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문앞 ‘마지막 한 걸음’까지… 로봇 택배기사님이 갑니다

최연진 기자 2024. 5.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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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마일’ 투입 앞둔 택배 로봇… 실증 현장 가보니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의 한 타운하우스에 네발 달린 로봇 개가 나타나자 주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한참이나 지켜봤다. 택배 트럭 계단을 네발로 다닥다닥거리며 내려온 로봇 개는 CJ대한통운 직원이 등에 택배 상자를 실어주자 40m가량을 홀로 이동했고, 목적지 1층 현관 앞에 도착하자 등을 기울여 상자를 내렸다. 로봇 개 이름은 ‘스팟(SPOT)’.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들고 로봇 전문 스타트업 디하이브가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더한 4족 보행 로봇이다. 기아가 실증 사업을 총괄하고, 개발이 완료되면 CJ대한통운 택배 배송 현장에 배치된다.

‘로봇 택배 기사’의 ‘라스트 마일(Last Mile)’ 투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택배 업계에서 라스트 마일은 택배 기사가 물건을 고객 현관 앞에 가져다 놓는, 택배 배송의 마지막 구간을 의미한다. 사람이 일일이 해온 일인데, 앞으로 택배 로봇이 맡는 것이다. 국내에선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올해 2단계 실증을 완료한다. 업계에선 내년 집 앞에서 택배 로봇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장애물 피해 현관까지 이동하는 ‘로봇 기사님’

스팟은 현재 최대 14kg의 택배 박스를 등에 싣고 사람이 걷는 속도로 움직인다. 계단을 홀로 오르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 경로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있는 경우 피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자율 주행 로봇 전문 기업 로보티즈가 준비 중인 키 73cm 택배 로봇 ‘개미’도 올해 10월 2단계 실증을 앞두고 있다. 작년 1단계 실증에서 아파트 공동 현관까지 배달에 성공했고, 2단계에선 고객 집 앞까지 배송하는 것이 목표다. 개미는 로봇 팔이 있어 스스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층간 이동을 할 수 있다.

택배 업계에선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면 택배 기사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본다. 높은 계단, 언덕을 로봇이 대신 오갈 수 있고, 생수병같이 무거운 물건도 대신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상하차 작업도 도울 수 있다. 로봇이 배송하는 동안 택배 기사는 물건을 분류하거나 배송 주소를 확인하는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업체는 택배 기사의 과로 이슈가 고민인데 택배 로봇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라스트 마일’ 투입에 공을 쏟는 것”이라고 했다.

◇‘로봇 통행’ 법·제도 보완도 진행 중

제도적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이전까진 화물차와 이륜자동차만 택배 운송 수단으로 인정됐는데, 작년 12월 로봇과 드론 같은 무인 배송 수단도 택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실외 이동 로봇이 도보를 통행하려면 ‘운행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개미의 경우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이 인증을 획득했다. 스팟도 인증을 준비 중이다. 다만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등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경찰청은 지난달 실외 이동 로봇 상용화에 앞서 사고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일본은 2022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택배 로봇 활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쓰쿠바시(市)에서 로봇이 지정 산책로를 통해 택배 배송을 하게 하는 등 로봇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도쿄 일부 보행로에서 ‘우버이츠’의 음식 배달 로봇이 시험 운송을 하고 있다. 로봇 업체 관계자는 “실외 이동 로봇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깐깐한 인증을 받게 돼 있지만, 실제 상황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각국에서 시범 운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가격 문제도 남아있다. 스팟의 판매 가격은 7만4500달러로 약 1억원이다. 개미도 1대당 4000만원가량이다.

☞라스트 마일(Last Mile)

사형수가 수감돼 있던 방에서 사형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의미한다.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경기에선 ‘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유통 업계에서는 물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일컫는데, 택배 업계는 택배 기사가 물건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배송의 최종 단계를 라스트 마일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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