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북디자인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묻고 답하다

최재봉 기자 2024. 5. 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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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일차적으로는 내용이다.

글과 이미지를 통해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독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이다.

표지와 본문을 꾸미는 북디자인은 책의 내용을 형태로 구현함으로써 독자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북디자인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매력을 발산해, 독자가 미처 내용을 헤아리기도 전에 책을 향해 손을 뻗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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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10팀 11명 인터뷰집
작가·편집자 간섭에 시달리거나
가외 업무에 힘·에너지 쏟아도
책의 뼈대 세운다는 자부심 충만

펼친 면의 대화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전가경 지음 l 아트북스 l 2만5000원

독자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일차적으로는 내용이다. 글과 이미지를 통해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독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이다. 표지와 본문을 꾸미는 북디자인은 책의 내용을 형태로 구현함으로써 독자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북디자인은 단지 보조적인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북디자인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매력을 발산해, 독자가 미처 내용을 헤아리기도 전에 책을 향해 손을 뻗게 만들기도 한다. 출판계에서 북디자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 가는 까닭이다.

‘펼친 면의 대화’는 그렇게 비중이 높아진 북디자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지금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북디자이너 열 팀(열한 명)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작업과 생각을 풀어냈다. 대체로 1980년 이후 출생했으며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이들이 대상이다. 그래픽디자인 연구자인 지은이 전가경의 내공과 탄탄한 문장이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민음사 소속 인하우스 북디자이너 김다희의 책상. 아트북스 제공

북디자이너 중에는 특정 출판사에 소속돼 해당 출판사의 책을 만드는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있고, 소속 없이 자유롭게 출판사들과 거래하는 프리랜서도 있다. 문학과지성사 소속 북디자이너 조슬기는 이 출판사 특유의 빨간색 사각형 로고가 “디자인 측면에서 방해될 때도 많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열화당 디자이너 박소영은 다른 출판사들과 달리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고 “소재의 질감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방식으로 출판사의 개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 민음사의 장르문학 브랜드 황금가지 등의 북디자인을 담당하는 김다희는 자신이 종이책 디자인만이 아니라 POP(설치광고물) 제작, 이벤트 굿즈 디자인, 사진 촬영, 카드 뉴스 디자인 등 출간 후속 작업에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고 소개한다.

북디자이너 우유니가 작업한 ‘왜 비건인가?’(두루미, 2021) 표지와 속표지, 뒤표지. 아트북스 제공

“외형만으로 상업 출판과 미술 출판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프리랜서 디자이너 신덕호)고 할 정도로 북디자인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아름다운 책’ 선정은 대중 단행본보다는 예술 서적에 치우치는 경향이 여전하다며 디자이너들은 아쉬워한다. 표지를 궁리할 때 “출발점은 내용”(프리랜서 디자이너 박연미)이라면서도 때로 편집자나 작가의 개입이 지나치면 “북디자인의 주인은 누구인지 묻고 싶어지”(조슬기)기도 한다. “디자인은 내용에서 출발하지만 그렇다고 내용에 종속되지 않는다”고 프리랜서 디자이너 오혜진은 답하고, “디자인은 글에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자 결과”라고 지은이는 정리한다.

북디자이너 신덕호가 작업한 ‘북해에서의 항해’(현실문화A, 2017) 본문 디자인. ‘2022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받았다. 아트북스 제공
북디자이너 김동신이 작업한 노무현 전집 보급판(전 6권, 돌베개) 표지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취지를 좇아 권별로 지역에서 만든 색상과 서체를 사용했다. 아트북스 제공

돌베개출판사 디자인팀장을 거쳐 지금은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김동신에게는 “편집자들이 가장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라는 풍문이 따라다닌다.” 그가 작업한 노무현 전집 보급판(전 6권, 2019)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방균형발전정책’의 취지를 받아 권별로 지역에서 만든 색상과 서체를 사용했다. 김동신의 북디자인은 “질서의 근간인 경계를 가지고 곡예를 펼치는 모습이 대중 단행본 서적의 조형에서는 보기 드문 지적 쾌감을 준다”고 지은이는 짚는다. 이들을 비롯해 “말하는 디자이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재영, “협업자나 서체 선택 등에 있어서 여성 창작자를 우선시”한다는 퀴어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신선아 등 개성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북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동안 예사롭게 지나쳤던 책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좀 더 골똘히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북디자이너 조슬기가 작업한 문지 스펙트럼. ‘202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받았다. 아트북스 제공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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