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하이브와 어도어, 배고픈 것과 배 아픈 것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2024. 5. 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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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우리 농담 가운데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배 아프다는 이야기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사촌이 땅을 사는 경우 배가 아프다는 맥락일 것이다. 타인이 잘되자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시기와 질투라고 한다.

원래 남이 잘되면 기뻐하고 축하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복통이 생기는 것은 의학적으로 봐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줘 근육이 위축돼서라고 한다. 그러나 배가 아픈 또 다른 이유로 어머니들이 가끔 이야기하시는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라는 것도 있다. 나는 그 고통을 모르지만 가장 귀한 자식이 세상에 나오려면 어머니의 배가 그렇게까지 아파야 하는가 보다. 이를 통상적으로 '산고'(産苦)라고 이야기한다. 표현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고통을 견딜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세상에 내어놓으려니 그것을 참고 견뎠을 것이다. 아무튼 시기와 질투든, 산고의 고통이든 배가 아픈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배 아픈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우리나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사를 이끌며 세계 방방곡곡에 K팝을 전파하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 때문이다. 누군가 배가 아픈 것은 틀림없는데 세상에 너무도 귀한 것이 나올 산고인지, 아니면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부터 생겨난 통증인지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알 방도가 없어 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기업들과 함께한 경험들로 보면 분명한 것이 있는데 기업들이 성장할 때는 한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배가 많이 고플지언정 배가 아프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초기기업인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의기투합해 강한 상대와의 한판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혹한기에 무모하다 싶어도 도전하고 실패해도 또 다시 도전해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위가 따뜻해지고 배가 부르며 나눠 먹을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 배가 아프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때 기업에서 정치가 생겨나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며 시기와 질투가 도를 넘기 시작한다. 이는 영국 역사가이자 평론가인 토머스 칼라일의 "인간은 역경을 이기는 이가 100명이라면 풍요를 이기는 사람은 1명도 안 된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배 아픔은 풍요가 낳은 부작용이며 초심을 잃어가면서 쇠퇴해가는 전설적인 기업들의 흔적을 닮았다.

이런 면에서 풍요 속에서도 여전히 세계 최고 기업의 자리에 있는 '아마존'의 미국 시애틀 본사 건물 이름이 데이원(Day1)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배울 점을 준다. '첫날의 기억을 잊지 마시오'라는 의미라고 한다. 직원이 "데이투(Day2)는 왜 안 되나"라고 물었을 때 제프 베이조스 CEO가 웃으면서 "첫날의 기억을 잊으면 우리도 망한다. 데이투는 망하는 날의 시작이다"라고 한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회사의 본사 건물명이든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창업 당시 사용한 종류의 '도어데스크'(Door Desk)를 지급하는 모든 일은 '첫날을 잊지 마시오'라는 메시지를 주고 회사의 변하지 않는 철학을 알려주기 위한 그의 교육책이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스테이 헝그리"(Stay Hungry·늘 갈망하라)를 외쳤는지도 모른다. 배고플 때는 배 아프지 않고 절박하며 '스테이 풀리시'(Stay Foolish·우직하게 나아가라)하게 한 방향으로 달려가 더 큰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세계 속 한류의 중심지 하이브와 어도어가 초심을 잃지 않는 데이원이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배가 고픈 스테이 헝그리였으면 한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어버이의 달, 5월을 맞아 배가 아파도 다른 의미, 세상에 둘도 없는 가치를 만드는 산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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