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16] ‘천공의 성 라퓨타’ 풍경

류동현 전시기획자, 페도라 프레스 편집장 2024. 5. 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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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

몬테풀치아노에서 바라본 안개 구름이 깔린 풍경. /류동현 제공

어렸을 때 ‘만화 영화’를 좋아했다(대부분의 어린이가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 예술 장르를 여전히 즐겨 보고 있다. 어렸을 때 ‘미래소년 코난’은 나의 ‘최애’ 작품이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이 작품은 최첨단 기술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인류에 힘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지구의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다.

그가 1986년 공개한 ‘천공의 성 라퓨타’는 영국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의 라퓨타 편을 모티프로, 소년과 소녀가 만나 벌이는 모험 이야기다. 여기에 기술, 자연, 권력, 인간성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내용뿐 아니라 화면의 스케일과 아름다움이 눈을 사로잡았다. 하늘의 라퓨타 성에 올랐을 때 기분이 어떨까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던 중 하늘에 떠 있는 라퓨타 성에 있는 기분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소도시 몬테풀치아노에서였다.

차를 빌려 토스카나 지방을 돌아다니던 중, 비바람이 부는 저녁 무렵 이곳을 찾았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성곽의 형태가 온전한 작은 도시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성곽 안 숙소 테라스에 나갔을 때 깜짝 놀랐다. 성곽 도시가 이른바 ‘천공의 성’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흰 안개 구름이 도시 주변을 휘감고 있었다. 흡사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이다. 해발 605미터의 꽤 높은 곳에 도시가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놀라움을 안고 오래된 도시 속을 걷는다. 작은 도시라 곧 중앙광장에 도착했다. 광장 옆에는 타데오 디 바르톨로가 그린 ‘성모 승천’ 삼면 제단화가 유명한 몬테풀치아노 대성당이 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성벽 밖을 휘감고 있는 구름의 바다를 보고 있자니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외감이 든다. ‘천공의 성 라퓨타’가 이야기하는 주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듯하다.

류동현 전시 기획자·페도라 프레스 편집장

지난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은퇴를 번복하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작품을 공개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드러낸다(내용이 어려워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5월의 화창한 날,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만화 영화’를 통해 이를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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