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대중적인 음악을 해볼까 고민도 했다. 어느 순간엔 공연을 하면 참 좋더라. 그러다가 '행운을 빌어줘' 같은 노래가 나온 시기도 있다. 그 후엔 긍정적인 기분을 갖게 하는 음악을 하게 됐다.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지켜왔던 건 낙관적인 이야기다."

-20년간 팀이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이장원 "둘 다 착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밴드지만 우리한텐 페퍼톤스가 자랑스러운 존재다. 같이 잘 운영해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의미가 각자에게 크다."

신재평 "더 오래 함께한 선배님들에 비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가요계에 뺏긴 과학 인재'라고 불린다. 카이스트 학력이 화제였는데 도움이 됐나 걸림돌이 됐나.

신재평 "재밌는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관심갖게 해주는 이야기니까 긍정적인 이력이라 해석한다. 데뷔 초 인터뷰 땐 이 질문이 많이 나와서 서운할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냥 투정이었다."

이장원 "우리가 다녔던 학교랑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신기하게 생각하니까 그게 더 신기했다. '이성의 집합체인 곳에서 감성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음악을 할 수 있냐'라던지 관심을 많이 받았다. 우리 입장에선 학교에서 배운 거랑 관계 없는 일을 하는데 학교에 관심을 갖다보니 모교에 죄송한 마음이 있다. 이러라고 (우리를) 배출한 게 아닐텐데(웃음)."

-유튜브에 '대한민국엔 3대 청량이 있다. 데이식스·샤이니 그리고 페퍼톤스!'라는 댓글이 있었다. 이런 수식어나 표현을 들으면 어떤가.


이장원 "시원하고 기분 좋은 음악과 사운드를 추구하는 우리로선 영광스럽다. 특히 우리가 참 잘하고 청량하다 생각하는 팀들과 함께 언급되니 한편으로는 민망하기도 하지만 감사하게 '꿀떡' 받아 먹겠다."

-청량하면 페퍼톤스가 빠질 수 없다. 20년간 여전히 청량한 음악과 소년미를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신재평 "그런 비결은 없다. 사실 이런저런 맛의 음악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은 역시 시원한 느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운드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대체적으로 청량한 편인가 보다. 소년미는 정말 모르겠다(웃음). 10대의 마지막에 만난 오랜 친구와 함께 해오는 일이기에 둘이 일할 때는 10~20대 때의 기분이 아직은 좀 남아있나보다."

-페퍼톤스가 청량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20년간 밝은 음악을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도 궁금하다.


이장원 "결성 당시에 신나고 기분 좋은 음악을 만들자는 결심은 지금까지 우리의 음악에 중요한 요소다."

신재평 "그 결심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둘의 고집도 있었겠지만 우리의 색깔을 예쁘게 봐주고 즐겁게 들어주는 분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을 계속 들려드릴 수 있어서 참 고맙다."

-20년 동안 달려왔는데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이장원 "천천히 차근차근 쌓아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튼실하게 지어지고 있는 집이다. 우리도 그렇고 우리를 좋아하는 분들도 건설적인 모습이 유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착실하게 우리의 세계관을 넓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은 꿈 같지만 큰 꿈이다."

신재평 "20대 시절 인터뷰 땐 '환갑잔치 할때까지 노래 부르고 싶다'였다. 그 땐 실감 못하고 한 이야기였는데 점점 나이가 들고 그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 둘은 나란히 서서 노래하고 농담하고 지낼 듯 하다. 이런 것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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