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회사 아니다”... 머스크가 꼽은 비밀무기 두 가지

홍준기 기자 2024. 5. 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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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Weekly Biz 밑줄 쫙]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은 테슬라의 ‘비밀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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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테슬라를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공학 회사로 보고 가치 평가를 해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3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약 70분간의 투자자 간담회에서 테슬라를 단순히 전기차 회사로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테슬라는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도 유독 AI 관련 투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테슬라 일부 주주들은 이날 저가형 전기차 생산 계획에 주목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2만5000달러(약 3400만원)의 저가 전기차 ‘모델2′ 생산을 두고 “올해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2025년 초에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의 주요 경쟁사보다 ‘더 저렴한 전기차’는 테슬라가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란 해석이 나온다. AI 기술에 기반한 고도화된 FSD(Full Self-Driving·완전자율주행) 기술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자율주행 택시(사이버 캡) 등으로의 진화가 테슬라의 목표란 뜻이다. WEEKLY BIZ는 ‘테슬라 2기’의 청사진을 엿보기 위해 분기별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문서(10-Q)와 주주에게 제공하는 자료(shareholder deck), 투자자 간담회 내용을 분석했다.

◇1. 하이브리드와의 경쟁에서 고전 중인 전기차

테슬라의 올해 1분기 경영 실적만 놓고 보면 ‘위기’에 가깝다.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은 11억2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분기 테슬라의 차량 관련 매출은 173억78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199억6300만달러)보다 13% 줄었다. 물론 실적 부진의 원인 중엔 ‘일시적 요인’도 있다. 10-Q에서 테슬라는 “모델3 차량의 부분적인 개선 작업(업데이트)으로 미국 프레몬트 공장에서의 생산이 영향(일시 중단)을 받았고,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도 (송전탑) 방화 사건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고 했다.

테슬라의 매출 부진은 주력 상품인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주주 제공 자료에서 테슬라는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우선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2. 고금리와 지정학적 위기란 부담

고금리는 테슬라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10-Q에서 테슬라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렸다”며 “이는 자동차 리스(장기 임대) 비용 부담이나 자동차 관련 금융 상품 조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해 리스 비용이 함께 오르는데, 이는 자동차 수요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테슬라는 현재 주력 산업인 전기차 제조·판매업이 ‘경기에 민감한’ 산업이라 설명한다. 고물가·고금리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수요가 확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위기도 테슬라엔 골칫거리다. 예멘 내 후티 반군이 지난해 말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가 벌어져 해상 물류 비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주주에게 배포한 자료와 투자자 간담회 발표를 통해 “홍해 사태로 인한 항로 변경(홍해 항로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이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래픽=김의균

◇3. 테슬라는 엔비디아의 ‘큰손’ 고객

AI 로봇공학 기업을 표방하는 테슬라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주요 고객이라는 점도 밝혔다. 머스크는 투자자 간담회에서 “AI 훈련 설비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100을 3만5000개 이상 사용하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장착된 H100 반도체 수를 8만5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H100과 같은 반도체를 GPU(Graphic Processing Unit·그래픽처리장치)가 아닌 다른 용어로 구분해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그는 “GPU의 ‘G’는 (영단어) 그래픽의 앞글자인데 이제는 GPU가 주로 쓰이는 분야가 그래픽 구현이 더는 아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테슬라는 자사의 AI 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점도 여러 차례 밝혔다. 테슬라는 주주 배포 자료에서 “1분기에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설비투자(CAPEX)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당장은 AI 인프라 구축에 ‘비용’이 들지만, 나중엔 자율주행 고도화 등을 통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테슬라는 내다본다. 테슬라는 또 “각종 제조 공정에서도 AI 고도화를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4. ‘사람 운전법을 닮은’ 자율주행 기술을 추구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목표는 사람의 운전 방식과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사람은 눈으로 앞을 보고 머리로 생각하며 차를 몬다. 머스크는 “사람이 운전할 때 눈과 생물학적 신경망이 상호작용을 한다”며 “테슬라의 도로 시스템에 대한 설루션도 카메라와 디지털 신경망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세계 각지의 테슬라 차량을 통해 수집한 비디오 영상으로 AI를 학습시키면 정교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레이더나 초음파 센서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며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기에 어떤 시장(국가)에서도 조정 작업 없이 잘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를 ‘스마트카(smart car)’라고 표현했다. 휴대전화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에 빗댄 표현이다. 머스크는 “노키아는 시장의 강자였지만,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노키아는 결국 시장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한 주요 자동차 기업과 ‘FSD(완전자율주행)’ 기술 라이선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해당 자동차 회사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자사 차량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나중에 테슬라가 수많은 자사 차량에 탑재된 컴퓨팅 능력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행 중이 아닌 테슬라 차량은 AI 추론을 수행하는 컴퓨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AWS(아마존웹서비스)처럼 일종의 AI판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셈이다. 머스크는 “누구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에서 AWS가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테슬라 차량의 유휴 컴퓨팅 능력을 활용한 AI 서비스가 테슬라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5. ‘비밀 무기’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머스크는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오는 8월 중에는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테슬라가 ‘사이버 캡(Cyber Cab)’이라고도 부르는 로보택시에 대한 쇼케이스를 8월엔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019년 머스크는 “내년(2020년)에는 로보택시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는데, 4년가량 늦어진 셈이다. 머스크는 약속한 기한을 못 맞추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역시 테슬라 주주들의 관심사였다. 머스크는 “옵티머스는 현재 간단한 공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며 “올해 말에는 테슬라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며, 내년 말쯤엔 외부에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테슬라는 그 어떤 로봇 기업보다 AI 추론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을 일정 규모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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