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크릿’, 거물 先物 투자자의 이중 생활 모습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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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제렉키 감독의 2012년 데뷔작 ‘시크릿(Arbitrage)’은 개성 강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로버트 밀러(리처드 기어)는 헤지펀드 밀러캐피털을 창업한 최고경영자(CEO)로, 월스트리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거물 투자자입니다. ‘세상은 다섯 자(字)를 중심으로 돈다. M·O·N·E·Y.’ 그가 말한 좌우명입니다.
아내 엘런(수전 서랜던)은 활발한 자선 활동으로 모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딸 브룩(브릿 말링)은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아버지를 돕습니다. 누가 봐도 완벽한 가족입니다. 자가용 비행기로 출장을 다녀온 로버트는 궁전 같은 저택에서 가족이 준비한 60번째 생일 파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밤늦게 사무실에 가야 한다며 나섭니다. 사실은 프랑스 출신 화가인 젊은 애인에게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밤늦게 둘이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내 애인은 죽고 로버트는 현장을 몰래 빠져나옵니다.
사실 그의 사업도 말이 아닙니다. 러시아 구리 광산에 투자하고 선물(先物)을 팔았는데, 러시아 정부가 구리 수출을 봉쇄해 돈이 묶였습니다. 고객 돈을 불법으로 전용해 위기를 맞은 로버트는 장부를 허위로 꾸며 회사를 은행에 팔아넘기고 튈 계획입니다. 그런데 구매자 측이 차일피일 계약을 미뤄 속이 바짝바짝 탑니다.
애인과의 교통사고 현장을 살핀 경찰은 로버트를 겨냥해 수사 범위를 좁혀옵니다. 딸은 회사 회계 장부가 거짓으로 꾸며진 것을 발견하고 아버지를 사기꾼이라 몰아붙입니다. 남편이 평생 바람피운 것을 모른 척해 온 엘런은 로버트가 교통사고를 낸 것을 알고 나서는 남편을 협박합니다. 전형적인 영화라면 이 탐욕스러운 금융 악당의 몰락으로 스토리를 끝낼 것입니다. 특히 영화가 제작되던 때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버니 메이도프의 역사상 최대의 폰지 금융 사기 직후여서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메이도프는 무려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평범한 결론을 피합니다. 로버트는 놀라운 집중력과 돈의 힘으로 법망을 빠져나가고 가족은 재결속하고 모두에게서 존경을 회복합니다. 이 독특한 영화를 통해 감독은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러운 금융인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영화를 생생하게 만든 동력 중 하나는 제렉키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그의 아버지 헨리 제렉키는 영화 속 로버트처럼 원자재와 선물 거래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인물입니다. 심지어 영화에서 밀러 가족이 사는 맨해튼의 호화 저택은 실제 제렉키 가족 소유입니다. 방이 37개인 5층 맨션은 1800㎡(544.5평)가 넘고, 뉴욕에서 개인 소유 주택 중 가장 비싼 집입니다. 그의 아버지 헨리는 자신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표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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