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투더스페이스]⑤ "우주의 구글맵이 비전…우주청, 글로벌 시장 개척 지원해야 "

이채린 기자 2024. 5.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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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스페이스맵 대표
김덕수 스페이스맵 대표. 이채린 기자

[편집자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우주항공청(우주청)이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우주시장은 글로벌 시장이에요. 정부 지원과 국내 수요로만 먹고 살겠다는 기업은 승산이 없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소재 위성충돌방지기술 개발 기업 '스페이스맵'에서 만난 김덕수 스페이스맵 대표(한양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우주항공청이 민간 우주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으로 나가도록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인공위성은 약 7000개다. 우주쓰레기까지 합치면 2만 개에 가깝다. 이 수는 점점 늘어 위성이 부딪치는 '우주 교통사고'는 미래에 더 흔한 일이 된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러시아 인공위성 간의 거리가 불과 약 10m로 가까워지며 서로 크게 충돌할 뻔 했다. 스페이스맵은 이같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세계 위성충돌방지기술 개발 기업 중 스페이스맵이 특별한 이유는 수학 개념인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985년 미국 미시간대 박사 시절부터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연구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란 평면 위에 여러 점이 있을 때 이 점을 하나씩 포함하는 다각형으로 면을 분할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점을 위성이라고 했을 때 위성을 포함하는 다각형 안에 다른 위성이 못 들어오도록 계산하면 위성충돌을 막을 수 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기반으로 만든 기술을 사용하면 데이터처리 시간이 짧아진다. 기존 위성충돌방지 기술은 위성 한개를 기준으로 주변 상황을 계산했다면 스페이스맵의 기술은 여러 개의 위성간 거리를 실시간으로 한 번에 계산할 수 있어서다. 

현재 이 기술을 바탕으로 스페이스맵은 위성 주변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의 공개된 데이터를 매일 3차례 내려받아 위성간의 거리를 계산한다.

스페이스맵은 지난해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개발한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의 궤도를 추적할 수 있는 사이트 '만리경 트래커'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만리경-1호가 자체 추력기를 통해 고도를 끌어올린 사실을 한국보다 다른 나라가 먼저 알아차리는 모습을 보며 한국이 만리경-1호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맵은 앞으로 실시간 위성궤도 예측 및 충돌안전 관련 서비스를 군, 위성통신기업, 우주기업, 우주쓰레기 처리 기업 등에 납품해 매출을 낼 예정이다. 특히 스페이스맵은 국내 시장보다는 우주산업 규모가 큰 해외 시장을 노린다. 김 대표는 "2, 3개월에 한 두번씩은 해외 우주기업 박람회에 참가해서 스페이스맵을 소개하려고 한다"고 했다. 

스페이스맵은 2015년 미국 공군과학연구실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위성 충돌 해결을 찾는 데 적용해볼 수 있지 않냐는 제안을 시작으로 2021년 창업이 이뤄졌다. 미 공군과 여전히 협력연구를 하고 있으며 여러 해외 우주기업과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정부와 민간이 3년간 최대 17억원을 투자하는 ‘딥테크-팁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딥테크-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민간투자사와 정부의 공동지원으로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 기업을 선발해 연구개발(R&D), 창업사업화, 해외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 대표는 5월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에 "우주 데이터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 않지만 향후 우주산업 규모가 커지만 시장이 급증할 것"이라며 "한국은 이미 데이터 분야에서 선진국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스페이스맵을 비롯한 우주 데이터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우주항공청이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우주항공청이 민간 우주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하루빨리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시장 규모가 국내 시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Q.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연구하게 된 까닭이 궁금하다.

"1985년 미국 유학시절 박사과정 지도 교수님이 제안한 연구 주제 중 하나가 보로노이 다이그램이었다. 공간을 체계적으로 분할해서 공간 주변 상황을 추론한다는 점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간단한 이론인데 난도가 높은 공간 추론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처음엔 산업공학의 관점에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연구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단백질 분자의 구조를 해석하고 기하학적인 공간을 추론하는 등의 연구를 했다."

Q. 어떻게 창업의 길을 걸었나.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2015년경 한양대에서 연구하고 있을 때 미국 공군 과학자이자 AFOSR 아시아지부의 책임자인 마미순 박사를 만났다. 제 연구내용을 듣다가 일본 도쿄에서 미국 공군 관련 과학자들에게 연구내용 세미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세미나를 마친 뒤 한국으로 미국 공군의 한 과학자가 찾아와 제 이론을 응용해 지구 궤도를 선회하는 물체의 충돌을 예측하는 연구를 해보자고 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 승낙했고 미국 공군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후 창업도 제안받아 2021년 스페이스맵을 만들었다."

Q. 창업 때 어려움은 없었나.

"논문만 쓰던 연구자였으니 기업 경영이 어려웠다. 2020년 봄에 한양대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 대상으로 여는 스타트업 아카데미에 등록해 열심히 들었다. 4개월간 매주 하는 수업인데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참석했다. 재무, 인사 등 경영을 위한 기본기를 빠르게 배웠다. 그런데 지금도 경영은 여전히 어렵다. 업계에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건 보잉737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심지어 저는 처음 하는 거라 더욱 어렵다. 쉬운 게 하나도 없지만 미래를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스페이스맵에 담긴 이름의 뜻이 궁금하다.

"간단히 '구글맵'에서 따왔다. 우주의 구글맵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다. 우주에 나서는 누구나 스페이스맵 서비스의 도움을 길을 찾길 바란다."

Q.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우주 데이터 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그렇다. 특히 한국의 경우 새로운 우주 산업 분야를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사체, 위성 개발이나 탐사 기술 등은 상대적으로 늦은 상황이다. 대신 발전된 데이터 산업을 기반으로 우주 데이터 산업에 전폭적으로 투자한다면 이 분야에서는 한국이 독보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 기술에 자신감이 있다. 현재 위성 한 대의 충돌 위험을 분석하려면 한 달에 약 600만 원이 든다고 알고 있다. 스페이스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를 확 낮출 수 있다. 기술을 하루빨리 고도화시켜 세계 우주 데이터 산업의 패러다임을 재편할 수 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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