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비혼자가 더 행복한 ‘가정의 달’

이호준 기자 2024. 5.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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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경제부장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이다. 사람마다 매월, 계절이 갖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5월은 많은 이들에게 ‘설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달이 아닐까 생각된다.

근로자들에게 깨알 같은 휴식을 주는 ‘근로자의 날(1일)’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어린이날(5일)’, 매번 퍼주시기만 하는 부모님들도 이날만큼은 자식들에게 작은 기대를 하시는 ‘어버이날(8일)’, 예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께 제자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스승의날(15일)’까지 모두 ‘5월’ 한 달 안에 예정된 기념일이니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만 19세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년의날(20일)’과 부부간의 관계를 되새기고 화합을 독려하는 취지에서 만든 ‘부부의날’, 부처님오신날(15일)까지 각종 기념일이 모인 5월이다. 이러한 5월을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으니 5월 한 달은 아무래도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서 일 것이다.

그러나 5월을 맞이하는 현재 우리 가정의 모습은 과연 설렘 가득할까. 치솟는 물가에 먹고살기도 팍팍한데 어린아이들 선물에, 부모님 용돈에 한꺼번에 몰려드는 각종 기념일이 반가울 리 없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4월보다 10.6% 상승했고 전기·가스·수도는 4.9% 올랐다. 특히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도 상승했다. 사과(80.8%)와 배(102.9%)를 중심으로 신선 과실은 38.7% 상승했다. 특히 배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이다.

외식물가도 난리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를 보면 냉면, 김밥, 피자, 햄버거 등 대표 외식 품목들이 지난해보다 7%가량 올랐다. 냉면은 한 그릇에 평균 1만1천원을 넘어섰고 김밥은 한 줄에 3천323원, 비빔밥도 한 그릇에 1만769원으로 조사됐다. 삼겹살도 1인분(200g)에 1만9천514원으로 1년 전보다 1.4% 비싸졌으며 맥도날드는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어버이날 빠질 수 없는 카네이션은 한 바구니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주변에서는 아이들 장난감 선물 사주고 부모님 용돈과 카네이션 드리고 가족끼리 모여 삼겹살 먹으려면 50만원 이상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가정의 달 5월에 가정을 꾸리지 않은 비혼들이 더 행복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1만9천362명으로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또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비율은 38.5%에 불과했고 아이를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60.1%에 달했다.

가정의 달인 5월만이라도 아이 낳고 사는 부부가 행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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