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93] 조심해서 다녀야 할 중국 길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4. 5. 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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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가는 길엔 따사로운 햇빛만 내리지 않는다. 비바람이 닥치기 십상이고 온갖 변수가 등장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넓고 편한 길에 오르고자 한다. 작은 길보다는 큰 길, 구불구불한 길보다는 곧은 길이 훨씬 안전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길을 향한 그런 욕망은 한자 세계에서 제법 뚜렷하다. 우선 탄로(坦路)다. 탄탄대로(坦坦大路)의 준말이다. 아울러 평탄(平坦), 순탄(順坦)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이라는 길 위의 연상은 ‘통달(通達)’이라는 철학적 사유와도 이어진다.

평안한 세월을 가리키는 성어 강구연월(康衢煙月)의 ‘강구’는 크고 넓은 길의 통칭이다. 강장(康莊)도 그렇다. 서쪽 옛 변경의 관문이었던 양관(陽關)으로 향하는 길, 양관대도(陽關大道)는 중국에서 곧고 넓은 길의 대명사다.

그 반대말도 많다. 지면의 굴곡이 많아 험한 길이 기구(崎嶇)다. 산길처럼 다니기 고단한 길은 험준(險峻)이나 험조(險阻)라고 적는다. 굽이가 많아 에돌아가거나 통행이 까다로운 길의 상황은 우회(迂回)와 곡절(曲折)이다.

평평한 길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구덩이가 팬 곳이 많다. 중국에서는 그 구덩이를 감가(坎坷)라고 곧잘 표현한다. 아예 함정(陷穽)으로 적기도 하고, 혹은 요철(凹凸)로도 부른다. 요즘 중국 매체들이 잘 쓰는 말은 ‘갱(坑)’이다. 구덩이를 일컫는데, 단어로는 광산의 갱도(坑道)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성어로는 책을 불태우고 선비들을 땅에 산 채로 묻었다는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친숙하다. 이제는 아예 유무형의 함정을 파서 사기를 치거나 해코지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언뜻 평탄해 보이는 중국의 길에는 이런 ‘구덩이’가 참 많다. 전제주의 정권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생긴 윤리의식의 위축은 그를 더 심화했다. 그래서 중국이라는 대륙에 들어선 길은 늘 만만찮다. 신중하게 나서야 할 중국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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