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사라진 전세 …"1년만에 3억 넘게 올랐어요"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5.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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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대란 조짐
깡통빌라 사태에 수요 늘고
아파트 공급줄어 매물 급감
갱신권 사용 27%서 35%로 쑥
서울 전셋값 50주 연속 상승
장기화땐 집값 밀어올릴 우려

"1년 전만 해도 '역전세' 얘기가 나와서 재계약 때 전세금을 돌려받을 줄 알았는데 그사이 전세가 이렇게 뛸 줄 몰랐어요. 계약갱신권 써서 5% 인상으로 간신히 재계약했네요."

서울 송파구에 있는 5500가구 규모 대단지(리센츠)에 사는 김 모씨는 "전세가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이번에 계약갱신권을 썼기 때문에 갱신권을 쓸 수 없는 2년 뒤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섭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는 이 단지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민평수' 30평형대(전용면적 84㎡·33평) 전세 시세가 9억원대였다. 그런데 현재 시세는 12억원(KB시세)으로 3억원 가까이 올랐다. 매물 호가는 10억4000만~15억원대로 최저 호가도 1년 전에 비해 1억원 이상 올랐다. 올 들어서는 같은 평수가 14억원까지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갱신하는 분들은 10억원대에 계약을 하고 신규 거래는 12억원 이상에 체결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전세 폭락이 지속될 줄 알았는데 1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전세 공급이 급감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입주 물량이 줄고 있고 빌라 등 비아파트로 분산됐던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면서 전세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미 서울 전세는 50주(2일 기준)째 상승세다. 전셋값 상승은 부동산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2019~2022년에는 서울 전셋값이 134주 연속 상승하며 매매가를 밀어 올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 공급이 감소할 요인만 넘쳐난다"며 "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일 아파트 정보 앱 아실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전세 매물은 감소세가 빠르다.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 3만9324개에서 현재 2만9499개로 25%나 줄었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도 전세 매물이 0개인 곳도 있다. 서울 구로 구로동삼성래미안은 1244가구인데 전세 매물이 1건도 없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아파트는 실거주 수요가 많기 때문에 전세 부족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전세 매물이 없으니 전세 시세도 뛴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전용 84㎡)는 2년 전 8억원대에 계약하던 것이 현재는 10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단지 DMC파크뷰자이는 1년 전 전세(전용 84㎡) 시세가 6억원대였지만 요즘은 이 가격을 찾기 힘들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로 7억원대가 많고 집 상태가 좋은 곳은 8억원 넘게도 나온다"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를 예상했지만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세 연장을 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보증금 5% 내 인상 조건으로 2년 더 살 수 있다. 서울 양천구 대단지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는 이달 34평대 전세 계약 14건 중 10건이 갱신 거래다. 최근 서울 양천구 아파트 전세를 연장한 이 모씨는 "물가가 올라 살림이 빠듯한데, 이사비랑 에어컨 설치비 등 추가 비용이 부담스럽다. 전세가도 올라서 2년 더 눌러앉는 게 낫다. 한 텀 돌고 다음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계약 갱신은 올해 급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6247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1만2604건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작년(27%)보다 8%포인트 늘었다. 전세가가 올라 5%까지만 인상할 수 있는 계약 갱신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를 연장하면서 신규로 시장에 공급되는 전세 매물은 더 귀하다. 서울 성동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하지 않는 분들이 주택을 매수해서 전세를 공급하는데 요즘은 취득세 중과(최대 12%) 때문에 추가로 집을 사는 사람이 없다. 10억원짜리 집을 사면 세금만 1억2000만원을 내야 하는데 누가 집을 사서 전세를 맞추겠냐"고 했다.

향후 공급 감소가 예견돼 전세난은 더욱 우려된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서울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2만5567가구로 전년(4만2724가구)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는 철저히 실수요다. 수요 대비 공급이 많으면 떨어지고, 수요가 많으면 전세가가 오른다. 공급 감소 요인은 많은데 수요는 늘어나니 전세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전셋값 인상은 주거비용 증가로 이어져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전세가 공급되도록 공급을 틀어막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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