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3대 휘어잡는 속주… “현란한 손 덕에 제 뇌가 3개래요”
“왼손을 위한, 오른손을 위한, 그 외 몸을 위한 3개의 뇌를 가졌다.” 일본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우에하라 히로미(45)에게 따르는 평단 찬사다. 지난해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 타이니 데스크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한 신보 ‘Sonicwonderland’ 연주는 그 찬사의 완벽한 재현이었다. 신시사이저 두 대, 피아노 한 대를 양손으로 바삐 오가며 물 흐르듯 속주했다. 그가 쓴 ‘The Tom and Jerry Show’는 재즈 피아니스트 지망생들의 단골 연습곡이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우에하라는 “피아노를 칠 땐 모든 손가락이 평등해야 한다. 건반 88개를 다 잘 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오케스트라 악기로서 낮은 음에서 다양한 얼굴을 가진 피아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어서”라고 했다. “제가 오른손잡이인데도 즉흥 연주나 무거운 클래식곡 훈련은 왼손으로 더 자주 하는 이유죠.”
3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서울 올림픽공원 ‘서울재즈페스티벌’ 첫날 무대에 선다. 2013년 이후 11년 만의 내한. 가수 김동률과 미 버클리 음대 동문이자 절친한 사이다. “김동률과는 그가 가수인 줄도 모르고 친해졌고. 이젠 서로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다. 인연이 깊은 서울로 가게 돼 기쁘다”고 했다.
우에하라는 2020년 일본 재즈계 대표 얼굴로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주했다. 6세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14세에 체코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31세 땐 그래미 베스트 컨템퍼러리 재즈 앨범상을 탔다. 17세 때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노 거장 칙 코리아와 협연한 일화도 유명하다. “도쿄의 피아노 연습실이 칙 코리아 리허설 장소와 같은 건물이라 우연히 마주쳤죠. 사실 그때 영어가 약했어요. 내 곡 할 줄 아느냐는 물음에 ‘예스’만 남발하다 얼떨결에 다음 날 바로 무대에 같이 섰죠(웃음).”
국내에선 지난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음악감독으로 많은 팬을 양산했다. 재즈에 푹 빠진 청년 연주가 3인이 일본 최고의 재즈바 ‘소 블루’에 서는 여정을 그린 인기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 수만큼 기대받는 음악도 천차만별이었고, 평소 즐기는 즉흥 연주와 달리 정해진 곡 길이를 딱 맞추는 게 다소 어려웠지만, 상당히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했다
우에하라는 “어릴 적부터 말괄량이 호기심이 음악에는 도움이 됐지만 엄마 속은 많이 썩였다”며 웃었다. “무작정 물에 뛰어들고 나서야 ‘아 난 수영을 못하네’ 깨닫는 사고뭉치였죠.” 버클리 음대 진학 직전 호세이 법대를 잠시 다닌 것도 공증인이었던 할아버지를 보며 “법학에 호기심이 생겨서”였다. “음악은 음악 공부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인터뷰 말미 “15분 뒤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단독 공연에 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 실제 삶의 경험이 풍부해야 제 음악이 하고 싶은 말도 많아져요. 저는 말 대신 음표로 세상과 소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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