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조리도 로봇이 할 수 있는 건 로봇에 맡겨야"

김상희 기자, 백재원 기자 2024. 5.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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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 인터뷰
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사진제공=피플즈리그

이제 식당에서 로봇이 서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조립 공장 등 산업 현장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로봇이 깊숙이 들어왔다. 로봇은 저출산·고령화 시대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업무 효율과 안전성도 높일 수 있어 점차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 피플즈리그는 이러한 로봇을 활용해 사회의 큰 문제를 해결하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로 창업한 기업이다. 피플즈리그는 치킨집에서 사람을 대신해 반죽, 튀김가루 묻히기, 튀기기까지의 과정을 레시피에 맞춰 수행해 주는 '프라이 스테이션'을 비롯해 AI(인공지능)로 육질을 분석해 최적의 굽기로 조리하는 '미트봇', AI 주방 '딥치킨' 등 조리 로봇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만난 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는 앞으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차 로봇으로 대체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단한 예로 신발끈을 묶는 것은 사람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지만 로봇에게는 힘든 일이고, 반대로 수백 킬로그램의 물건을 드는 것은 사람은 불가능하지만 로봇에게는 아무 일도 아닙니다. 음식에 있어서도 한식 조리와 같은 것은 로봇으로 구현이 어렵고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하는 반면 단순 반복 작업이면서 결과물의 품질이 일정하게 나오는, 대표적으로 튀김과 같은 영역은 로봇이 하는 게 맞습니다. 뜨거운 기름과 유증기 앞에서 손을 데어 가며 하는 일은 기술로 대체 가능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학도였던 류 대표가 조리 로봇으로 눈을 돌린 이유도 현재 요식업에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간 로봇 기술과 요식업의 접점이 없어 주방의 단순 반복 업무조차도 자동화하거나 로봇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여전히 사람이 힘들고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것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로봇 기술과 요식업의 접점을 찾아내면 자영업자들의 겪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첫 창업 아이템은 탈모 솔루션이었는데 이는 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해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창업 멤버들에게는 한계가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을 가지고 수개월간 우리가 가진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탐색했습니다. 그러던 중 외식 산업이 규모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저희가 가진 로봇 기술로 변화를 이끌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사실 로봇을 잘 만드는 사람은 요식업 경험이 적고, 반대로 요식업 운영을 오래 한 사람은 로봇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피플즈리그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외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려 하고, 이를 통해 주방이 돌아가는 데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피플즈리그 '프라이 스테이션'/사진=피플즈리그 홈페이지

피플즈리그가 다른 조리 로봇 기업과 차별화하는 경쟁력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 상황에 맞게 가장 효율적으로 로봇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맞춰 빈번하게 오류를 잡고 프로세스를 수정하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하다 보니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류 대표가 내세우는 피플즈리그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무엇보다도 사람이다. 엔지니어들로서 제품 개발 과정에서 요식업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맡은 바에 충실한 임직원들이 있었기에 최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로봇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주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100여 곳이 넘는 치킨집을 찾아다니며, 주문을 받아서 조리를 하기까지 주방 작업의 전과정을 면밀히 체크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직접 기름을 묻혀가며 치킨을 튀기는 게 자신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며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불평 하나 없이 모두가 노력한 게 제품 개발의 발판이 됐습니다."

치킨은 대한민국의 국민 음식으로 꼽힐 만큼 사랑받는 메뉴지만 한국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또 치킨 조리의 기본이 되는 튀기기는 감자칩, 멕시칸 음식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된다. 피플즈리그의 기술력이 무한한 확장성과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류 대표가 그리는 피플즈리그의 미래도 글로벌 요식업 시장에서 중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특히 향후에는 단순히 조리만 하는 로봇이 아니라 재고관리와 발주 등을 아우르는 종합 주방 솔루션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외식업 중 주방 영역의 상당 부분을 대체해 가려고 합니다. 지금은 주방 업무의 아주 일부분을 맡지만 다른 중요한 작업에도 점진적으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주방을 자동화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반도체 시장을 보면 설계 기업이 따로 있고 TSMC처럼 생산만 하는 기업 등 역할이 나뉘어 있습니다. 대형 프렌차이즈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주방 관리는 매우 힘든 일인데, 그런 기업들은 메뉴 개발 등에 집중하고, 주방 영역은 피플즈리그가 자동화하며 운영과 관리까지 전문적으로 맡을 수 있습니다. 주방의 모든 일에 특화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게 피플즈리그의 미래입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백재원 기자 100j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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