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버지·뉴진스 맘? “부모 역할 수행하는가” 하이브-어도어 사태, 제3자의 시선[스경연예연구소]

김원희 기자 2024. 5. 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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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 문화연대 공동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화연대 주최 긴급 토론회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하이브와 그 레이블 어도어의 분쟁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하이브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경영진 A씨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민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진행과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폭로전으로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1일과 2일에는 주주 간 예약 위반 여부 문제,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권을 둘러싼 갈등 또한 떠오르며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사태를 둘러싼 대중의 여론은 분분한 가운데, 이를 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어떨까. 지난 2일 서울 중구 천주교성프란치스코회수도원교육회관에서 문화연대 주최로 진행된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사태 토론회’를 통해 들여다 봤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대표, 강혜원 성균관대학교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이재경 변호사(건국대학교 교수),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외래교수, 임희윤 음악평론가가 참석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오른쪽)과 어도어 민희진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 멀티레이블이 문제?

“멀티레이블은 다 개소리다. 거버넌스(관리 방식 및 제반)가 문제다.”(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중)

지난달 25일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김도헌 평론가는 “멀티레이블 체제 자체에 잘못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라며 “(멀티레이블을 운영하는)그 과정을 조절하지 못한 하이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가 멀티레이블과 관련해 하이브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신인 그룹 아일릿의 ‘카피 문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민 대표의 카피 발언을 대중이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있고, 엄밀하게 다뤄져야 할 창작과 카피의 문제가 단순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멀티레이블 체제에서는 모(母)회사가 창작성을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중점이다. 현 시스템에서는 창작성이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게 민 대표가 입지전적으로 지금까지 하이브에 서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브 레이블 중 어도어가 최초의 독립 레이블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유롭게 창작하는 환경이 되고 있는지는 물어볼 필요가 있다. K팝은 현재 성과 중심 주의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가창력·레퍼런스·카피 논란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K팝이 대규모 소비를 갖춘 시점에서 색다른 시도를 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하이브도 민 대표를 영입했다고 생각한다. 양측의 갈등이 가십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창작 열망은 모두 같다고 본다.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화연대 주최 긴급 토론회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 법정 공방, 전망은?

“어도어 대표이사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 해당 자료들을 근거로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하이브)

“배임 혐의라고 하면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실제 했을 때 성립된다. (배임을)실제 기도했거나 실행한 어떠한 행위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고소장이 기대된다.”(민 대표 법률대리인)

민 대표의 배임 혐의를 주장한 하이브와 이를 ‘사담’이라고 강력히 부인한 민 대표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재 하이브는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를 주장하며, 민 대표의 해임을 위한 이사회 소집 요청 및 임시 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대주주(하이브)의 임시주총 소집 권한을 인정해 주총이 허가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민 대표 측에서는 (하이브의 주장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대주주가 민 대표를 해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측했다.

이어 “업무상 배임 혐의는 사전 모의를 했다는 것으로는 법률상 처벌 규정이 없다. 민 대표 측이 적극적인 행동까지 보였는지 아닌지가 수사 과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 대표 측이 (뉴진스의) 단독 전속계약해지권을 주장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부분은 의아하게 생각할 부분이다. 법인 회사는 형해화 되는 것이다. 그거야말로 업무상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런 전례는 들어본 적도 없고, 위험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 대표 측이 해임될 시 그 정당성은 사후 다투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당성이 입증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고, 정당하다고 판결된다면, 오히려 하이브에서 민 대표를 상대로 형법이나 기타 법령상 손해배상은 물론 주주 계약상 콜옵션을 행사 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또 다른 분쟁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 K팝 자정의 목소리

양측의 싸움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양측의 주요 쟁점은 물론 하이브 아티스트 관련 각종 루머까지 불거지는 등 K팝 내부에서 제살깎아먹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이종임 교수는 “각종 정부 기관의 보고서, 전문 기관의 서베이, 증권가 전망 분석 등을 봤을 때 아이돌 산업에 대한 성과도는 낮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른 산업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을 이뤘지만,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만 업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돌을 볼 수 있는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그 기획사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콘텐츠는 적다. 오디션 방송도 굉장히 많이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통해 기획사의 실질적인 경영 방식이나 생각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 아이돌 그룹 기획성의 박제화만 있었을 뿐”이라며, “아이돌 자체 혹은 그들을 서포트 하는 스태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는 없다. 그런 균열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 “싱가포르나 일본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 내용은 현지의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K팝 연습생으로 한국에 온다는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번 사태를 지나며 ‘방탄소년단의 아버지’ ‘뉴진스 맘’ 등의 용어가 쓰였던 것에 대해, 이들이 정말 부모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K팝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를 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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