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한집에서 머물러온 가족의 구옥

리빙센스 2024. 5.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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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생활을 시작한 집에서 태어난 두 아이가 장성하기까지 24년간 한 집에서 머물러온 이수정 씨 가족.

긴 세월의 손때와 온기를 간직한 집은 찻물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낸다.

스물세 살에 결혼한 이수정 씨는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소박한 주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굳이 숫자와 통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한 집에서 20년 넘게 머무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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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아야 예쁘다

신혼생활을 시작한 집에서 태어난 두 아이가 장성하기까지 24년간 한 집에서 머물러온 이수정 씨 가족. 긴 세월의 손때와 온기를 간직한 집은 찻물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낸다.

찰스퍼니처chals.co.kr의 멋스러운 우드 수납장. 그 위에 고故 한석홍 사진작가가 촬영한 석굴암 사진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튜디오혜다studiohedda.co.kr 제품.

24년째 머문 집을 사랑하는 법

철새는 계절마다 고단히 먼 길을 비행하고, 물소들은 아침이면 목을 축이러 물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좋든 싫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는 것이 동물의 숙명이라면, 식물은 한번 뿌리를 내린 땅에서 일평생 살아간다. 여기, 한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한곳에서 햇살과 비바람을 맞으며 삶을 일군 가족이 있다. 스물세 살에 결혼한 이수정 씨는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소박한 주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큰아들이 핑크색 염색 머리를 한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24년째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다. "결혼할 때 조건이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거어요. 층이 분리되어 있어서 시부모님은 위층에 살고 계시죠. 이 동네에서만 20년 넘게 살다 보니까 다른 곳으로의 이사는 상상하기도 힘들고 엄두도 안 나네요(웃음)." 조그만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이수정 씨는 상추를 심고 대추나무를 키우는 어머니를 보며 자랐다. 집이란 손길을 더할수록 사랑스러워진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알게 되었는지 모른다. 죽어가는 양파도 고운 말을 들으면 푸른 싹을 틔우듯, 정성으로 가꿔나간 보금자리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머금은 듯 보였다. "흰색과 초록색, 우드를 기본으로 아늑하게 꾸미고 싶었어요." 밝은 화이트 패브릭 소파, 묵직한 우드 톤의 캐비닛, 그리고 싱그러운 초록색 식물. 3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조성된 거실은 과연 다정한 엄마의 미소를 닮았다.

 거실은 따뜻한 아이보리 컬러로, 침실은 옅은 그레이 톤 페인트로 마감해 변주를 주었다.
 아카리 조명과 정희진도자기jungheejinceramic.com의 고양이 오브제, 스토프 나겔stoffnagel.com 캔들 홀더가 어우러진 코너
집이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이기를 바란다는 이수정 씨와 반려견 구름이

제 손으로 바르고 붙이며 집을 가꾸니 더욱 애정이 가요.

조금은 서툴고 투박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시행착오가

저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찰스퍼니처chals.co.kr의 테이블과 의자를 중심으로 꾸민 다이닝 공간. 주방과 공간을 분리하고자 파티션을 설치했다.
밝은 그린 톤으로 화사하게 연출한 주방. 상부장은스튜디오 팔레츠pallets.kr에 제작을 맡겼다

어설퍼도 애정 어린 손맛으로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7년 9개월, 평균 이사 횟수는 3.6회라고 발표했다. 굳이 숫자와 통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한 집에서 20년 넘게 머무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그런 보금자리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고 여전히 사랑 하는 건 딱딱했던 구두를 길들이듯 매일같이 세심히 돌보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수정 씨도 해마다 페인트칠로 색을 바꾸고 커튼을 교체하는 등 안 해본 시도가 없을 정도로 무던하게 애를 썼다. 현재 유럽식 미장으로 칠한 벽도 직접 시공했는데, 꽤나 마음에 들어서 2년째 유지 중이다. "집 안에 큰 변화를 주고 싶다면, 가구나 소품보다 면적이 넓은 벽과 바닥을 바꿔보세요. 벽 컬러와 러그만 달라져도 분위기가 금방 전환될 거예요."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도전한 유럽식 미장은 성공적이었다. "대단한 스킬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일반 페인트 도장 보다 훨씬 쉬워요. 덜 발리면 옅은 대로, 두껍게 발리면 짙은 대로 나름의 멋이 살거든요." 클래식한 분위기가 좋아서 벽에 몰딩을 넣은 웨인 스코팅도 직접 시공하고, 불필요한 시야를 가리고자 에어컨과 주방 앞에는 파티션을 세웠다. 따로 공사를 맡기지 않고 모두 알맞은 제품을 찾아 설치한 것들이다. "물론 전문가가 시공하면 디테일이 더 좋을 수 있지만, 제 손으로 바르고 붙이는 게 비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성취감도 크더라고요(웃음)." 조금은 서툴고 투박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시행착오가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여긴다. 몰딩이 자로 잰 듯 반듯하지 않아도, 페인트칠이 비죽 삐쳐 나와도, 오래 머문 집이 애틋할 수 있다면 그건 미완인 나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일 테다.

CREDIT INFO

editor이승민

photographer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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