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로드 인천] 바다·섬·강·산 '종합세트' 인천의 둘레길

신준범 2024. 5. 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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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6코스
소래습지생태공원~장수천~인천대공원 10km

풍경이 사람을 위로하는 순간이 있다. 유튜브 쇼츠 마냥 빨라지는 세상 앞에서 홀로 멈추게 만드는 건, 자연이다. 북한산 백운대를 오를 체력이 없어도, 휴일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어도,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바다, 섬, 강, 산을 모두 품은 인천에서라면 말이다. 달콤한 풍경에 시간이 멈추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 <힐링로드 인천> 연재를 시작한다.

봄날의 선잠 같은 길을 걸었다

볕 좋은 하룻날 선잠 들었다. 커튼 사이로 바람이 얼굴을 만졌다. 고양이 꼬리처럼 살랑살랑 닿는 촉감 좋은 바람, 틈으로 꽃이 들어왔다. 벚꽃 한 잎이 허공 속에서 부드럽게 회전하며 떨어지는 장면. 1초가 5초 같았다. "하나, 둘…" 햇살 속에 꽃잎이 팔랑거리는 숫자를 헤아리다 잠에서 깼다. 감질나는 미묘한 꿈이다. 인천둘레길 6코스는 봄날의 선잠 같았다.

봄꽃 같은 트로트 가수 3인방

인천둘레길 6코스 기점인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벚꽃, 진달래, 개나리 닮은 여성 트로트 가수 세 명을 만났다. 100대 명산을 모두 오르고 백두대간 종주 중인 등산가수 장하온, TV조선 '미스트롯3'에서 '흥아리랑'으로 이름 알린 김나율, 지역 가요제 대상만 4회 수상한 장예주 가수가 오늘의 출연자다. 무대에서 가창력 뽐내는 대신 인천 둘레길 10km를 걷는다는 말에 배낭, 등산복, 스포츠웨어, 운동화를 제대로 갖췄다.

11만 평의 아름다운 여백

11만 평의 습지라니. 이토록 넓은 공원을 본 적 있던가. 바다가 되었다가 강이 되었다가 뻘이 되는, 사람 마음처럼 변덕스런 곳이 소래습지생태공원이다. 인천둘레길 6코스는 망망대해 같은 습지에서 시작된다. 봄이건만 아직 누런 갈대 바다 사이로 데크 길이 나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있었다는 폐염전과 소금창고는 시민을 위한 체험장이 되었다. 가도 가도 닿지 않는 금빛 습지는 처음이었다. 저만치 앞선 이가 금빛으로 사라지는 풍경은 여운이 있었다.

한 편의 시 같은 소래습지

갈대와 풍차, 염전, 갯벌이 평화로웠다. 도시에 이토록 거대한 습지, 바다와 만나는 은밀한 곳이 있는지 몰랐다. 빼곡하게 나무나 꽃을 심으려는 공원이 대부분이지만, 소래습지생태공원은 훼손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있었다. 여백 많은 광활한 갈대 바다는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 같았다. 사랑이 지나가고 난 후의 독백 같은 체념이 차분히 깔려 있었다. 한 편의 시詩 같은 길이다.

자연 훼손 최소화한 고요의 망망대해

길을 잃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한산한 습지는 턱을 괴고 한 시간씩 머무르면 고요가 스며들어 침묵도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았다. 외길이었고,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친절했다. 금빛 침묵 속에 갇히고 싶었으나 떠나는 봄날처럼 습지는 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꽃단장하고선 와락 달려드는 봄

팽개쳐지듯 도로로 나왔다. 걸음을 서둘러 차량이 달리는 길을 지나 장수천으로 들었다. 개나리, 벚꽃이 화려하게 꽃단장을 하고선 와락 달려들었다. 봄꽃이 피었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이토록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줄 몰랐다. 눈부시게 다가와 시선을 움켜쥔 벚꽃 터널에 몇 시간을 걸어온 피로가 증발되고 있었다.

소박하나 수다스러운 장수천

벚꽃이 없는 장수천변도 걸을 만했다. 개나리며 막 싹을 낸 초록 잎이 햇살과 수다스러운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소박한 장수천을 거슬러 가는 길, 약속이나 한 듯 일순간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가 적막해지길 반복했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연신 바람을 가르고, 하늘엔 언제부턴가 하얀 비행운이 그어져 있었다. 동네 사람들 틈에 섞여 어디 급한 볼일 있는 사람처럼, 사무치게 떨어지는 꽃을 뒤로하고 걸었다.

지금 사랑하지 않았으니, 유죄

인천대공원 가는 길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인걸까. 오래 걸어서인지 발바닥도 얼굴도 붉게 타오르는 것 같다. 분명 도시인데 산 속으로 가는 묘한 길. 감정을 녹이는 길인 걸까. 겨우내 몸 속 어딘가 똬리 틀었던 냉소, 환멸 같은 감정의 찌꺼기가 스르르 녹아 장수천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었다. 환장하겠다. 인천대공원이 다가올수록 벚꽃이 절박하다.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고, 지금 사랑하지 않으면 죄라도 되는 양 지독하게 눈부신 봄이다.

인천둘레길 6코스 소래길(남동 생태누리길) 정보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인천대공원을 잇는 10km의 걷기길이다. 인천둘레길 전 구간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은 11만 평의 압도적 소래습지생태공원을 관통하고, 소박하나 걷는 맛이 있는 장수천을 따른다는 것. 여기에 자연미 넘치는 인천대공원까지 이어지니 '힐링로드 인천' 테마에 딱 맞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10km로 짧지 않아 3~4시간 정도 걸린다.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둘레길 안내 표시가 잘 되어 있다. 네이버 지도에서도 '인천둘레길 6코스'를 검색하면 현 위치와 함께 명료하게 알 수 있어 길찾기 쉽다.

인천둘레길 홈페이지에서는 구간 순서에 따라 인천대공원에서 시작해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마치는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으나, 어디에서 먼저 시작해도 상관없다. 다만 하루에 인천대공원까지 둘러본다면 소래습지공원에서 시작해 마무리로 인천대공원을 둘러보는 것이 더 편하다.

거리

: 10km

난이도

: ★★☆☆☆(완만해서 쉽지만 거리 짧지 않아 지구력 필요)

소요 시간:

3시간 30분

교통

지하철 수인분당선 소래포구역 2번 출구로 나와서 1km 걸으면 소래습지생태공원 입구에 닿는다. 입장료는 없으며 산책로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용 가능하다. 인천대공원에서는 남문으로 나오면 인천2호선 인천대공원역 3번 출구에 닿는다. 자가용 이용 시 소래습지생태공원 입구의 공영주차장(1일 이용료 3,000원)을 이용하면 된다.

인천둘레길 6코스 개념도 : 인천시청 제공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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