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잊은 치매母 10년 간호한 딸, 거리에 돈 뿌리는 이유 뭉클(특종세상)[어제TV]

서유나 2024. 5. 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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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특종세상’ 캡처
MBN ‘특종세상’ 캡처
MBN ‘특종세상’ 캡처

[뉴스엔 서유나 기자]

자식도 잊은 치매 어머니를 10년째 간호 중인 딸이 거리에 돈을 뿌린 것도 효심 때문이었다.

5월 2일 방송된 MBN 밀착 다큐멘터리 '특종세상' 633회에서는 95세 치매 노모를 모시는 64세 딸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딸 백지선 씨는 치매 어머니 최양덕 씨를 극진하게 모시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백지선 씨는 어머니의 인지 능력을 붙들기 위해 날짜와 요일을 체크하는 훈련을 시키고, 계속해서 "엄마 나 누구야?"라고 확인하듯 물었지만 어머니는 "선생님"이라고 답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백지선 씨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당신의 딸이라고 말해줘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어머니에 대해 "제가 보기에는 전부 잊어버리신 것 같다. 가끔 컨디션 좋을 때 반짝하고 무의식으로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 정도. 평소에는 90% 이상 다 잊어버리셨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백지선 씨는 포기하지 않고 어머니를 위해 애썼다. 자신이 뭘 시키지 않으면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듯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어머니를 위해 시간별로 촘촘하게 운동, 공부 등 할 일들을 만들고 계획을 짰다고. 백지선 씨는 "하루하루 한순간 매시간 하루가 쌓여서 1년, 10년인 된다. 제가 모셔보니 하루만 제가 바빠 덜 해드려고 바로 표가 나더라. 엄마가 다음날 물이 부족한 식물처럼 시들시들하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어머니를 돌본 백지선 씨는 어머니가 잠든 후에야 개인의 시간을 가졌다. 이때 백지선 씨가 한 일은 노래 만들기. 사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사랑했던 백지선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간호대학에 가 간호사가 됐다. 가정을 꾸린 후 음악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지만 백지선 씨 앞에 펼쳐진 건 '병간호'였다.

폐결핵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3년 동안 병간호 했는데, 이런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년 뒤 배턴을 이어받듯 친정 어머니가 치매가 왔다고. 병간호만 10여 년째라는 백지선 씨는 세상과 단절되며 우울감에 빠졌던 사실을 고백했다.

백지선 씨는 "매일 울었다. 엄마 때문에. 엄마가 말 안 듣는 걸 내가 기분 좋고 우울하지 않으면 달래고 내 넘치는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데 내 에너지가 없으니 죽고 싶고 '이렇게 살아선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이때 백지선 씨를 우울감에서 구한 게 음악이었다. 백지선 씨의 남편은 7년 전 우울해하는 아내를 두고 보지 못하고 앰프 하나를 사서 거리 공연을 권했다. 이에 무작정 덕수궁 돌담길로 나가 거리 공연을 시작한 백지선 씨는 기운을 되찾았다. 그만큼 음악에 진심인 백지선 씨는 이날 "내가 좀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이를 많이 먹어 내가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울컥해 털어놓았다.

주말이 되고 어김없이 거리 공연을 나선 백지선 씨 옆에는 어머니도 함께했다. 공연하는 동안 떨어져 있는 어머니가 마음에 걸려 손에 악기를 쥐여주고 함께 공연한 지가 3년째라고. 백지선 씨의 사연과 함께 노래를 들은 거리의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던 중 남편은 돌연 관객들에게 다가가 만 원, 천 원 지폐를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영문을 모를 행동의 비밀은 곧 밝혀졌다. 남편에게 지폐를 받은 관객들은 한 명씩 어머니에게 향해 "너무 잘 부르셔서 (드리는 것). 건강하시라"고 말하며 지폐를 건넸다.

백지선 씨는 "우리 어머니가 치매가 있으셔서 돈을 받으시면 되게 좋아한다. 아니면 또 힘들어 하시니까 저대로 머리를 써서 어떻게든 엄마가 즐거우시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고안한 부부의 묘책은 관객들이 함께해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후 백지선 씨의 가족 모임 현장도 공개됐다. 이 자리엔 백지선 씨가 어머니를 부양하기 전까지 어머니를 모셨다는 큰딸이 함께했다. 처음엔 큰딸을 알아보는 듯했던 어머니는 나중에 가선 백지선 씨에게 "저 앞에 사람 누구야?"라고 묻더니 "엄마 딸"이라는 말에 "나이가 저렇게 먹은 사람이 내 딸이야?"라고 재차 확인했다.

치매 걸린 어머니의 슬픈 발언에도 딸들은 그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슬픈 일인데 웃어야지. 올해 10년째 되고 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살아계시니까"고 웃음의 이유를 전했다. 이어 백지선 씨가 가족들 앞에서 부르는 자작곡 '엄마 얼굴'이 뭉클함을 자아냈다.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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