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처럼 찾아온 삼형제 집 막내딸” “병마 이기고 찾은 행복”

오유진 기자 2024. 5.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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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다둥이 사진’ 공모전 수상자

서울시는 최근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이하 ‘다둥이’ 가족을 대상으로 ‘2024 서울 엄마 아빠 행복한 순간 공모전’을 진행했다.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행복했던 경험을 표현한 사진이나 그림을 공모했다. 심각한 저출생 현상 속에서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공모에는 23일간 작품 1091개가 쏟아졌다. 11남매가 최다 다둥이였고, 4~7자녀를 둔 가정도 많았다. 시는 이 가운데 작품 47개를 선정했다. 사진 분야 대상인 ‘박기태·유수연’ 가족, 최우수상 ‘최훈일·박지선’ 가족을 인터뷰했다.

최근 서울시가 진행한 '2024 서울 엄마 아빠 행복한 순간 공모전'에서 '박기태·유수연' 가족(왼쪽)과 '최훈일·박지선' 가족(오른쪽) 사진이 각각 사진 분야 대상과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박기태·유수연 가족은 삼형제 집에 넷째 딸이 찾아온 기쁨을 사진에 담아냈다. 최훈일·박지선 가족은 일란성 쌍둥이 중‘누리’가 가족의 힘으로 병마를 이겨내는 순간을 사진에 담아냈다. /서울시

◇‘삼형제네 집에 막내딸이 찾아왔어요!’

박기태(34), 유수연(31) 부부는 ‘삼형제네 집에 막내딸이 찾아왔어요!’라는 제목의 사진을 출품했다. 결이(4), 도이(3), 훤이(2) 등 삼형제를 키우는 부부는 현재 20주가 된 넷째 딸 ‘대박이(태명)’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한 산부인과 병원을 방문한 부부는 아이가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 벅차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유수연씨는 “병원에서 ‘아들이에요’ 말만 듣다가 딸이라고 하니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박기태씨는 “병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 겉으로 잘 보이진 않았겠지만, 입꼬리가 귀에 걸릴 만큼 크게 웃고 있었다”고 했다.

공모전 사진 제출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18일 오전 부부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 거실에서 삼각대를 이용해서 휴대전화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틀 전 병원에서 넷째가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 행복했던 감정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사진 속 아내 유수연씨는 12주 정도 된 넷째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남편과 삼형제는 입을 크게 벌리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예전부터 삼형제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동생 가지고 싶다”고 얘기해 부부가 난감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여동생이 생겼다는 소식에 오빠들은 “내가 동생을 잘 챙겨주겠다”면서 들뜬 반응을 보였다. 첫째는 엄마 배에 손을 대보고 말을 걸기도 했다. 둘째, 셋째도 “빨리 막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몇 날 밤 지나면 (막내가) 나오는 거냐” 묻기도 했다.

아내 유씨는 결혼 전부터 얼른 가정을 이뤄 아이들을 많이 낳고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것을 꿈꿔왔다. 아이가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한 살씩 차이 나니까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 잘 논다. 그런 모습이 너무 예쁘다”면서 “아직 젊으니까 넷째도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을 것 같아 낳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남편 박씨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결혼해도 아이는 안 낳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시 경쟁과 주변 시선 등 영향이 큰 것 같다”며 “그런 생각은 조금 내려두고, 아이가 주는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의 힘으로 병마 이겨내고 행복 찾아’

최훈일(41), 박지선(40) 부부는 강찬(10), 가온·누리(7) 등 삼남매를 키운다. 가온과 누리는 ‘일란성 쌍둥이’다. 이 가족은 ‘가족의 힘으로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찾은 행복’ 제목의 사진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2022년 12월 누리가 유치원에서 코피가 났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당시 대전에 살고 있던 부부는 인근 병원 응급실에 가서 수혈을 받았다. 부부는 ‘대학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보라’는 의사 말을 듣고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을 찾았다. 각종 검사를 한 결과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조혈모 세포가 감소하면 생기는 병으로, 조혈모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었다.

적절한 세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세포 이식을 받을 수도 있지만 비용이 1억원 가까이 들었다. 다행히 일란성 쌍둥이 가온의 세포가 유전적으로 일치해 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누리는 두 번의 시도 끝에 작년 7월 무사히 세포 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누리는 수술 후에도 3주 동안 병원 무균실에서 생활해야 했다. 누리가 무균실에서 나온 날, 첫째 강찬이 동생을 꼭 안아줬다고 한다. 부부가 “모여!” 라고 외치자 아이들은 손으로 브이(V) 자를 그리고 모두 손을 모았다. 남편 최훈일씨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최훈일씨는 “우리 가족은 모두가 모여서 손가락으로 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며 “가족이 5명이어야만 만들 수 있는 우리 가족의 시그니처”라고 했다. 그는 “가족 모두의 힘으로 병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리는 현재 건강을 회복해 한 달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다. 아내 박씨는 “쌍둥이들이 너무 잘 지낸다”며 “당시 일을 계기로 우리 가족이 더 끈끈해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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