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믿을 구석은 스타벅스뿐… 경영권 매각하거나 담보대출 받거나

노자운 기자 2024. 5.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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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매각 전혀 검토 안 해” 부인
서울시내의 스타벅스 매장. /뉴스1

신세계그룹이 1조원대 SSG닷컴(쓱닷컴) 풋옵션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FI들의 풋옵션이 효력을 인정받을 경우 신세계가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보유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는 것이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이다. 이마트 연결 자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의 경영권을 매각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알짜 부동산은 이미 팔았고, 나머지 계열사나 지분은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스타벅스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애착이 워낙 크다는 점이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매각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지분을 남겨둔 채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방법이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 지분 일부에 GIC 몫 32.5% 묶어서 파는 게 최선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계열사 지분 매각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해 회계법인 등 복수의 기관으로부터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도 그중 하나다.

현재 이마트는 SCK컴퍼니 지분 67.5%를 보유 중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지분율이 50%에 그쳤으나,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로부터 한국 법인 지분 50% 중 17.5%를 486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2대주주는 싱가포르 GIC의 자회사 ‘Apfin Investment Pte Ltd.’(32.5%)이다.

신세계그룹이 SCK컴퍼니를 매각한다면, 소수지분이 아닌 경영권 지분을 팔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마트 보유 지분 일부와 GIC의 지분 전체를 묶어서 매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GIC는 주주간계약에 따라 이마트가 지분을 제3자에게 팔 때 자신의 보유 주식도 함께 양도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 경우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지분을 일부만 파는 것이지만, 전체적으로는 50% 이상의 경영권 지분을 파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가진 지분 중 20%에 GIC 지분(32.5%)을 더하면 과반인 52.5%가 된다.

GIC와의 지분 공동 매각은 현재로선 신세계그룹에 가장 나은 방안이다. SCK컴퍼니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소수지분은 투자 매력이 떨어지지만, GIC의 주식을 묶어서 경영권 지분으로 만들면 얼마든지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다. 또 신세계그룹이 지분을 20%만 매각해도 여전히 37.5%가 남기 때문에, 2대주주로서 계속 SCK컴퍼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2대주주로 남아 회사를 잘 관리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인수자는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대주주 변경 허가를 얻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매각하려면 4조는 인정받아야… 담보대출도 선택지

SCK컴퍼니의 높은 기업가치는 매각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GIC가 스타벅스에 투자할 당시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이었다. FI들의 통상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최소 4조원의 기업가치는 인정받고 팔아야 GIC가 동의해 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가 4조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데 대해 회의적이다. EBITDA(상각 전 기업가치)만 놓고 본다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다. 지난해 SCK컴퍼니의 영업이익과 유무형자산·사용권자산 상각비를 기반으로 계산한 EBITDA(상각 전 기업가치)는 3838억원이다. 4조원이 되려면 EBITDA 멀티플이 10.4배가 돼야 하는데, 2022년 매각된 투썸플레이스의 몸값이 EBITDA의 13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대규모 자본적 지출(CAPEX)을 꾸준히 집행하고 있어 EBITDA로만 기업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BITDA가 많이 난다 해도 EBITDA를 만들기 위해 매년 막대한 CAPEX 투자를 해야 한다면, 실제 현금 전환 비율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SCK컴퍼니의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 가격은 1247억원이었다. 전년도에는 1706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유형자산 장부금액은 3475억원이었는데, 그중 ‘기타 유형자산’이 322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타 유형자산에는 매장 인테리어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의 스타벅스 활용 방안에는 매각만 있는 건 아니다. 정 회장의 ‘스타벅스 사랑’이 워낙 각별한 만큼, 매각보다는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로 일부 기관이 이 같은 방안을 신세계그룹에 조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은 SCK 지분을 인수할 당시 인수금융을 활용하지 않았으며, 금융부채 6174억원은 리스부채, 미지급금, 매입채무, 미지급비용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 두 곳과 400억원 한도의 차입 약정을 맺고 있지만 대출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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